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41)비몽사몽
<제4화>기생 소백주 (41)비몽사몽
그림/이미애(삽화가)

그림/이미애(삽화가)

김선비는 이런 뜻밖의 우연에 기가 막힌 인연도 다 있구나싶어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순간 ‘아!’하고 탄성을 지를 뻔 했다.

세상에 살다보니 기생에게 글이 합격하는 행운도 다 있더란 말인가! 어허허허! 그러고 보면 이 야밤에 남의 집 헛간 신세를 지며 거지처럼 맨흙바닥에 뒹굴며 묵어갈 신세는 면한 것이 아닌가!

김선비는 아낙을 따라 ‘어흠! 어흠!’ 낮게 헛기침을 하며 이게 꿈이냐? 생시냐? 비몽사몽(非夢似夢) 가느다란 정신 줄을 겨우 붙잡고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김선비가 일하는 아낙을 따라 방안으로 들어가 앉자 큰방 옆으로 긴 대발이 쳐져 있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인생의 장난인가! 김선비는 정신을 가누며 방바닥에 점잖게 앉아 ‘어흠!’ 하고 헛기침을 했다.

“선비님! 시를 잘 읽었습니다. 문재(文才)가 뛰어난 진솔한 선비님을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순간 낭랑한 여인의 목소리가 대발 쳐진 저쪽에서 김선비의 귀 고막을 치며 들려왔다.

분명 소백주의 목소리였다, 그 소리는 봄날 꽃잎에 앉은 벌의 날갯짓이나 나비의 소리 없는 펄럭임처럼 투명하고 맑아 그 목소리만으로도 그녀가 얼마나 아름다운 여인인가를 짐작할 수 있었다.

김선비는 뛰는 가슴을 부여잡고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허! 허흠! 그대의 혜안이 각별하여 마음에 들었다면 그게 얼마나 다행이겠는가!”

김선비는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두르고 겸양을 갖춰 말했다.

“그래요 선비님, 감사합니다. 주제넘게 제가 한마디 묻겠습니다. 그래도 될까요?”

소백주가 김선비를 이제 면접시험을 치르려는 것일까? 김선비는 그 말에 저 기생 소백주가 무슨 뚱딴지같은 질문을 하려나 하고 당황 했으나 예서 멈칫거릴 수는 없었다,

“어 허흠! 내 비록 견문이 짧다고는 하나 어찌 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김선비는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했다.

“좋아요! 선비님, 기꺼이 받아주신다니 감사합니다. 그럼 질문을 드리지요. 세상을 살아가는 인생들에게는 네 가지 삶의 유형이 있다고 하는데 그것을 아시는지요?”

김선비는 그 말을 듣고 순간 당황했다. 네 가지 삶이라? 그게 무엇일까? 도대체 저 기생 소백주가 무슨 답을 원하는 것일까? 도무지 그 마음을 김선비는 헤아릴 길 없었다.

그렇다고 입을 다물고 있을 수도 없었다, 김선비는 속으로 끙! 하고 신음을 토했다. 기생 소백주의 질문이 여러 인생살이의 유형을 물을 만큼 심오할 줄이야 꿈에나 생각했겠는가?

김선비는 저 여인이 참으로 특별한 여인은 여인이구나 생각하고는 이윽고 입을 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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