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가 품은 사랑이야기 들어보세요”
장성 황룡강 해바라기 100만송이 활짝
지난 2017년 노란꽃잔치부터 식재 시작
매년 방문객들 가을 손님 역할 ‘톡톡’

황룡강 주변으로 가을을 알리는 전도사 해바라기가 활짝 피어 방문객들을 맞이 하고 있다.
장성 황룡강변에 식재된 해바라기가 가을 하늘 따뜻한 햇볕을 한껏 머금으며 싱그러움을 자랑하듯 피어있다. /장성군 제공

나이가 들어갈수록 감당이 안될만큼 무거운 인생이 짐이란 놈이 나를 짓누를때가 많다. 이 짐을 내려 놓고 마음껏 내달리고 싶지만 딱히 방향을 정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럴땐 고민하지 말고 살짝 고개를 돌려보라. 옐로우시티 ‘장성’이 나에게 오라며 손짓을 하고 있을 테니 말이다.

요즘 한창 장성군의 가을 풍경은 온통 황금빛이다. 노란색의 고장이라서가 아니다. 언제나처럼 일정 시간이 되면 알려주는 쾌종시계 마냥 들에는 노랗게 익은 알곡들이 바람결을 따라 나부낀다. 도심 곳곳에 조성된 정원에서는 키 작은 가을꽃들이 인사를 건넨다. 그 가운데 백미는 역시 해바라기다. 가을이면 황룡강 일원은 ‘해를 닮은 꽃들’의 화사한 미소로 눈부시다.

해바라기의 꽃말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국내에선 생명, 사랑, 행운으로 대표된다. 해바라기 꽃말처럼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하면 언제나 행운이 함께 하지 않을까.

중·서부취재본부/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장성군 황룡강을 주변으로 백만송이의 해바라기가 가을을 알리는 시계추 마냥 활짝 피어있다. /장성군 제공

◇황룡강 노란꽃잔치의 대표 꽃 ‘해바라기’

장성군과 해바라기의 인연을 알아보려면 ‘2017년 황룡강 노란꽃잔치’로 거슬러 올라간다. 군은 민선6기의 출범과 함께 ‘옐로우시티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황룡강에서 착안한 노란색으로, 인구 5만의 농촌에 세련된 도시 감각을 입혔다. 길가에서부터 공공시설물, 공장 사일로(silo)에 이르기까지 ‘옐로우 디자인’이 적용됐다.

옐로우시티 프로젝트를 잘 드러내는 열쇳말은 ‘노란색’과 ‘거버넌스’다. 유두석 장성군수는 “군민의 마음을 모으고 협업으로 군정을 추진해나가면 반드시 승수효과가 따른다”면서 “노란꽃잔치의 성공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노란꽃잔치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 100만 명이 찾은 장성의 가을꽃축제다. 두 번에 걸쳐 전남 대표축제로 선정되었을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장성군은 황룡강에서 노란꽃잔치를 개최하기 시작한 2017년부터, 개막 전 행사의 일환으로 군민과 함께 해바라기를 심었다.

사실, 노란꽃잔치가 열리기 이전의 황룡강은 버려진 공간이나 다름없었다. 수풀이 우거졌으며 폐기물만 가득 쌓여 있었다. 장성군은 이 공간을 군민과 함께 가꿔나갔다. ‘황룡강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통해 강바닥을 깊이 파는 등 치수기능을 강화하고 주변 환경을 정비했다. 군민들도 손수 나서서 강변에 꽃을 심었다. 그렇게 시작된 축제가 바로 장성 황룡강 노란꽃잔치다.

황룡강 해바라기가 특히 주목을 받은 것은 지난해 축제 때다. 축제 개막 직전인 개천절 아침, 세 차례에 걸친 가을태풍을 견뎌내고 피어난 모습이 그 자체로 감동과 희망의 메시지가 되었다. 방문객들은 100만 송이 해바라기가 피어난 황룡강 황미르랜드를 찾아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SNS를 통해 이를 공유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올해에는 대다수의 지역축제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취소되었다. 노란꽃잔치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신 장성군은 축제를 위해 준비했던 해바라기 모종 일부를 황룡강 연꽃단지 일원에 식재했다. 최근 들어, 2019년의 감동을 기억하는 이들의 마음을 보듬기라도 하려는 듯 한껏 만개했다.
 

