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연회 가보니>

‘연극적 환상’ 시작부터 웃음보 터진다

현대적 대사·코믹 연기 완벽한 조화

액자 속 액자 구성으로 신선함 선봬

빠른 전개에도 지루함도 ‘보완 필요’
지난달 30일 광주시립극단 연습실에선 정기공연 ‘연극적 환상’의 시연회가 열렸다. 사진은 시연회 모습.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유창한 불어로 공연전 입장과 휴대전화 매너 등을 안내하는 배우들, 그 옆에 실제 통역이 맞는지 의구심이 드는 수화까지…오프닝부터 관객의 웃음을 자아낸다. ‘큰일이다. 공연 시작 전부터 웃음이 터진다’

지난달 30일 광주문화예술회관 광주시립극단 연습실에선 정기공연 ‘연극적 환상(L’Illusion Comique)’의 시연회가 개최됐다. 지역 예술단체에서 시연회를 갖는것은 드문일이지만, 국내에서 초연인 작품을 선보이는 만큼 시민들에게 완벽한 공연을 선사하기 위해 본 공연에 앞서 스토리와 무대 장치 등을 최종 점검하는 차원에서 마련된 것.

이날 시연회에는 선욱현 연출을 비롯해 출연 배우와 스텝, 공연 담당 기자들과 문예회관 관계자 등 30여명이 참여했다.
‘연극적 환상’은 프랑스 고전 희극 중 잘 알려지지 않은 명작이다. 17세기 유럽 대륙을 풍미했던 고전주의 희곡의 창시자인 ‘피에르 코르네유(Pierre Corneille)’의 작품, 1635년 프랑스 마레극장에서 초연된 이후 기이한 극적 구조로 큰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 받는다.

광주시립극단이 선보이는 ‘연극적 환상’은 ‘인생은 연극이요 마법이다’라는 말처럼 무대 속에서 또다른 이야기가 펼쳐지는 액자 속의 액자 형식으로 전개된다. 극은 아들을 찾고 있는 아버지가 마술사 동굴을 찾아가 그동안 아들이 겪은 사건들을 환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아들이 겪은 일련의 사건들은 배우들의 재현을 통해 진행되는데, 이야기 속의 또다른 이야기를 보는 것 처럼 관객들의 눈길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시연회를 감상하면서 든 생각은 “이게 17세기에 만들어진 작품이라고?”하는 의문이었다. 아침·안방 드라마 등에서나 전개될 만한 현대적 막장 스토리를 프랑스 고전 희극 작품에서 만나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질감 없이 번역된 작품 스토리를 바탕으로 유머 등 현대적 요소를 가미한 대사와 배우들의 익살스러우면서도 뻔뻔한 연기가 어우려져 90분간 반전의 반전을 선보였다. 무엇보다 다양한 유행어와 ‘바이러스에 효험이 좋은 약’ ‘테스형~’ 등 익숙한 요소들이 관객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오면서도, 장면 곳곳에서 내뱉어지는 직설적인 대사는 관객들의 마음을 ‘훅’ 파고 들었다. 여기에 배우들의 현란한 몸짓과 리액션은 극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며 볼 수록 빠져들게 만든다. 결말 또한 궁금해진다.
다만, 빠른 스토리 전개에도 찾아오는 지루함은 보완이 필요해보인다. 3시간 짜리의 극을 1시간 30분으로 압축시켜 주요 장면만을 연출하지만, 스토리 전개를 위해 배우들의 설명으로 이뤄지는 부문들은 흡사 시속 120㎞로 달리던 차량이 제한속도 60㎞의 단속카메라를 마주한 것과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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