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SRF 환경영향조사 ‘날치기’ 통과 논란
객관적 측정 조건 확보 않고 조사 진행
범대위측 과업지시서 채택 요구도 묵살
한난 “법적기준치 충족했다”주장 반복

나주혁신도시 시민들이 최근 길거리로 나와 한국지역난방공사 등을 비난하는 플랑카드를 내걸고 나주 SRF발전소 가동을 반대하는 차량 시위를 전개했다. /시민 제공

전남 나주빛가람혁신도시 SRF(고형폐기물연료)열병합 발전소 위해성 여부 등을 판단하기 위해 민관협력거버넌스 주도로 진행된 환경영향조사 최종 보고서가 시민 합의 없이 무단으로 날치기 통과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장이 일고 있다. 환경영향조사 추진의 본래 명분이 피해 예상 지역 주민들의 ‘화합과 동의’를 얻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환경영향조사가 갖는 본질적 가치도 크게 후퇴하게 됐다.

◇오염물질 배출 법적 기준 넘어

14일 나주 SRF사용반대범시민대책위(이하 범대위)에 따르면 민간협력거버넌스(산업부·전남도·나주시·한국지역난방공사·범대위 참여)는 지난해 9월 나주 SRF 문제 해결을 위한‘기본합의서’를 체결하고 1년 이내에 환경영향조사 → 손실보전방안마련 → 주민수용성조사 → 합의 도출 등 총 4단계를 거친 뒤 최종 결과를 확정키로 의견을 모았다.

‘환경영향조사’는 이를 위해 첫발을 뗐다는점에서 의미가 컸다. 환경영향조사는 지난 1월 30일부터 3월 29일까지 ‘시험가동’, 4월 9일부터 5월10일까지는 ‘본가동’을 진행한 뒤 6개 분야 66개 각 항목별 측정값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측정을 담당할 용역 수행 업체는 거버넌스 합의를 통해 ㈜도화엔지니어링으로 정해졌다. 전문성 확보가 필요한 환경 분야인 만큼 시민이 주축인 범대위에선 환경전문위원을 별도 선정해 조사에 참여시켰다.

하지만 환경영향조사는 사실상 시작부터 객관성 확보에 실패했다는 것이 이번 환경영향조사에 관여한 전문가 및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반영구적으로 운영될 발전소의 위해성을 점검하는 것이 주된 목적임에도 유해 오염물질 검출을 위한 공식 측정작업(지난 4월 12일)은 고작 1회 뿐이었고, 이마저도 비가 오던 날을 전후로 진행되면서 의미가 크게 퇴색됐기 때문. 여기에 배출시설(발전소)에서 나온 오염물질 농도 측정값과 방지시설을 설치한 후 최종적으로 배출된 측정값이 얼마인지를 비교할 수 있는 데이터 확보가 필요했음에도 현장에선 배제됐다.

‘나주신도일반산업단지’,‘광주-완도간 고속도로 공사’등 대기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또 다른 주변 요인들과 나주 SRF가 들어선 시점을 전후해 발생한 환경적 변화를 서로 비교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의견 역시 한난 측 반대로 성사되지 못한것으로 알려졌다.

신뢰성이 무너진 채 진행된 환경영향조사 ‘시험 및 본가동’은 결국 논란만 키우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일자별로 보면 2월 3일 염화수소 수치가 9.71(기준치 10)까지 상승, SRF 투입이 정지됐다. 2월 4일에는 Drum 관련 이상으로 보일러 가동이 멈췄다. 2월 7일에는 염화수소 수치가 기준치를 초과한 10.6까지 상승하면서 또다시 SRF 투입이 일시 중단됐다. 3월 29일에는 일산화탄소 배출 수치가 136.7을 기록했다. 일산화탄소의 경우 법적 기준 수치가 50임을 감안하면 약 2.5배 이상 높게 기록된 것. 당시 한난은 SRF 투입 정지 과정에서 센서 이상이란 입장을 밝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5월 10일 측정당시 일산화탄소 수치가 재차 199.82까지 치솟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총 14차례나 발전소 가동 중단이 발생한 상황에서 시민들이 우려한 오염 물질 배출이 법적 기준치를 넘어선 사례가 실제 증명된 꼴이다.

이 수치들은 이후 한난에서 주장한‘환경영향평가 결과 전 항목에서 법적 기준을 충족했다’는 발표를 믿지 못하는 증거물로 확대·재생산되고 있다.
 

나주SRF 발전소 가동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한국지역난방공사 등을 상대로 항의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시민 제공

◇논란만 있고 해결책은 없는 SRF 발전소

이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기 전 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환경영향조사 최종 보고서 확정 이전부터 범대위를 중심으로 꾸준히 이어졌던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범대위 측은 환경영향조사 방식 및 결과값 산정 과정에서 발견된 10여가지 미흡한 점을 분류한 뒤 환경영향조사 최종보고서 채택에 앞서 과업지시서를 별도 작성해 이를 포함 시켜 줄것을 거버넌스위원회(거버넌스 19차 회의 중)등에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가 있으니 이를 보완해 달라는 의도였다.

하지만 이러한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과론적으로 환경영향조사 최종 보고서는 범대위측 동의없이 그대로 수용됐다. 이후 2차례나 거버넌스 위원회 등에 추가 수정을 요구했음에도 또다시 묵살 당했다는 것이 범대위측 설명이다. 환경영향조사 최종 보고서가 범대위 모두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란 한난 측 입장과 사뭇 배치되는 대목이다.

이같은 의혹과 갈등은 손실보전방안 마련을 위한 합의기간 연장 논의 과정에서 불거진‘한난에 재량권을 맡긴다’는 문구 논란과 더불어 지난달 29일 나주 SRF 문제 해결을 위해 구성됐던 민관협력 거버넌스가 해체된 단초가 됐다.

상황이 그야말로 꼬일대로 꼬였지만 한난은 최근 입장문을 통해 “기술적 차이로 인해 SRF 환경영향조사 측정 값이 TMS(굴뚝연속자동측정기기)측정 값과 다를 뿐 법적 기준을 넘지 않아 안전하다”라는 주장만 반복해 빈축을 샀다. SRF 발전소 가동이 영구 중단될 경우 시설 매몰 비용 등 직간접 손실액이 최대 9천억원에 달한다며 오는 11월30일까지 손실보전방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임의적으로 발전소를 가동하겠다고 으름장까지 놓고 있다. 이에 반발한 나주 주민들은 연일 차량시위 등 강도높은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범대위 측 관계자는 “환경영향조사 결과를 도출함에 있어 논란이 있으면 이를 해소하고 문제를 다시 재점검하기 위해 민관협력 거버넌스를 구성하고 의견을 교류했던 것 아니냐”라며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거짓과 물타기로 상황을 모면 하려는 태도는 상황만 더욱 악화 시킬 뿐이다”고 지적했다.

중·서부취재본부/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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