전남 장성군 황룡강변에 노란꽃들이 만발해 있다.
내륙의 바다로 불리는 장성호 데크길이 반짝이는 물빛과 어우려져 아름다운 풍경을 뽐내고 있다. /장성군 제공

아찔한 출렁다리 장성호 ‘매력 속으로’ 풍덩

명품 트래킹 코스로 건강 관리도

장성호의 별명은 ‘내륙의 바다’다. 농업용수 공급을 위해 조성된 인공호수임에도 주변 산세와 조화를 이룬 웅장한 풍경을 자랑한다. 하지만 이렇다 할 관광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아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다. 장성호가 인기를 끌기 시작한 때는 지난 2018년, 이곳에 수변길과 출렁다리가 조성되면서부터다. 물 위를 걷는 것 같은 나무 데크길과 숲길, 짜릿함을 선사하는 옐로우출렁다리가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장성군은 올해 교통약자를 배려한 황금대나무숲길과 제 2출렁다리인 ‘황금빛출렁다리’를 개통했다. 또 호수우측에는 명품 트래킹 코스 ‘숲속길’을 열었다. 그 결과, 주말 평균 1만 명의 발길이 모여드는 관광명소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되면서, 장성호 수변길도 지난 12일부터 다시 개방됐다. 평일에는 자유롭게 입장이 가능하지만, 토·일요일 및 공휴일에는 ‘상품권교환제’가 운영된다. 수변길에 입장하면서 3천원을 교환소에 지불하면 같은 금액의 지역화폐 장성사랑상품권으로 돌려받는다. 상품권은 장성지역 1470여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다. ‘입장료인 듯 입장료 아닌’ 상품권교환제는 장성호의 관광 수요와 지역 상권을 연계시키는 가교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유공자, 장애인, 만 65세 이상 노인, 18세 이하 청소년 및 어린이, 군인(의경)은 신분증을 제시하면 상품권 교환 없이 입장이 가능하다. 장성군민이라면 나이와 상관없이 ‘무료 입장’이다.
 

장성 필암서원 주변으로 떨어진 은행잎이 가을의 추억의 한 페이지를 새겨놓고 있다. /장성군 제공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필암서원’

선비문화 중심지로 도약

장성군은 ‘선비의 고장’으로 유명하다. 청백리 박수량과 기대승, 김인후 등 출중한 인물이 여럿 배출됐다. 흥선대원군은 장성을 일컬어 ‘학문은 장성을 따라갈 수 없다(문불여장성, 文不如長城)’고 기술한 바 있다. 대원군은 서원철폐령을 내려 전국의 많은 서원을 폐쇄했을 때에도, 장성 필암서원은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오늘날 필암서원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세계인의 문화재로 각광받고 있다.

성리학자인 하서 김인후(河西 金麟厚, 1510~1560년)를 제향(나라에서 지내는 제사)하는 장성 필암서원은 조선시대의 사회경제상과 학자들의 생활상 등을 연구할 수 있는 중요한 문화재로 손꼽힌다. 강학공간인 청절당, 사당인 우동사, 경장각에는 하서선생문집목판 등이 보관돼 있으며, 유생들의 휴식 공간인 확연루 현판은 우암 송시열이 썼다.

장성군은 최근 ‘2021년 전남형 지역성장 전략사업’ 공모에 선정돼, 군비 포함 100억원의 사업비를 확보했다. 군은 필암서원의 선비문화 세계화를 위해 서원 스테이 사업, 숙박시설 정비, 전시공간 ‘종합기록관’ 조성, 지역 내 관광명소 연계 프로그램 추진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장성공원에 조성된 경관폭포가 시원하면서도 웅장한 모습을 자랑하며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을 유발하고 있다. /장성군 제공
장성읍에 그려진 ‘빈센트 반 고흐 벽화의 거리’가 시민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장성군 제공

‘발상의 전환’ 장성공원 경관폭포

산책코스로 인기

장성읍에는 유명 라디오 방송인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소개된 공원이 있다. 장성공원(장성읍 영천리 일원)은 1977년 공원으로 지정됐으며 소나무와 느티나무, 산벚나무 등 500여 주의 나무가 식재돼 있다. 운동시설과 정자, 어린이생태놀이터 등의 시설도 갖췄다. 전체 면적이 4만3천862㎡(1만3천291평)에 달해 여유롭게 산책하기에 좋다.

장성군은 붕괴위험지역이었던 공원 내 일부 급경사지를 안전하게 정비하면서, 이곳에 경관폭포를 조성했다. 경관폭포는 선비의 절개와 기상을 뜻하는 주상절리와 황룡강의 맑은 정기를 상징하는 폭포로 구성돼 있다. 붕괴위험 경사지를 지역명소로 탈바꿈시킨 점이 성공적인 ‘발상의 전환’ 사례로 각광받으며, 여러 언론매체에 소개됐다.

공원 인근에는 주차공간이 마련돼 있으며, 읍시가지 내에 위치해 음식점과 각종 편의시설과도 가깝다. 돗자리만 준비해 가도 가벼운 가을 나들이가 가능하다. 또 공원을 오가는 길목마다 ‘해바라기 화가’로 유명한 ‘빈센트 반 고흐 벽화의 거리’가 조성돼 있어 소소한 재미를 안긴다.

중·서부취재본부/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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