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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28)기이한 방

기사승인 2020.12.01  18: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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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28)기이한 방
<제4화>기생 소백주 (29) 기이한 방
그림/이미애(단국대 예술대학 졸업)

그림/이미애(단국대 예술대학 졸업)

그렇다면 지금 김선비 자신은 또 어떠한가? 천운도 지운도 인운도 모두 가득한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시운은 어떠한가? 작금의 실정은 이정승 같은 외척이 온갖 권세를 누리는 시대였다. 호랑이 없는 산에는 여우가 왕 노릇 한다더니 틀림없이 그런 시대였다.

그런 시대의 선비는 힘이 없어 불의의 세상을 바로 잡지 못한다면 초야에 묻혀 학문을 벗 삼아 욕심 없이 자신의 청정한 가슴에 품은 굳센 뜻 하나 우뚝 지키고 고단하게 사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아야 하는데 김선비는 그 간악한 여우에게 모든 집안의 재물을 탈탈 털어 뇌물로 바치고 벼슬을 구걸하려 했으니 인생의 최하위 밑바닥까지 가버렸지 않은가! 천운에 벼슬자리가 없는 것을 뇌물을 바쳐 사려한 것이 아닌가! 천운에 왕 자리가 없는 수양이 살육을 통해 왕위를 거머쥔 것과 무엇이 다른가? 하늘의 이치에 부당하기는 수양이나 김선비나 다 마찬가지가 아닌가!

“아하하하하! 그리하여 불가(佛家)에 이르기를 삼일수심천재보(三日修心千載寶)요, 백년탐물일조진(百年貪物一朝塵)이라 했던가!(삼일 동안 닦은 마음은 천년의 보배요 백년동안 탐한 재물과 권력은 숨 끊어지는 하루아침 먼지가 되어버리는구나!) 아아! 조선 천지에 나 같은 바보천치가 또 어디 있단 말인가! 탐욕으로 썩어 빠진 이내 가슴엔 모진 설한풍만 들이치구나!”

김선비는 누가 듣거나 말거나 개의치 않고 미친놈같이 큰 소리로 처량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며 남으로 끝없이 이어진 길을 하염없이 따라 걸었다.

점심도 쫄쫄 굶고 바삐 걷는다고 걸었는데 땅거미가 질 무렵 당도한 곳은 수원이었다. 허기가 질대로 진 몸에 기운이 다 빠져 머리에 어질어질 현기증이 났다. 지나오면서 배고픈 속에 우물물만 잔뜩 들이켰더니 더욱 시장기가 더하였다. 엽전 한 닢 없는 자신의 처지에 과연 어디에 들어가 시장기를 때우고 잠을 청해 다시 길을 떠날 것인가? 바보처럼 아무런 대책도 없이 무작정 먼 길을 떠나온 자신을 생각하면서 김선비는 답답한 가슴을 치며 어디 기가 막힐 구원자라도 있을 양 막연한 기대를 하며 수원거리를 이리저리 헤맸다.

한참 거리를 헤매는데 길모퉁이 담벼락 앞에 사람들이 여럿 모여 웅성거리는 것이었다. 김선비는 무슨 일인가 하고 사람들 틈에 끼어들었다. 사람들은 모두 벽에 붙어있는 기이(奇異)한 방(訪)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내용인즉 ‘수원 기생 소백주가 서방님으로 삼을 글 잘 짓는 선비를 찾는다.’는 것이었다.

“저게 무슨 소리인가요?”

김선비는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영문을 몰라 검은 수염을 늘어뜨린 넓은 갓을 쓴 옆 선비에게 물었다.

“그대는 아직 저것을 모른단 말인가?”
<계속>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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