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58)옹기장수 아내
<제4화>기생 소백주 (58)옹기장수 아내
그림/이미애(삽화가)

그림/이미애(삽화가)

홍수개는 그 여인의 얼굴을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그것은 정말 봄바람에 피어나는 붉은 기운 올라 발갛게 자태를 나타내는 한 송이 복숭아꽃이었다. 고요한 호수에 맑은 여울을 차고 날아올라가는 청둥오리처럼 맑게 빛나는 눈동자에 진달래 꽃잎처럼 부끄러운 뽀얗게 물든 뺨에서 마치 건강한 젊은 여인네의 향기가 전해져 오는 것만 같았다.

홍수개는 이미 정신을 잃고 있었던 것이다.

‘허허! 저 형편없는 옹기장수 주제에 제법 근사한 각시를 달고 다니는구나! 절대로 그래서는 아니 되겠지! 아암! 그럼 그렇지!’

홍수개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불꽃처럼 타오르는 욕망을 억누르며 재빠르게 계책을 궁리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추운 겨울날 하릴없이 못생긴 꽃잎 져가는 마누라나 쳐다보고 지내기가 짜증이 났고 그렇다고 멀리 사람들 많은 거리로 나가 만판 즐기며 지낼 엽전도 이제는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저런 어여쁜 꽃이 제 발로 굴러 들어왔으니 수캐골의 천하 난봉꾼 홍수개가 가만 둘리가 있겠는가 말이다. 마음에 드는 여인이라면 조선의 양녕이라던가 누구라던가 하는 왕자가 그랬다고 하던데 유부녀든 처녀든 혈족이든 누구든 가리지 않고 갖은 수작을 다해 제 품에 안고야 말았다고 하는데 한갓 옹기장수 아내쯤이야 홍수개에게는 식은 죽 먹기가 아니고 무엇이랴!

“허! 허흠! 옹기가 아주 좋네 그려! 이 옹기 다해서 얼마인가?”

홍수개는 속으로 저 옹기장수 각시를 빼앗아 차지할 갖은 수작을 재빠르게 셈하며 얼른 그렇게 말했다.

아무래도 저런 생활고에 시달리는 푼돈에 매달려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자들의 환심을 사려면 우선 돈냥부터 던져주고 볼일이었던 것이다. 아니다. 돈냥이 많음을 과시하며 틈을 내보이며 찰싹 달라붙게 수작을 걸어야 했던 것이다.

“아이구! 어르신! 그 말씀 지지......... 진 진짜입니까?”

홍수개의 말에 반색을 하고 비명을 지르듯 말하는 것은 오히려 젊은 옹기장수였다.

“이놈아! 너는 속고만 살아왔느냐! 너 지금 감히 누굴 의심하려 드는 것이냐!”

홍수개는 날카롭게 눈을 치뜨며 젊은 옹기장수를 쳐다보며 말했다. 의심의 뭉치를 절대로 고개를 들지 못하도록 애초에 싹을 확 분질러 잡아 꺾어 대번에 짓밟아버려야 했던 것이다.

“아이구! 어르신 아닙니다요! 아이구 잘못했습니다요!”

달구지 황소 고삐를 잡은 젊은 옹기장수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수그리고 말했다.

“좋다! 그럼 나를 따라오너라!”

홍수개는 아버지 제사에 쓸 돼지를 알아보려고 아랫집으로 향하던 발길을 돌려 자기 집 마당으로 그 옹기달구지를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일단 사냥을 해서 맛나게 시식을 할양이라면 집안으로 깊숙이 끌어 들여놓고 그 다음 수를 두어야 하는 것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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