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3화>최고의 사윗감 (8)풍천국(風天國)
그림/이미애(단국대 예술대학 졸업)

그림/이미애(단국대 예술대학 졸업)

“구름님, 이 늙은 부부의 부모 된 마음을 헤아려 주시고 부디 청을 들어주어 제 딸아이의 배필이 되어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우리 딸은 세상에서 제일 마음씨 곱고 예쁜 색시랍니다.” 두더지 영감은 간곡하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구름님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두 분께서는 잘못 찾아오셨군요. 사실 저는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자가 아니랍니다.”

“에잉! 저 하늘의 해님이 우리에게 거짓을 말할 리가 있겠습니까? 그 그게 무슨 말씀인가요?” 그 말을 들은 두더지 부부는 순간 깜짝 놀란 눈빛으로 구름님을 쳐다보며 말했다. “저는 제 스스로는 단 한 발짝도 움직일 수가 없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분은 바로 바람님입니다. 저를 움직이는 것은 바람님이니까요. 바람님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분이지요.”

“아!.....” 그 소리를 들은 두더지 부부는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그러고 보니 정말 이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것은 바람님이 아닌가! “바람님은 여기서 천리 길 북쪽 얼음 바다 끝 풍천국(風天國)에 살고 계신답니다. 두 분께서는 늦기 전에 어서 그리로 바람님을 찾아가 보시지요.” 구름님이 은근한 미소를 얼굴 가득 머금고 말했다.

두더지 부부는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구나’ 하고 생각하며 구름님에게 얼른 작별인사를 하고 발길을 돌렸다. 가도 가도 아홉 겹 칠흑 안개의 바다 운천국을 부리나케 빠져 나오며 두더지 부부는 흐트러지는 마음을 다잡으며 여기서부터 천리 길 북쪽 얼음 바다 끝에 있다는 풍천국을 향해 바삐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성큼 찾아온 겨울이 드세었다. 늦가을 된서리가 하얗게 지붕을 덮고 나무는 잎을 떨어뜨리고 깊은 동면으로 들어가 버렸다. 감나무 끝에 까치밥 하나 붉게 달린 찬 하늘을 바라보면서 쌩쌩 겨울바람 사납게 불어오는 북쪽을 향해 얼굴을 목도리로 감싸고 두더지 부부는 하염없이 걸었다. 하늘에는 기러기, 고니, 오리, 까마귀 등 겨울 철새들이 떼로 몰려오고 있었다. 먹장구름이 몰려오고 아마도 눈이 퍼부을 기세였다. 동네 앞에서 연을 날리는 조무래기들은 신명이 나서 떠들며 팽이를 치고 얼음을 지친다지만 늙은 몸에 한기가 스치니 두더지 부부는 금방 쓰러질 듯하였다. 그렇다고 가던 길을 멈출 수는 없었다. 기어이 풍천국에 가서 세상에서 힘이 가장 센 바람님을 사위로 얻어야만 했다. 두더지 부부가 북쪽 얼음 바다 끝에 도착한 것은 겨울이 한창 깊은 때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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