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32)사내들
<제4화>기생 소백주 (32) 사내들
그림/김리라(성균관대 미술학부 졸업)

그림/김리라(성균관대 미술학부 졸업)

나라의 임금도 그의 글재주를 높이 사서 과거에 급제 시키고 그의 재주를 인정해주고 높은 벼슬을 내려 부리고 있건만 소백주는 그런 관리에게도 여지없이 낙방을 먹이며 ‘호호호호홋!’ 마음껏 비웃는 것이었다.

또 어떤 부류의 사내는 비굴하게도 아첨 가득한 내용의 글을 써내는 것이었다. 그것 또한 낯 간지러운 꼴불견이었다. 어디 아첨할 곳이 없어서 한갓 인생의 최하위 밑바닥인 천한 기생에게 글재주랍시고 아양을 잔뜩 부리면서 허망한 감정을 죄다 들어내 보이고 체신 머리 없이 알랑거리려하니 이 또한 바로 구겨져서 불 쏘시개거리로나 써야할 것이었다.

“도무지 글을 배운 선비라 할 수 없는 한심하고 비루한 족속이로군! 사내의 기백도 기상도 전연 없으니 어찌 저들이 세상의 정의와 낭만을 알랴! 하물며 인간의 사랑을 알까 부냐! 그럭저럭한 탐욕에 빠진 아낙이나 만나 평생 그 등살에 기대어 밥맛타령이나 하고 알랑거리며 헛기침이나 하고 살다가 가야할 비루한 인생이구먼!”

소백주는 그저 씁쓸한 미소를 마음속으로 삼키는 것이었다. 한 부류는 제 잘났다고 기고만장하여 교만하게 날뛰는 것이 고작이고, 또 한 부류는 저 못났다고 잘 좀 봐달라고 잔재주를 부리며 설설 기고 들려하니 참으로 둘 다 상종해서는 아니 될 꼴불견들이었다.

있어도 없는 듯 고요하고, 없어도 있는 듯 든든한 정신의 푯대가 없는 그저 한심한 속물들뿐이었다. 거기다가 쥐꼬리 같은 자신의 재주와 경력과 지위를 들이대며 뇌물에 연줄을 동원해 득세한 그저 이름과 돈다발과 지위만 있는 그야말로 앞뒤가 모조리 구리고 추저분하기 짝이 없는 어리석은 속물들이 도무지 부끄러운 줄 모르고 나 잘났다고 허장성세(虛張聲勢)를 떨며 철없는 어린아이처럼 오로지 탐욕만으로 덤비던 것이다.

“이 나라에 제대로 된 사내다운 사내 하나 없고, 그럴듯하게 말과 겉만 앞세우는 가짜들만 오만 곳에서 득실득실 개판을 치니 이 나라가 이토록 탐욕스런 욕망으로만 굴러갈 밖에…가진 만큼 표독하고, 없는 만큼 비굴하고 그러하니 사방천지가 어지럽고 부정부패가 난무할 밖에…”

적어도 소백주는 저들 부류 사내들의 앞과 뒤가 얼마나 다른지를 잘 알고 있었다.

목적으로 삼는 단 꿀을 빨기 전에는 온갖 위세와 갖은 아첨을 떨며 덤비다가도 막상 원하는 것을 얻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나 몰라라 쥐도 새도 모르게 갖은 변명으로 비겁하게 배신 짝을 턱 놓고 ‘나 잡아봐라!’ 하고 아예 줄행랑을 쳐버리거나, ‘이제 너는 내 것이다!’ 라고 제 멋대로 생각하고는 하찮은 계집이라, 그것도 기생이라 얕잡아보고는 마음에 들지 않으면 오만 악다구니를 쓰며 폭력도 마다않고 마구 휘두르면서 교활한 독재자처럼 암팡지게 틀어 앉아 사납게 군림하며 지배하려 드는 것이었다. 저들과 무슨 인간의 순정한 사랑을 나눌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은 꿈이요 환상이란 걸 기생 소백주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계속>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