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제4화>기생 소백주 (제11회) 정씨 점쟁이
<제4화>기생 소백주 (제11회) 정씨 점쟁이
그림/김리라(성균관대 미술학부 졸업)

그림/김리라(성균관대 미술학부 졸업)

봄볕이 푸근하게 쏟아지는 마당을 지나 큰방 마루에 도착하니 아니나 다를까 점을 보러온 아낙들이 방안에 콩나물시루처럼 빼곡히 가득 앉아있는 듯 신발이 여러 켤레 토방에 놓여있었다.

“어르신 계신가요?”
신씨 부인이 방문 밖에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누구 또 점 보러 오셨남?”
방안에 있던 중년의 여인이 벌컥 문을 열고 말했다.

“예, 제가 어려운 가정사가 있어서.........”
신씨 부인이 말하며 방안으로 들어섰다.

“허어!?점 볼 것 없어!?그것 참 모든 것이 다 잘 해결되었구만!”

서너 명의 아낙들에게 둘러 싸여 아랫목에 앉아있는 수염이 허연 노인하나가 신씨 부인 얼굴을 떡 올려다보더니 대뜸 그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가 그 용하다는 정씨 점쟁이 영감이었던 것이다. 

신씨 부인을 지긋이 쏘아보는 그 눈매가 송곳 끝처럼 매서운 데가 있었는데 다시 보니 마치 세상의 도(道)를 다 깨달은 자처럼 온화한 인상의 순일무잡(純一無雜)한 얼굴이었다.

“무 무엇이........해해 해결되었다는 것인가요?”

아직 점을 볼 내용도 말하지 않았는데 모든 것이 다 해결되었다니 신씨 부인은 느닷없는 말에 정씨 점쟁이 영감을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더듬거리며 말했다.

“지금 젊은 새댁이 산길을 지나오면서 큰일을 당하고 오는 것 아닌가!”

“예! 무무........무 무슨 일을요?”

‘헉! 그놈에게 방금 당한 그 몹쓸 일은 나와 하늘과 그 천벌 받을 놈 외에는 절대로 아무도 몰라야 할 일이 아니던가!’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신씨 부인이 금세 얼굴이 새빨간 홍당무가 되어 화들짝 놀라 모기만한 소리로 더듬거리며 겨우 말했다.

“방금 그 사내놈은 그곳에서 몇 발짝 가지 못하고 급살을 맞아 바로 죽었어! 지금 집으로 돌아가면서 저고리를 거꾸로 입고 그 사내놈 시체 앞에서 ‘아이고!?아이고!?아이고!’하고 딱 세 번만 곡을 하고 가! 그렇게 하고 집에 가보면 남편 병이 다 나았을 것이야!”

‘뭐라고! 저 자가 지금 귀신인가? 사람인가?’

저 정씨 점쟁이 영감이 마치 신씨 부인이 방금 전 저 산 고개 마루에서 흉악한 사내놈에게 붙들려 몹쓸 짓을 당한 그 일을 마치 두 눈으로 직접 보기라도 한양 말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운이 좋지 못하여 어쩔 수없이 못된 놈에게 당한 일은 당한 일이라 치더라도 저 정씨 점쟁이 영감의 말처럼 곧 숨이 넘어 갈 것만 같은 남편의 몸이 다 나았다고 한다면 그 이상 좋은 일이 없지 않겠는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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