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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일 남도일보 대기자의 세상읽기-광주천변 어느 노숙자의 죽음

기사승인 2021.01.19  17: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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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일 남도일보 대기자의 세상읽기
광주천변 어느 노숙자의 죽음
박준일(남도일보 대기자)

 

역대급 한파와 폭설이 휘몰아치던 일주일 전 광주천변에서 한 노숙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날은 영하 5도 안팎의 추운 날씨였다. 그는 언론에서 노숙자 A씨로 지칭되었다. A씨는 유촌동 광주천변 한 다리 밑 공터에서 폐기물을 수거하던 환경관리공단 직원에 의해 발견됐다. 경찰은 그가 밤사이 추위에도 불구하고 다리 주변에서 노숙하다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그의 사망 소식은 몇몇 지역 언론을 통해 몇 줄 단신으로 처리되어 그렇게 묻혀갔다.

언제부터, 어떻게, 노숙자로 내몰려 혹독한 추위 속에 얼어 죽게 되었는지, 가족은 있는지, 그의 시신은 어떻게 처리되었지 알지 못한다.

한 사람의 생명이 이승과 작별할 때 슬프지 않은 죽음이 있을까. 많은 노숙자들이 가족들로부터의 버림, 사회적 냉대, 사업의 실패, 극심한 빈곤 등 이런저런 이유로 가족 또는 친구, 이웃들조차 기억하기 싫어하는 노숙자가 되어 홀로 세상을 등진 채 산다. 그러다 10년 또는 20년 지나 죽어서야 가족들을 찾지만 그 누구도 시신조차 인수하려 들지 않는 슬픈 죽음이다.

영하의 날씨에도 그를 맞아줄 따뜻한 잠자리는 고사하고 침낭이나 모포 한 장 나눠주지 못한 우리 복지정책의 사각지대가 아프게 다가온다.

몇 년 전 미국 헐리우드의 톱 배우 키아누 리브스의 노숙 생활이 언론에 소개된 적이 있다.

그는 폭풍 속으로, 엑설런트 어드벤쳐, 매트릭스, 콘스탄틴 등 무려 11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그런 그가 덥수룩한 머리와 허름한 자켓을 입고 거리를 배회하자 사람들은 여러 추측을 했지만 진짜 이유는 연인이었던 제니퍼 사임의 사망 때문이었다.키아누 리브스는 그녀를 지키지 못한 심한 자괴감과 죄책감에 집에서 나와 거리를 전전하며 노숙 생활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광주천변에서도 사회적 약자들의 죽음은 여럿 있었다. 2017년 8월에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한꺼번에 쏟아진 빗물에 휩쓸려 산책로 바로 옆에 설치된 빗물 배수 수문에서 하천으로 빠져 숨졌다. 2014년에도 노숙자가 급류 사고로 숨졌고 2008년에는 기습 폭우로 급류에 휘말린 장애인이 숨지는 인명 피해가 있었다. 또 2007년 9월에는 광주천 상류 방학교 아래에서 노숙자 B씨가 숨져있는 것을 동료 노숙자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숨진 B씨는 1년 반 전부터 노숙 생활을 해오다 변을 당했다. 잊을만 하면 광주천변에서 사회적 약자들의 죽음 소식이 전해진다. 사망사고가 나면 잠시 언론이나 시민단체 등에서 자치단체와 산하기관에 대해 책임소재를 질타하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지나간다.

이번 겨울은 전 세계가 코로나와 함께 닥친 강추위로 특별하다. 겨울에도 영상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일이 드문 대만에서 7일 오후부터 48시간 동안 126명이 사망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추위에 취약한 심혈관계 질환 노인 환자들이 대부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홍콩에서도 갑작스런 한파로 11명이 숨졌다고 한다.

지자체가 사회복지시설이나 종교시설 등과 연대해서 갈 곳이 없는 그들을 위해 추운 겨울만이라도 이들이 거처할 수 있는 곳을 마련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그동안 노숙인 문제는 서울역이나 용산역, 강남 버스터미널 같은 서울에서나 있는 얘기로 치부하던 터다. 남루한 옷차림과 쾨쾨한 냄새, 음주와 고성으로 이용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또 대합실 의자를 몇 개씩 차지해 잠을 자거나 화장실 세면시설을 이용한다.

지방자치단체별로 노숙자가 몇 명이나 있는지 이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 자료가 있는지 묻고 싶다.

코로나가 1년이 넘도록 지속되는 가운데 추위까지 겹치면서 노숙자나 기초생활수급자들에 대한 건강이 걱정된다. 특히 거리에 방치된 노숙자들을 돌보기 위한 대책이 요구된다.

정부의 노숙자 정책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거리로 내몰린 노숙자들이 사회 문제화 되면서 본격화됐다. 그러나 현행 국민기초생활 보장법은 주소지의 해당 동사무소에 신청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주거지가 없는 노숙자는 이마저도 받을 수 없다. 대부분 노숙자는 주민등록이 말소되었거나 이름도 성도 없이 사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기초생활보장 대상자에게 주는 생계급여나 기초연금, 장애인연금은 물론이고 정부가 코로나 이후 지급하고 있는 긴급재난지원금도 받지 못한다. 이들은 철저하게 복지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지만 우리는 이들의 권리를 찾아주는데 소홀하거나 외면한다. 어떤 이유로든 노숙자로 내몰린 사람들에 대한 지자체와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노숙자들이 얼어 죽지 않게 돌 볼 수 있는 시설 운영은 어려운 것일까.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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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 2021-01-22 02:37:57

    제발 빨리 시설 운영을 확대했으면 좋겠습니다.사업실패로 노숙자 되었어요.
    제기하고 싶습니다. 일자리도 없고.아무것도 없네요. 슬픈 현실에. 다들 자살만 생각합니다.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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