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3화>최고의 사윗감 (9)바람님
그림/이지선(홍익대 미술대학 졸업)

그림/이지선(홍익대 미술대학 졸업)

눈이 내려 온몸이 빠지고 뼈가 얼리도록 시린 바람이 불어대는 때였던 것이다. 두더지 부부는 겨우 북쪽 얼음바닷가에 도착해 마침 썰매를 타고 지나가던 흰곰 영감에게 물었다.

“영감님, 풍천국은 어느 길로 가는 것이지요?”

“에구! 추운데 풍천국을 찾아 가신다고요. 그럼 이 썰매에 오르시오. 나도 거기로 가는 중이라오. 내 아들놈이 풍천국 바람궁에 근무하는데 일이 있어 거기 가는 길이지요.”

두더지 부부는 잘 되었구나하고 얼른 흰곰의 썰매에 올라탔다. 썰매는 바람처럼 미끄러지며 얼음의 바다 위를 달려 나갔다. 한참을 달려가니 하늘에 반짝이는 얼음성이 나타났다. 얼음으로 뾰쪽 뾰쪽 깎아 만든 기기묘묘한 성이었다.

성문 앞에 도착하자 독수리 대장이 지키고 있었다. 흰곰 영감은 성문 안으로 들어가고 두더지 부부는 따로 독수리 대장을 만났다.

“두 분은 무슨 일로 풍천국을 찾아 오셨나요?”

“저희들은 덕룡산 미륵사 미륵님 아래 사는 두더지 부부인데 풍천국에 사는 바람님을 뵈러 온 것이지요.”

독수리 대장은 두더지 부부를 고니 성지기에게 안내를 해주었다. 고니 성지기는 두더지 부부를 귀빈실로 데리고 가서 저녁을 대접했다. 기러기 시녀들이 맛있는 저녁을 내왔다.

저녁을 먹은 두더지 부부는 바람님이 오기를 기다리다가 고니 성지기가 내주는 방에 들어 잠을 청했다. 바람님은 밤새워 세상을 돌아다니다가 아침에나 올 거라는 것이었다.

다음날 아침을 먹고 난 후 두더지 부부는 귀빈실에서 바람님을 만났다. 바람님은 그 위풍만큼이나 투명한 얼음 옷을 걸쳐 입고 근엄한 얼굴에 매서운 눈썹을 휘날리며 가는 입술에 미소를 머금고 맞아주었다.

“두 분 이 먼 곳까지 어인 일이 십니까? 저는 하루에도 열 몇 번씩 덕룡산 미륵사 미륵님을 뵙지요. 봄에는 따뜻한 봄바람으로 여름에는 강력한 태풍으로 가을에는 서늘한 산들바람으로 지금 같은 겨울에는 매서운 북풍으로 만나곤 한답니다. 가끔씩 비와 눈을 몰고 가 퍼붓고 오지도 하지요.”

“오! 그러신가요 바람님. 다름이 아니라 내겐 아들이 열에 딸이 하나 있는데, 아들은 모두 결혼을 시켰으나 하나 있는 딸을 아직 사윗감을 구하지 못해 결혼을 시켜주지 못했는데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사위를 얻고 싶은 게 소원이 되었지요. 그래서 모든 생명을 길러주는 저 파란하늘의 해님이라 생각되어 찾아갔더니 해님은 자기가 아니고 구름님이라 일러 주었지요. 그래서 다시 구름님을 찾아갔더니 자기도 아니고 바로 바람님이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분이라고 일러주어 이렇게 내 딸의 배필이 되어 주십사 하고 찾아왔군요. 내 딸은 세상에서 제일 예쁜 색시이니 바람님은 거절하지 말고 우리의 소원을 들어주십시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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