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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일보 북스-김호균 시인 첫 시집 '물 밖에서 물을 가지고 놀았다'

기사승인 2020.10.15  18: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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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밖에서 물을 가지고 놀았다
김호균 지음/걷는사람
낯선 오브제를 통해 길어 올린 ‘제3의 눈'
짱뚱어·소금쟁이·놋세숫대야 등
색 바래 소재들로 만든 시어 ‘신선’
발밑부터 생의 구심력 찾는 의지
등단 후 26년만에 펴낸 첫 시집

 

김호균 시인

고개를 넘자

봄밭에서


라면발 같은

아지랑이 어질어질하다


무덤 속에서

허리 지지고 누워 있던 사람 하나

한숨 잘 잤다며

벌떡 일어나

살아 돌아올 것 같다

---「봄날」중에서



삶은 사라지는 과정이고, 불안투성이다. 그리고 슬픔은 세상의 것이다. 그래서일까. 시인들은 세상에 등 돌리지 않는 시, 슬프고도 거룩한 걸음걸이를 위해 세상에 무릎을 대고 ‘생의 전투’를 치른다고 한다. 시인 김호균도 역시나다. 그의 작품들은 ‘두 눈을 부릅뜬 채’ 요동치는 세상과 마주한다.

걷는사람 시인선의 스물아홉 번째 작품인 ‘물 밖에서 물을 가지고 놀았다’는 김 시인이 26년만에 펴낸 첫 시집이다. 시집에 수록된 54편의 시들은 ‘우려 낼대로 우려낸 작품’인 까닭에 한 편 한 편이 가지는 발화는 무거운 힘을 지닌다.

시인은 1994년 ‘세숫대야論’으로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이후 세상 아래에 자리한 것들에 구명하며 시작활동을 지속해 왔다. 그만큼 문제적이다. 그 이유가 게을러서이든 끝없는 자기 검증 탓이든, 흔치 않는 모습이다. 더구나 온갖 것들이 모두 묶여 책이라는 텍스트로 던져지는 세태에 비춰 그의 때늦은 등장은 주목을 요하기에 충분하다.

그의 시에서는 한국의 시인들이 잘 다루지 않는 소재적 새로움이 매혹과 낯설음으로 다가온다. 소금쟁이, 짱뚱어, 놋세숫대야, 염소……. 우리 시가 이미 서랍 속에 묻어 버린 익숙하지만 낯선 오브제들이 시의 중심 메타포를 이루고 있다. 얼마간 당혹스럽고 색이 바랜 듯한 소재들이 뒤통수를 때린다. 이는 분명 낡아 있으나 새로운 ‘동시성’과 ‘중첩성’의 강렬한 쾌감을 준다.

그가 기발한 오브제들을 통해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는 “세상 그 속에 있되 세상 그 속에 빠지지 말라”이다. 네 편과 내 편, 적과 동지만이 가능한 세상에서 그는 어느 편도 아닌 ‘짱뚱어’이거나 ‘소금쟁이’다. 또 하나의 눈, 즉 ‘제3의 눈’이고자 한다. 이편도 저편도 아닌 또 다른 모랄이 가능한 세상을 위해 김호균은 26년의 시간을 지켜봐 온 셈이다.

그의 또 다른 자아인 소금쟁이와 짱뚱어는 모두 일종의 ‘경계’를 제 영역으로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호수의 가장 낮은 곳이자 고인 물의 가장 최상부인 수면에 가늘고 긴 네 가닥의 발을 딛고, 두 세계가 가해 오는 압박을 삶의 조건으로 살아가는 소금쟁이의 영역. 그리고 밀물과 썰물의 운동 속에서 뻘밭이기도 바다이기도 한 영역을 제 생존의 터로 삼는 짱뚱어가 곧 김호균, 그인 셈이다.

그러나 사실 이 영역은 서로 다른 두 개의 영역 사이나 경계가 아니다. 어떤 신념이나 가치판단을 하기 전에 먼저 다가와 있는 불가해한 현실의 심연 자체다. 그 영역에서 짱뚱어는 뻘밭에 두 눈을 반쯤 묻고 ‘파수꾼’처럼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어디서 치명적인 위험이 다가오는지 짱뚱어는 쉬지 않고 세상을 경계한다. 오직 생존만이 최우선의 과제인 존재들의 일차적 생존권을 잘 아는 자의 태도이자 삶에 대한 통찰력일 수 있다. 이처럼 김호균은 이 시집에서 우리 시사에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은 ‘제3의 눈’과 ‘또 하나의 모랄’을 제시한다.

발문을 쓴 김형중 문학평론가 역시 “김호균이 감추어진 은유들을 자주 발견하게 되는 것은 식물과 동물과 늙은이들, 그리고 무덤에서다. (중략) 이것들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모두 지상에 발붙이고 있거나 뿌리내리고 있거나 묻혀 있거나 곧 묻히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라고 말하며 발밑으로부터 생의 구심력을 찾는 김호균 시인을 주목한다. /김명식 기자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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