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사설-기아차 노조 파업 시동, 경제위기 안 보이나

기아자동차 노동조합이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 신청을 하며 파업에 시동을 걸었다. 이어 다음 달 3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 중노위는 늦어도 다음 달 4일까지 조정 중지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만약 중노위에서 노사 간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는다고 판단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고, 투표 결과 쟁위행위에 찬성하는 조합원의 비율이 50%를 넘을 경우 기아차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기아차 노사는 지난 22일까지 9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고 한다. 노조는 전기차와 수소차 시대를 맞아 인력 감축을 우려해 전기·수소차 모듈 부품 공장을 사내에 만들라고 요구하고 있다. 잔업 30분 보장, 노동이사제 도입, 통상임금 범위 확대, 정년 연장 등의 요구안도 사측에 제시했다.

기아차 노조의 행태는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국내 경제·사회 상황과 국제 경기 침체로 인한 자동차산업 위기를 맞고 있는 회사 사정과는 아랑곳없이 내몫만 챙기면 된다는 이기주의다. 기아차의 올해 상반기 판매량은 116만대로 지난해 같은 같은 기간의 135만대에 비해 20만대 가량 감소했다. 이 가운데 해외판매는 88만2천95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나 급감했다. 이처럼 글로벌 판매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가 과도한 요구를 하는 것은 재무악화와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은 기아차 노사가 친환경차·자율주행차 중심의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변화와 코로나19 이후 시장 격변에 대비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다. 노조가 파업하면 차량 생산과 수출 차질, 매출 손실로 이어져 코로나19로 살얼음판을 걷는 회사를 더욱 어렵게 할 것이다. 노사는 갈등을 접고 상생과 협력을 통해 위기 극복을 위한 생산성 혁신과 고통 분담에 공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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