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제3화>최고의 사윗감 (12)두더지 총각
<제3화>최고의 사윗감 (12)두더지 총각
그림/이지선(홍익대 미술대학 졸업)

그림/이지선(홍익대 미술대학 졸업)

“그런데 그 고단한 여정 끝에 비로소 미륵님이 이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분이라는 것을 깨닫고 지금 집에 막 도착했습니다. 미륵님, 우리 딸의 배필이 되어 주십시오. 날을 잡아 음식을 많이 장만해놓고 일대의 수많은 분들을 초대해 성대하게 혼례식을 올립시다. 우리 딸이 세상에서 제일 예쁜 색싯감이란 것을 미륵님도 잘 아시겠지요?”

두더지 부부는 두 손을 모아 합장하고 간절히 말했다. 빙그레 미소를 지은 채 그 말을 들은 미륵님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두 분의 뜻을 들어주기는 어렵지 않은 일이나 사실 저는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존재가 아니랍니다.”
“뭐? 뭐라! 미륵님! 지, 지금 무슨 말씀을 그리하십니까? 매일 흙이나 파먹고 살아가는 무식한 두더지라 싫어서 그러십니까? 우리 부부 이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죽기 전에 우리 딸을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사위를 얻어 시집보내는 게 마지막 소원입니다. 미륵님은 제발 거절하지 마시고 이 늙은 부부의 소원을 들어주십시오.” 두더지 영감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애절한 목소리로 공손히 말했다.

“아이고! 두더지 영감님, 절대로 그것이 아닙니다. 제가 서있는 아래를 잘 살펴보십시오. 지금 저는 불안해서 죽을 지경이랍니다. 당신 두더지들이 제가 선 발아래를 파서 집을 만들고 사니 언제 제가 쓰러질지 몰라 두려워서 날마다 가슴을 콩닥콩닥 졸이고 있답니다.”

미륵님의 말을 들은 두더지 부부가 설마하고 미륵님의 발아래를 살펴보니 정말 두더지들이 이리 저리 흙집을 짓느라고 파헤쳐 미륵님이 언제 쓰러져 버릴지 모를 지경이었다. 깜짝 놀란 두더지 부부가 미륵님의 얼굴을 바라보니 은은한 미소 깊숙한 곳에 두려움이 가득 묻어 있었다. 저렇게 단단하고 육중한 돌로 만들어진 미륵님도, 온 세상을 다 품에 안을 듯이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는 미륵님도 한낱 자신들 두더지들의 흙 작업에 두려워 벌벌 떨고 있었다.

“두 분 이제 잘 아시겠지요?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힘이 센가를요!” 미륵님이 빙그레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미륵님의 그 말을 들은 순간 두더지 부부는 맑은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충격으로 자신도 모르게 ‘아악!’ 하고 비명을 지르며 온몸을 바르르 떨었다. 활연관통(豁然貫通) 대오(大悟)의 찬란한 희열(喜悅)이 정수리에 내리꽂히는 오도(悟道)의 찰나였다.

“어허! 그럼 우리 두더지들이 해님보다도 구름님보다도 바람님보다도 여기 미륵님보다도 더 힘이 센 존재란 말인가! 우하하하하하! 아니 세상에서 우리 두더지가 제일 힘이 센 존재란 말인가! 우우하하하하하하!”

“아니 정말 우리 두더지들이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존재라니! 여보 그게 정말인가요! 호호호호호!” 그때야 비로소 자신의 위대함을 발견한 두더지 부부는 서로를 바라보며 얼싸안고 소리치며 하늘이 무너져 내리라고 크게 웃었다.

두더지 부부가 세상에서 하나뿐인 예쁜 자기 딸을 마음씨 착하고 근면한 그리고 진실하고 정직한 성품을 지닌 건강한 이웃집 두더지 총각에게 시집보낸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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