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시대, 교육의 미래

김보라 <호남대 상담심리학과 교수>

김보라 호남대 교수
IT강국을 넘어 AI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담은 ‘AI 국가전략’이 발표된 지 어느덧 1년이 되었다. 데이터3법이 통과되었고, 민간의 빅데이터 진입 장벽이 낮아졌고, 대학에 관련 학과들이 신설되고 있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은 현재 그리고 앞으로도 당분간 가장 핫한 키워드 중 하나로 남을 듯하다. 이쯤에서 ‘왜 인공지능인가? 그게 뭐길래?’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리더십 전문가인 사이먼 시넥(Simon Sinek)은 무엇(what)과 어떻게(how)보다 왜(why)를 묻는 리더가 진정한 혁신과 성공을 이끈다고 말한 바 있다.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로 세계를 선도하는 기업들이 경쟁사들에 비해 반드시 기술력이 우월했던 것은 아니다. 이들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삶의 방식, 인간과 기술에 대한 기존의 신념을 바꿨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즉, ‘무엇(제품)’도 ‘어떻게(기술)’도 아닌 바로 “내가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화두 덕분에 이동전화기가 스마트폰으로 진화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전화를 거는 기계라는 틀에서 벗어나 한 손으로 노래 듣기, 인터넷 검색, 영화 보기 등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게 해주는 기기라는 관점의 전환이 일개 컴퓨터 회사였던 애플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의 스마트폰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사람을 이해하는 기술은 결국 기술을 이해하는 사람으로부터 나온다. 그래서 인공지능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있어 기술력만큼 중요한 것은 인간의 욕구와 동기와 심리에 대한 이해력을 갖추는 것이다. 그 어느때보다 인간 냄새 나는 공학자, 기술을 이해하는 철학자가 필요하다. 충돌 사고가 불가피할 때 자율주행 자동차가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하는가에 대한 윤리적 딜레마 논쟁은 대중에게 인공지능기술이 얼마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 각인시켰다. 독거노인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인공지능 스피커, 시각/청각 장애인의 귀와 입이 되어주는 인공지능 앱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기술 개발이 우리 삶의 질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담은 기술의 본질은 결국 인본주의이다. 융합 교육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프트웨어와 코딩, 기계학습을 교육한다고 학생들의 인공지능 기술 감수성이 높아지지는 않는다. 기능 중심이 아니라 사용자 중심의 기술을 개발하려면 사람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 그래서 최근의 인공지능 융합 연구의 중심에 심리학이 있는 것이다. 인간의 감각과 지각, 동기와 정서, 인지적 정보처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심리학적 지식이 인공지능기술 개발의 방향성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조만간 초중등 AI(인공지능) 교육이 의무화될 것이고, 대학에서는 관련 학과들이 신설되거나 확대되고 있으며, AI 평생교육의 기회도 늘어날 것이라고 하니 AI 관련 교육에 막대한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 중심의 인공지능 기술을 구현하려면 단순 기술 중심의 지식 교육에만 치중해서는 안된다. AI 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왜”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인재들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교육이 나아가야 한다. 우리가 언제 행복한지, 왜 분노를 느끼는지, 어떤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느끼는지, 어떨 때 공부가 잘되는지, 왜 우울한지, 언제 지루해하는지, 왜 누구는 사랑하고 누구는 싫어하는지…. 이러한 질문들은 인간에 대한 시선과 세상을 바라보는 철학과 근본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을 구하는 노력이 함께 있어야 인간에 대한 이해도와 공감력이 높은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AI 기술과 AI 교육은 단지 한 시대의 유행어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일부로 자연스레 녹아들 것이다. 기술 때문에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공포 대신에 AI 로봇 심리학자, 컴퓨터 윤리 전문가, 기술 철학 컨설턴트, 언어기술자와 같은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는 희망과 우리의 삶의 질이 높아지리라는 기대가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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