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SRF 환경영향조사 ‘원칙’도 ‘합의’도 없었다
전문위원회의서 ‘과업내용서’ 오류 지적 제기
전남도, 범대위 동의 없이 보고서 채택 발표
한난 등 홍보 수단 활용·비난 목소리 확산
민관협력거버넌스 기본합의 정신 위배 논란

나주SRF열병합발전소 가동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전남도청앞에 모여 차량 시위를 벌이고 있다. /독자제공

나주 SRF(고형폐기물연료)열병합 발전소 환경영향조사 최종 보고서가 과업내용서(지시서) 내용과 다르게 작성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또 다른 논란꺼리를 낳고있다. 특히 환경영향조사전문위원회 회의 과정에서 이 문제가 지적됐고 과업내용서 수정안이 환경영향조사 최종 보고서 채택을 위한 선결 조건으로 합의까지 됐지만 끝내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영향조사 최종 보고서가 민관협력거버넌스 만장일치로 채택됐다는 한국지역난방공사 및 전남도 기존 주장에 실금이 그어질 판이다.

◇환경영향조사 최종 보고서 발표 40분 앞두고…

민관협력거버넌스 및 환경영향조사전문위원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나주 SRF 환경영향조사 최종 보고서 채택을 위한 환경영향조사전문위원회 회의(비공식)가 지난 7월 9일 오후 2시께 전남도청 내 한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앞서 7월 2일 진행된 환경영향조사전문위원회 6차 회의에서 안건으로 나온 환경영향조사최종보고서 채택에 관해 전문위원들의 합의 도출을 위한 사실상 마지막 회의였다.

회의엔 민관협력거버넌스를 구성하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지역난방공사(이하 한난), 전남도, 나주시, 범대위(나주열병합발전소 쓰레기 연료 사용반대 범시민대책위원회)에서 각 추천한 전문위원(2명씩)10명 중 7~8명만 참석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전문위원들은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진행된 시험가동 및 본가동을 통해 얻은 6개 분야 66개 항목들에 대한 조사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다.

회의는 환경영향조사 항목별 측정 값과 산정방식, 발전소 가동 이후 환경 영향 등에 대해 환경영향조사 용역을 맡았던 ㈜도화엔지니어링 관계자가 직접 브리핑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브리핑에 앞서 일부 전문위원들은 도화 측에 환경영향조사 검사결과 초안을 줄것을 요청했다. 순수 데이터 값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것. 하지만 도화측은 보안상(?)이유 등을 들며 이를 거절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신 조사 내용이 가공·압축된 본안 보고서를 전문위원들에게 건넨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약 15분간 회의가 진행되던 상황에서 범대위 측 전문위원이 환경영향조사 최종 보고서 내용과 과업내용서 목차가 서로 다른점, 측정 값 산정 방식 등이 첨부된 일부 내용이 부실한 점 등 총 3가지 문제점을 지적, 이를 개선할 것을 요청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부분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환경영향조사 최종 보고서 채택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도 함께 전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환경영향조사 최종 보고서를 채택하는데 있어 사실상의 ‘필요충분조건’인 셈.

과업내용서는 사업 전체 계획안에 일종으로 환경영향조사 최종 보고서의 제작 방향과 기본 설계를 결정짓는 방향자로서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과업내용서 절차를 따르지 않고 내용이 변경될 경우엔 이를 관계 기관이나 관계자에게 설명하고, 변경 사유 등을 보고서 등에 별도로 명시해야 한다.

급박한 상황을 인식한 당시 환경영향조사전문위원회 위원장은 도화측에 이 부분을 수용할 지 여부를 물었고 도화 측 관계자가 이를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한 뒤에야 환경영향조사최종보고서가 채택됐다. 시간은 오후 3시 20분께였다. ‘수용 후 채택이 아닌 채택 후 수용’이란 다소 이해가 되지 않는 방식으로 환경영향조사 최종 보고서 채택이 결정된 셈이다.
 

나주 SRF열병합발전소 가동으로 인해 직접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 일부 농민들이 전남도청 앞에서 지역 농산물 피해 예방 을 위한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독자 제공

◇합의 절차 무시된 환경영향조사 채택 발표

문제는 환경영향조사 전문위원회 회의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현장에 있던 민관협력거버넌스 관계자들이 자리를 옮겨 회의(거버넌스 18차 회의)를 진행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전남도 관계자를 비롯한 회의 참석자들은 약 17분간의 짧은 회의를 마친 뒤 이날 오후 4시께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환경영향조사측정값 전체 항목 수치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거버넌스 합의끝에 환경영향조사 최종 보고서가 채택됐다는 내용이었다.

범대위 측 환경전문위원은 이 소식을 뒤늦게 듣고 소위 ‘벙졌다(어이없다는 뜻의 은어)’는 느낌을 받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불과 몇 십 분전 과업내용서 수정 문제로 열띤 토론과 합의를 이뤄냈는데 합의문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 범대위 측 사전 설명이나 동의 없이 기습·단독적으로 이뤄진 발표였기 때문. 주민수용성 조사 이전까지는 환경영향조사결과를 홍보활동에 이용하지 않는다는 범대위측 약속도 저버리는 행동이었다. 7월 27일 거버넌스 실무협의회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음에도 묵살됐고, 수정하겠다고 약속했던 과업내용서도 결과론적으로 바뀌지 않았다.

이처럼 ‘번개불에 콩 구워 먹듯’ 대외적으로 알려진 환경영향조사 최종보고서는 현재까지도 한난과 전남도가 ‘나주 SRF발전소가 안전하다’는 홍보수단으로 사용 중인 상황. 이는 대구·김천 등 SRF발전소 문제로 시끄러운 타 지역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절차와 합의가 철저히 무너진 채 탄생한 나주 SRF환경영향조사 최종보고서는 범대위 탈퇴로 민관협력거버넌스 해체가 이뤄진 현 시점에서 서로를 불신하고 배척하는 단초가 되고 있다.

여론 악화에도 전남도는 물론 한난은 이번 환경영향조사가 모든 이들의 합의에 의해 도출된 결과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심지어 지난 7월 9일 진행된 비공식 환경영향조사전문위원회 회의 진행 사실조차 부정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환경영향조사 최종보고서 및 과업내용서 공개는 할 수 없다며 발을 빼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환경영향조사 최종 보고서 채택 과정에서 불거진 과업내용서 관련 논쟁은 그 당시 이미 전문위원들끼리 합의가 된 내용이다”며 “과업내용서를 공개할 수 없는 것은 민관협력거버넌스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논란이 안됐던 내용들이 거버넌스 해체 이후 불거지고 있는데 대해 매우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중·서부취재본부/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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