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차 전용구역, 나로부터 시작된 안전

윤성상(광주서부소방서 119재난대응과장)

한 번쯤은 아파트, 기숙사와 같은 공동주택 내 노란색 바탕에 흰색 글자로 ‘소방차 전용구역’ 표시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화재 등 각종 사고 발생에 출동한 긴급 소방차량 및 특수차량의 신속한 현장 활동을 위해 지정 된 주차구역이다. 공동주택에 화재가 발생하게 되면 가장 중요한 것이 초기 진압이다. 그러나 일부 공동주택의 좁은 주차공간은 소방차의 현장 진입을 지연시켜 신속한 초기 대응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17년 12월 발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를 생각해보자. 당시 화재에 대한 원인으로 건물 구조나 자재, 소방시설 등 다양한 문제들이 제기 되었지만 그중에서도 피해를 키운 주요 원인은 불법 주차 차량으로 소방차의 현장 진입이 지연되었던 점이다. 불법 주차된 차량으로 인해 화재 진압에 가장 중요한 골든타임을 놓쳐 피해를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다. 이토록 안타까운 일이 되풀이 되지않기 위해, 소방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2018년 8월 10일부터 소방차 전용구역 설치 의무화 및 주차 등 방해 행위 금지 관련 법률이 시행되었다.

소방차 전용구역 방해 행위로는 전용구역에 물건 등을 쌓거나 주차하는 행위, 전용구역 진입로에 주차하여 전용구역 진입을 막는 행위, 전용구역 노면표지를 지우거나 훼손하는 행위, 그 밖의 방법으로 소방 자동차가 전용구역에 주차하는 것을 방해하거나 진입하는 것을 방해하는 행위 등이 해당된다.

이 법안은 소방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일사천리로 처리되었을 만큼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이다. 다만, 아쉬운 점으로는 개정안 이후 건축 허가를 받는 대상부터 개정된 소방기본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는 점이다. 법률 개정 당시 기존 공동주택에 대해서도 소급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민원 등의 우려로 인해 제도 개선이 통과되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법령 시행 후 공동주택 내 소방차 전용구역 주·정차 관련 안전신문고, 생활불편 신고 등 민원이 증가함에 따라 서부 소방서에서는 아파트 화재 시 신속한 인명구조와 화재진압이 우선되어야 함에 따라 기존 공동주택 대상에 대해서도 관련 법령 안내, 사회 안전 문화 정착을 위한 안내문 발송 등 홍보활동으로 제도적 정착에 힘쓰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 개선을 위해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시민 개개인의 의식 변화이다. 나로부터 시작된 사소한 노력이 공동체의 안전으로 나아간다는 점을 공감하고 실천하므로 소방차 전용구역의 불법 주·정차 문제가 해결되는 첫 디딤돌이 될 것이다.

화재 위험이 증가하는 겨울, 불조심 강조의 달을 맞아 작은 불시가 큰불이 되기 전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소방 활동의 어려움이 없어야 할 것이며, 한순간의 편리함보다는 나와 내 이웃 그리고 우리 가족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구역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며 소방차 전용구역 확보에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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