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제4화>기생 소백주 (제2회)기생팔자
<제4화>기생 소백주 (제2회)기생 팔자
그림/이미애(단국대 예술대학 졸업)

그림/이미애(단국대 예술대학 졸업)

세상사 갈팡질팡 꿈은 저 뜬 구름만 같고 사연 많은 인생사 날은 저물어 가는데 내친김에 이 고달픈 길 위에서 잠시 지친 두 다리 쉬어두고 앉아 저 새색시 신씨 부인 사연이나 한번 들어보고 가고 싶어지는 것 또한 인지상정이 아니겠는가!

시집 와서 삼년, 남편이 앓아 눕고 인근의 의원이란 의원을 다 불러와 백약을 다 수소문하여 써 보아도 나을 기미가 없으니 이제 죽을 날만 기다리는 수밖에 없나보다 하고 신씨 부인은 하루 종일 길게 한숨만 내쉬었다.

남들은 혼례식 올리고 깨가 쏟아지게 살면서 아들 딸 낳아 기르며 행복하게 산다는데 무슨 팔자가 이렇게 박복하여 병든 남편 수발하다가 좋은 신혼시절을 다보내고 이제 곧 숨이라도 넘어간다면 송장 치를 일만 남았거니 생각하니 가슴이 꽉 미어지는 것이었다.

산골 농촌마을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자라나 열여섯 살에 일 잘하는 덕대 큰 건강한 이웃마을 총각에게 시집왔건만 남들 다 즐긴다는 그 신혼시절도 없이 혼례식 치르고 얼마가지 않아 그만 골골 앓아 누워버렸으니 밥하고 들일하고 시부모 수발하고 병든 남편 간호에 스스로 생각해 보아도 참으로 눈물 나도록 박복한 인생이었다.

그렇다고 신씨 부인의 용모를 누가 본다 해도 남편이 죽어 혼자 살아갈 팔자 사나운 과부의 상은 아니었다. 키 큰 호리호리한 갈대같이 야들야들한 허리를 가진 날씬한 몸매에 분홍빛으로 이른 봄 살아나는 진달래꽃처럼 윤기 나는 촉촉한 피부, 검은 머리칼, 깊은 밤 반짝이는 별빛처럼 영롱한 눈빛에 은근한 미소 머금은 복숭아꽃빛 감도는 도톰한 입술 생김새에 풍만한 젖가슴 그리고 탄력 있는 암말을 닮은 엉덩이 등이 오목조목 잘 들어박혀있어 젊은 총각들이 첫눈에도 혹할 만큼 건강한 여인네로서 꽤나 아름다운 미인이라 할만 했다.

그런데 그런 고운 얼굴이 죄다 상할 만큼 가슴 펄펄 태우며 남편의 건강을 회복시켜 보려는 일념으로 힘들게 병 수발을 들며 고생고생 살아가는 신씨 부인의 마음속에 푸르게 일어나 자리 잡는 것은 오로지 신세 한탄이요 팔자타령이었던 것이다.

살아갈 날이 구만리 같은 인생길임에도 사랑하는 남편이 저렇게 오늘 내일 하며 죽을병이 들어 방에 누워있으니 말이다. 어쩌면 신씨 부인은 남편과 오순도순 살림해 살며 아들 딸 낳아 행복하게 살아갈 운명보다도 그런대로 생겨먹은 그 미색으로 인해 뭇 사내들의 노리개가 되어 멀리 낯모를 어느 큰 고을로 흘러들어가 기생으로 살아갈 운명이었는지도 몰랐다.

말하기 좋게 그냥 ‘기생팔자!’ 이리 사느니 차라리 그 운명이 더 나을 것만 같기도 했다. 알지 못할 병에 들어 시름시름 앓다가 자리에 드러누운 남편은 가뭄에 말라비틀어져 가는 옥수숫대마냥 시들시들 기운이 빠져가더니 급기야는 밥을 떠먹여야 할 만큼 쇠약해 졌고 탕약도 떠 넣어 주어야 겨우 삼키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으니 말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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