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기고-신축년에 우생마사(牛生馬死)의 교훈을 품자

<정기연 前 전남 영암신북초등학교 교장>

올해는 신축년(辛丑年) 흰 소의 해다. 소는 몸집이 크고 둔하지만, 농경문화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농사일을 돕는 일꾼의 역할을 한다. 농부의 뜻에 따라 말을 잘 들으며 논밭을 갈고 짐을 운반하는 달구지를 끌며 연자방아를 돌려 방아를 찧기도 한다.

예로부터 우생마사(牛生馬死)라는 고사성어가 있는데 이 말은 수영을 못하는 소는 살고 수영을 잘하는 말은 물에 빠져 죽었다는 데서 비롯된 말이다. 홍수 때 거센 물을 수영을 잘하는 말은 거슬러 올라가려고 하다 힘이 부쳐 물에 빠져 죽었고, 수영을 못하는 소는 물의 흐름을 타고 내려가 강가 얕은 곳으로 밀려 빠져나가 살게 된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긴 장마와 홍수로 마을이 물에 잠기자 축사를 탈출한 소들이 지붕 위로 몸을 피한 모습이나 침수를 피해 떼 지어 도로를 달린 소들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뉴스를 생산한 주인공은 장마 폭우로 떠내려간 소가 전혀 다른 지방에서 발견된 경우였다. 전북 남원의 젖소는 60㎞ 떨어진 전남 광양시 섬진강에서 발견되었고, 경남 합천의 한우는 80㎞나 떨어진 밀양시 하남읍 낙동강 변에서 발견되었다.

보통 저수지 같은 곳에서는 말이 소보다 훨씬 수영을 잘한다. 말은 물에 빠지더라도 재빠르게 수영해서 빠져나온다. 그러나 소는 덩치가 커서 물에는 잘 떠 있지만, 수영이 능하지 못해 느릿느릿 허우적거리며 물가로 나온다. 장마기에 홍수가 나서 급류가 생기면 소는 헤엄을 잘 못치기 때문에 물에 둥둥 떠서 물길에 휩쓸려 떠내려간다. 매우 위험하지만 어디 심하게 부딪혀 다치지만 않으면 발이 닿는 곳까지 떠내려가 천천히 걸어 나온다.

반면 말은 동물 중에 수준급인 수영 실력이 있어서 엄청난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려고 헤엄을 친다. 실제로는 말은 부피가 작아서 급류에 매우 약하다. 특히 물살이 심한 곳에서는 말은 수영해서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려고 하고 또 급한 물살에 밀리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힘이 빠져 익사를 한다. 뛰어난 수영 실력을 갖추었지만, 결국 힘이 다해 익사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소는 살고 말은 죽는다고 해서 우생마사라고 한다. 어려울 때일수록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지혜를 발휘해야 살아날 수 있다는 교훈이다. 80㎞나 떠내려온 소가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고자 했다면 힘이 빠져 익사했을 것이다.

소는 거대한 물길이라는 환경을 본능적으로 알고 받아들인 것이 분명하다. 우생마사의 교훈은 장마철 홍수에서뿐만 아니라 일상 생업에서도 많은 의미를 시사한다. 물에 휩쓸려 내려갔던 소가 80㎞ 후방 강가에서 살아 있는 것이 발견된 것은 소가 물을 거슬러 가려 하지 않고 물의 흐름대로 물에 따라 내려갔기 때문이다.

우리 인생도 어떤 어려운 홍수 같은 일에 봉착했을 때, 자기의 지혜와 능력만 믿고 말처럼 거슬러 올라가려는 사람은 실패하게 되고, 반대로 특별한 능력은 없지만, 순리대로 따라가는 사람은 실패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우생마사의 교훈을 좌우명으로 새기고 실패 없는 인생이 되었으면 한다.

코로나19 감염 때문에 경제가 위축되고 있으며 모든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어려움에 부닥쳐 있다. 마치 우리는 홍수에 떠내려가는 말과 소와 같은 지경에 이른 것이다. 어떻게 하든지 살아야 하는데 말처럼 현실을 외면하고 탈출하려 하면 죽고 현실에 순응하며 정부의 방침에 따르면 살게 될 것이며, 가다 보면 코로나19가 물러난 안전한 강가에 이를 것이며, 강가로 빼져 나온 소처럼 새로운 일상의 새 출발을 해야 한다. 올해는 모든 생업에 우생마사의 교훈을 마음에 품고 느슨하게 순리대로 살았으면 한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