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태 전남대 명예교수의 남도일보 특별기고
오빠와 자기
김원태(전남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대중가요는 한 시대의 인간관계와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시대의 일상적 호칭이 노래 가사에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노래 제목과 가사에서 나오는 우리나라 남녀간의 호칭은 시대에 따라 ‘임(님)’, ‘그대’, ‘당신’, ‘너’, ‘자기’, ‘오빠’로 순차적으로 변화되거나 중첩돼 표현됐다. 이중에서 ‘임(님)’은 존경하고 사모하는 대상에 사용했던 가장 오래된 호칭이다. ‘임이라 부르리까’(이미자), ‘님과 함께’(남진), ‘임아’(펄시스터즈), ‘님은 먼곳에’(김추자), ‘님 그림자’(노사연) 등의 대중가요에 두루 쓰였다.

‘임(님)’에 이어서 가사에 많이 나온 호칭은 ‘그대’이다. ‘그대와 사랑은 옛이야기’(최희준), ‘젊은 그대’(김수철), ‘나 항상 그대를’(이선희), ‘그대 그리고 나’(소리새) 등 많은 곡에서 사용됐다. ‘임(님)’이나 그대’는 상대방을 존중하면서도 품격 있게 부르는 말이지만 요즈음 현실언어에서는 고어처럼 여겨져 잘 쓰지 않는 말이 됐다.

‘그대’에 이어서 ‘당신’이 다수 등장했다. 황금심의 옛노래 ‘알뜰한 당신’을 필두로 오늘날까지 대중가요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당신은 모르실거야’(혜은이), ‘당신도 울고 있네요’(김종찬),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수영) 등의 노래가 많이 있다. 그러나 실제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여보’와 마찬가지로 ‘당신’이라는 말도 어른들이 주로 쓰는 표현으로 여겨져 그들의 언어생활에 잘 쓰이지 않고 있다.

‘당신’에 이어서 나온 것이 ‘너’이다. 이문세의 ‘붉은 노을’을 보면 “난 너를 사랑해, 이 세상은 너 뿐이야, 소리쳐 부르지만 저 대답 없는 노을만 붉게 타는데”라고 하면서 직설적인 지칭으로 ‘너’를 쓰고 있다. ‘그건 너’(이장희), ‘너에게로 또 다시’(변진섭), ‘너를 위해’(임재범) 등의 노래에도 ‘너’가 활용됐다. 이것은 상대방을 친밀하게 부르는 말이기는 하지만 현실 언어에서 반말 또는 낮춤말로 많이 쓰이기 때문인지 요즈음에는 ‘너’를 사용한 노래를 찾아 보기 어렵다.

‘너’에 이어서 현재 사회생활에서 많이 쓰이고 있는 ‘자기’가 노래 가사에 반영됐다. ‘자기’라는 말은 상대방을 정답고 애틋하게 부르는 살가운 표현이다. 태진아는 ‘자기’라는 힛트곡에서 “자기 귀여운 자기, 자기 소중한 자기, 자기 만나 행복하네요”라고 노래했고 또 ‘자기가 좋아’라는 노래도 발표했다.

대중가요에서 ‘오빠’가 등장한 것은 1939년에 발표된 김영춘의 노래 “홍도야 울지마라 오빠가 있다. 아내의 나갈 길을 너는 지켜라”라는 가사의 노래가 최초이다. 그리고 동요 ‘오빠생각’은 “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면 비단 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하는 노랫말이 오빠 동생 사이의 애틋한 정을 잘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박현빈의 ‘오빠 한번 믿어 봐’는 친오빠가 아닌 연인을 오빠라고 부른다. 가수 왁스의 ‘오빠’는 “오빠, 그녀는 왜봐, 거봐 그녀는 나빠, 이젠 나를 가져봐”라며 노골적으로 유혹하는 가사까지 나온다.

요즈음 ‘오빠’라는 말이 남녀 사이에 많이 쓰이고 있다. 90세가 넘은 송해에게 게 젊은 여자 출연자들이 ‘오빠’로 부르는가 하면 미스터트롯의 임영웅에게 50대 부인이 ‘오빠’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는 케이팝을 좋아하는 외국 여자가 한국 가수를 ‘오파’라고 부르는 일도 있었다. ‘오빠’라는 호칭이 친밀감 있고 애교스러운 표현이기는 하지만 너무 많이 사용되는 경향이 있고 특히 결혼 후 아이가 있는 경우에도 오빠라고 하는 것은 자연스럽지도 바람직스럽지도 않다고 하겠다.

국립국어연구원이 펴낸 ‘우리말의 예절’에 보면 결혼 후에 오빠라고 하는 것은 어법에 맞지 않아 결코 써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오빠’ 대신 바람직스러운 호칭으로 ‘자기’를 쓸 것을 권하고 싶다. ‘자기’는 결혼전 연인사이부터 노부부간에 이르기까지 두루 쓰이는 정다운 표현이며 상대방이 연하라도 자연스럽게 쓸 수 있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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