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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일보 기고-김장 김치

기사승인 2020.11.19  18:3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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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김치

김종국<농촌진흥청 기술전문위원>

갈바람에 곱게 물들었던 단풍잎들은 아직도 못 다한 가을 이야기가 너무 많은데, 눈치 없는 초겨울 찬바람은 이제는 가을이 아니라 겨울이라며 자꾸 확인하려 합니다. 이렇게 대자연의 섭리는 가을의 다음 순번인 겨울을 자꾸 내세우려 합니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는 이맘때가 되면 집집마다 월동준비를 합니다. 그 중 하나가 김장입니다.

김장은 맛있는 배추를 고르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배추는 들어 보아서 무거운 것을 골라야 속이 꽉 차 있습니다. 겉잎의 흰색과 녹색이 선명하며, 줄기의 흰 부분을 눌렀을 때 단단함을 확인해야 합니다. 또 배추 속을 먹어보면 아삭아삭하고 달고 식감이 좋아야 합니다. 겨울부터 여름까지 오랫동안 두고두고 먹을 김장 배추는 햇볕을 충분히 받고 충실하게 자라야 맛이 좋고, 김치찌개를 끊여도 쉽게 물러지지 않습니다.

배추 고르기가 끝나면 배추의 숨을 죽이기 위해 소금에 일정시간 염장을 해야 합니다. 살아 숨 쉬는 배추의 숨을 죽여야 다양한 양념들과 어우러져 발효된 건강식품 김장 김치로 다시 태어날 수 있습니다. 거칠고 빳빳한 배추를 씻어 굵은 천일염을 뿌려주며 절입니다. 이때 사용하는 소금은 2~3년 전에 미리 구입해서 짜고 쓴 간수가 쏙 빠진 천일염(天日鹽)이 좋습니다. 그래야 배추의 달콤한 맛이 살아납니다. 김장의 고수들은 이 절임작업이 김장 김치의 맛을 결정한다고들 합니다.

집집마다 김치 맛의 차이는 젓갈이 결정합니다. 깔끔하고 시원한 맛을 좋아하는 서울 경기지방은 주로 새우젓을 사용합니다. 그러나 김치의 감칠맛과 깊은 맛을 좋아하는 전라도지방은 멸치젓을 사용합니다. 김장에 들어가는 새우는 깨끗하고 통통하며 국물이 뽀얗고 노랗게 잘 삭아야 김치를 담아 놓으면 고소하고 시원합니다. 멸치젓을 고를 때에는 국물이 맑고 잡냄새가 적어야 합니다. 비린내가 없는 것을 골라야 합니다. 새우젓과 멸치젓은 반드시 프랑스 게랑드 소금보다 좋다는 우리나라 천일염으로 염장해 만든 젓갈을 써야 합니다.

김장 김치는 잘 비벼지고, 양념들이 잘 어우러져야 제 맛이 납니다. 김장 김치에 들어가는 재료는 각기 저마다의 독특한 맛과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젓갈과 태양초 고춧가루·파·마늘·생강·청각 등 다양한 양념들이 일단 잘 어우러져야 합니다. 종합적인 양념이 만들어지면 이 제각각의 양념들은 자기 색깔보다는 조화로움으로 제 값을 합니다. 여기에 김장의 미학(美學)이 있습니다. 배추와 양념과 정성이 담긴 손맛의 절묘한 어우러짐이 있어야 제대로 된 김장 김치가 탄생합니다. 김장은 담그는 사람이나 지방은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 여러 재료들이 어우러져야 제 맛을 낸다는 원리는 다르지 않습니다. 맛있는 김장 김치의 비결은 최상의 재료나 최고의 손맛이 더해져야 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여기에 가족들의 건강을 챙기는 김장 명인 가정주부들의 정성이 더해졌을 때 더 깊은 맛을 연출합니다. 김장 문화는 지난 2013년 유네스코에 등재된 인류무형문화유산입니다. 우리만의 전통이고 독창적인 고유문화입니다. 가족과 이웃이 정을 나누게 하는 한국인의 정서입니다.

김장의 화룡점정은 담근 김치를 온 가족들이 둘러 앉아 맛을 자체 평가하는 시간입니다. 이때는 푹 삶은 돼지고기가 빠져서는 안 됩니다. 특히 돼지고기는 목살이면 더욱 좋습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막 지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밥과 한국인의 술 소주를 곁 들이면 더할 나위없습니다. 여기에 싱싱한 생굴을 잔뜩 넣어 갓 비빈 김치에 돼지고기를 싸서 서로의 입에 넣어 주는 따뜻하고 훈훈한 시간입니다.

그러나 올해는 김장철을 맞은 농업인들의 얼굴이 그리 밝지 않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난 여름 50여 일간의 긴 장마로 채소 값이 좋았습니다. 언론에서는 배추가 아니라 금추라고 했습니다. 농업인들은 김장 배추를 심으면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모종을 심고 정성스레 가꿨습니다. 지금 전국의 배추 작황은 좋습니다. 농산물은 공급량이 소비량보다 조금만 많아도 가격은 크게 떨어집니다. 배추 작황이 좋으면 기뻐해야 할 농업인들의 그늘진 얼굴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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