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제4화>기생 소백주 (제3회)친정어머니
<제4화>기생 소백주 (제3회)친정어머니
그림/이미애(단국대 예술대학 졸업
때는 바야흐로 봄, 멀리 남쪽에서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고 죽은 듯 겨울 눈발 속에 묻혀있던 푸른 새순들이 발동(發動)을 하는 때라 그런지 젊은 여인인 신씨 부인의 가슴에도 살랑살랑 봄바람이 이는 것이었다. 모든 생명 되살아나는 이 싱그러운 봄에 자신은 죽어가는 병든 남편 옆에서 죽음을 생각하다니 기가 막힐 일이었다.
당장 이 지겨운 곳을 떠나버리고도 싶었지만 시집가서 그 집 귀신이 되어 지켜야할 아녀자의 법도가 엄연하기에 신씨 부인은 밖으로 궂은 마음 한조각 내지 못하고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오후나절, 그런 신씨 부인 집에 이웃 마을에 사는 늙은 친정어머니가 왔다.
마른 명태처럼 파리하게 말라 비틀어져가는 핏기 없는 얼굴로 눈망울을 굴리며 숨만 겨우 쉬고 누워있는 사위를 바라보고 있던 어머니가 애간장을 태우며 딸을 보고 말했다.
“애야! 앞산 너머 점을 아주 잘 치는 용한 점쟁이가 있다는데 너의 남편이 살아나겠는가 아주 죽을 운명인가 점이라도 한번 쳐보아라!”
“점을 쳐봐요”
신씨 부인이 길게 한숨을 내쉬며 늙은 어머니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래 이것아! 이렇게 넋 놓고 한숨만 쉬고 있느니 혹시 좋은 방법이라도 있는지, 아니면 살 사람인지 죽을 사람인지라도 알아야 할 것 아니냐?”
늙은 어머니가 골 깊은 이마의 주름살을 찡그리며 속이 팔팔 끓는 목소리로 말했다.
물에 빠지면 지푸라기라도 잡는다고 백약을 써도 효과가 없으니 용한 점쟁이가 있다면 조마조마하며 사는 것보다야 어찌되건 앞일이라도 시원하게 알고 싶은 신씨 부인이었다. 남편이 단명할 운을 타고났거나 남편이 죽어 나갈 상부할 팔자라면 그것도 운명이니 받아들여야 할 것이었고, 또 사내들의 손길에 길들여지며 기생으로 살아갈 팔자라면 또 그것도 받아들여야 할 것이었다.
누구나 이 한세상 바르고 정직하게 고대광실 좋은 집에서 떵떵거리며 부부간에 잘살고 싶겠으나 세상일이란 맘과 같이 풀리지 않으니 닥치는 대로 순간순간 스스로를 위안하며 자신이 가진 지혜대로 살아갈 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면 인생은 어쩌면 이미 정해진 운명이라는 기다란 길이 강물처럼 아스라이 구불구불 펼쳐져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그 점쟁이가 그렇게 용해요?”
신씨 부인이 다시 길게 한숨을 내쉬며 늙은 어머니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이! 그런다고 온 고을에 소문이 자자하다! 그 점쟁이 정씨 영감이 귀신같은 신통력이 있어서 도둑놈이 도둑질을 할 수 없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늙은 어머니는 그 정씨 영감이라는 점쟁이가 점을 쳐서 소도둑을 잡은 이야기를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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