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제4화>기생 소백주 (제10회)운명의 장난
<제4화>기생 소백주 (제10회)운명의 장난
그림/김리라(성균관대 미술학부 졸업)

그림/김리라(성균관대 미술학부 졸업)

“아-?윽!”

신음 같은 선 비명을 짧게 지르는 신씨 부인의 눈 끝에 파란 봄 하늘에 불 번개가 인 듯 번쩍 비추었다가 산산이 부서져 흩어져 내리더니 이내 가물가물 빨갛게 물들어 버리는 것이었다. 봄 하늘의 아득한 벽공(碧空)이 깨어져 이지러지는 처참한 고통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한참동안 드높은 태풍 몰아치듯 격랑 하는 파도가 몸을 수십 차례 휩쓸고 지나가더니 어느 결 파란 봄 하늘이 눈앞에 잔잔하게 펼쳐지는 것이었다. 육중한 바윗돌처럼 온몸을 짓누르던 고통도 사라지고 홀가분한 미풍이 깊은 속살을 차갑게 건드리며 파고 들었다. 희미하게 가물거리던 정신이 아물아물 돌아오고 있었다.

“에구머니나!”

이 험한 꼴을 누가 보기라도 한다면 어쩔 것인가! 신씨 부인은 자신이 온통 새하얗게 발가벗겨져 으슥한 풀숲위에 누워있음을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라 일어서며 재빨리 풀어헤쳐진 저고리며 치마를 바르게 둘러매었다. 그리고는 산발한 듯 늘어진 머리칼을 바르게 했다.

‘천벌을 받아 급살을 맞아 죽을 놈!’ 신씨 부인은 그렇게 웅얼거리며 가느다란 숨을 몰아쉬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 사내놈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 무슨 가혹한 운명인가? 사나운 흉몽이라도 꾼 것은 아닐까? 자신의 처지가 서러워 북받쳐 오르는 슬픔을 애써 외면하며 신씨 부인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어서 이곳을 피해 가던 길을 갈밖에는 다른 방도가 없었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그곳을 벗어난 신씨 부인은 산 아래 정씨 점쟁이 영감이 사는 마을을 향해 부리나케 발걸음을 재촉하는 것이었다. ‘이 무슨 기구한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가!’ 가까스로 혼비백산한 정신을 겨우 가다듬으며 신씨 부인은 허겁지겁 도망가듯 산길을 내려갔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얼마간 내려가니 산 아래 삼십여 호 초가가 옹기종기 들어선 아담한 산골 마을이 나타났다. 신씨 부인은 마침 한손에 호미를 들고 들을 나가는 마을의 늙은 할머니를 길에서 만나 정씨 점쟁이 영감 집을 물었다.

“할머니, 귀신처럼 점을 잘 본다는 영감님 집이 어디인가요?”

“아! 점 보러 오는 아낙인가 보네! 그 영감이 귀신은 귀신이지! 사방에서 사람들이 다 몰려와!”

늙은 할머니가 그렇게 말하며 저 위 골목 돌담길을 지나 대나무 숲이 빙 두른 집이라며 손가락질을 하며 자세히 가르쳐주는 것이었다. 신씨 부인은 돌담길을 따라 푸른 대나무가 숲을 이룬 집을 어렵지 않게 찾아갔다. 

눈앞에 너른 마당 안에 지난 가을 초가를 새로 해 올린 아담한 초가집이 보이는데 그곳이 정씨 점쟁이 영감 집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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