■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3화>최고의 사윗감 (5회) 구름님
그림/이미애(단국대 예술대학 졸업)

그림/이미애(단국대 예술대학 졸업)

“어서 오십시요. 저를 만나기 위하여 먼 길을 오셨다지요?” “예, 해님! 이 늙은 두더지 부부가 해님에게 부탁이 있어 이렇게 먼 길을 왔군요.” 해님은 가재 시녀에게 차를 내오게 해서 두더지 부부를 대접하며 말했다. “덕룡산 미륵사 미륵님은 하루에 한 번 씩 내가 내려다보고 지나가는데 저에게 무슨 부탁이 있어 그 먼 길을 오셨나요?” “실은 저에게는 아들 열에 딸 하나가 있지요. 그런데 저.........”

두더지 영감이 해님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제가 들어주실 수 있는 일이라면 다 들어드리겠습니다. 주저하지마시고 말씀해 보시시오.”

해님이 점잔하게 말했다.

“내 그럼 말씀 드리리다. 아들 열은 다 결혼 시켜 잘 살고 있는데 끝에 낳은 예쁜 딸 하나를 아직 상대를 고르지 못해 혼례식을 올려주지 못하였소. 그래서 늙어 언제 황천길 객이 될 줄 모르는 나이가 되었는데 그게 걱정이 되어 우리 부부가 의논한 끝에 이 세상에서 가장 힘센 사윗감을 골라 딸의 배필로 삼아 주기로 했소. 그렇게 몇 달을 고민한 결과 하늘의 해님이 이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세다는 것을 알아내고는 이렇게 내 딸의 배필이 되어 주시라 부탁하러 먼 길을 왔소. 그러니 해님 우리 부부의 부탁을 거절하지 말고 우리 사위가 되어 주시오.”

두더지 영감은 부부가 먼 길을 온 까닭을 말하고는 해님에게 간절히 부탁 했다. 그 말은 들은 해님은 한동안 말없이 두더지 부부를 쳐다보더니 이윽고 입을 열었다. “두 분의 뜻은 잘 알아들었습니다. 저도 두 분의 뜻을 들어주고 싶으나 실은 저는 세상에서 힘이 제일 센 것이 아니랍니다.” 뭐라고? 이 말을 들은 두더지 부부는 커다란 쇠망치로 쿵하고 머리라도 얻어맞은 양 두 다리가 후들거리고 정신이 혼미해져버렸다. “해님! 그 무슨 말씀인가요? 땅이나 파먹는 하찮은 두더지라고 해서 우리 집 사위가 되기 싫은 게요 그래서 지금 우리를 무시하는 것인가요? 부디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을 헤아려 우리말을 거절하지 말아주시오.” 두더지 영감은 혼미한 정신을 겨우 가누며 힘주어 말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두 분은 잘 들어보십시오. 저는 날마다 하늘에 그냥 높이 떠 있을 뿐이랍니다. 그런데 그때 만약 구름님이 내 얼굴을 쓰윽 가려버리면 저는 꼼짝도 못하고 구름님 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만답니다. 그래서 이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분은 구름님이 아니겠습니까! 두 분께서는 어서 구름님을 찾아가서 잘 부탁해 보십시오.” 해님의 말을 들은 두더지 부부는 순간 정신이 아찔했다. 해님 말이 맞지 않는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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