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롯데케미칼, 배출조작해 녹색기업 혜택 누려

유독물질 염화수소 법적 허용기준 크게 초과 배출

2009년부터 녹색기업·전남도 자율점검업소 지정

법원판결로 본 여수산단 배출조작 비리백태(5)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롯데케미칼 공장/장봉현 기자
전남 여수국가산단 내 롯데케미칼이 대기오염물질 배출값 조작을 통해 행정절차 간소화 등 녹색기업의 혜택을 누려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재판과정에서 특정물질을 기준치보다 크게 초과하고도 이를 조작해 환경관리 자율점검업소로 지정받는 등 전남도와 관련 기관을 속여 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1단독(허정룡 판사)은 지난달 28일 환경분야 시험·검사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환경팀장 기모(44)씨와 업무담당 정모(34)씨 등에 대해 벌금 7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대기오염물질배출 1종 사업장인 여수 1공장과 2종 사업장인 2공장의 자가 측정대행업무를 2015년부터 유한회사 지구환경공사에 맡겨왔다.

이 과정에서 롯데케미칼 안전환경 담당인 정씨 등은 2015년 1월께 여수 1공장의 배출시설에서 염화수소(HCl)가 법적 배출허용기준인 5ppm을 크게 초과한 63.541ppm의 결과값이 나오자 측정 대행업체에 이를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지구환경공사는 결과값을 법적 배출허용기준 이내인 1.5122ppm으로 허위 기재한 대기측정기록부를 발행했고, 정씨는 허위 결과값을 대기배출원관리시스템인 SEMS에 입력했다.

배출조작은 이때뿐만 아니라 장기간,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정씨와 또 다른 직원, 환경안전팀장인 기씨는 2014년 8월께부터 2019년 1월까지 같은 방법으로 거짓 기록한 대기측정기록부를 총 137부를 발행받아 SEMS에 입력하는 등 관리를 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이 조작한 염화수소는 염산이 기화된 화학물로 자칫 사람에게 큰 피해를 일으킬 수 있는 유독성 강한 물질이다.

이런 유독물질을 배출하고, 측정 결과값을 조작해오면서 환경부 녹색기업, 전남도 자율점검업소로 지정되는 등 각종 행정 혜택을 받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케미칼 1공장은 지난 2009년 12월 영산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녹색기업으로 지정됐다. 조작 사건 발생 이후인 2019년 8월 지정 취소됐다.

2공장도 2009년 9월 전남도로부터 자율점검업체로 지정됐다. 이후 2017년 10월부터 재지정됐다가 지난해 2월 자진 반납했다.

자율점검업소 지정제는 최근 2~5년간 각종 오염물질의 배출허용기준을 위반한 사실이 없는 우수업체를 엄격한 심사를 거쳐 지정하는 제도다. 자율점검업소로 지정되면 행정기관의 지도점검이 대폭 면제된다.

기업 스스로 또는 측정대행업체에 맡겨 오염물질 배출 수준을 측정하고, 기준치를 초과하는 결과가 나오면 자체 개선하는 식이다.

녹색기업은 오염물질의 현저한 저감, 자원·에너지 절감 등 환경개선에 크게 기여하는 사업장으로 환경부 장관이 지정한다. 녹색기업은 환경배출시설 신규 설치에 따른 신고가 간소화되며 환경 지도·단속 규제도 면제되는 등 다양한 혜택이 주어진다.

그러나 롯데케미칼 여수공장은 2017년 9월과 2018년 11월께 전남도 지도점검, 2018년 9월께 영산강유역환경청의 지도점검 당시 담당 공무원에게 조작된 대기측정기록부를 제시해 속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도 대행업체와 짜고 배출농도 측정값을 조작해 염화수소와 암모니아 등 오염물질의 배출허용기준 초과 배출에 따른 초과부과금도 면제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결과적으로 환경부의 대기오염 관리 종합계획 수립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지적이다.

검찰은 이번 판결에 앞서 공소장에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환경담당자들은 측정업체와 짜고 전남도의 개선명령 또는 조업정지명령 등 행정처분과 초과부과금 부과를 면했다”며 “대기오염물질 측정값을 실제 배출량보다 낮게 입력함으로써 환경부 오염관리 종합계획 수립에 영향을 미쳤고, 관리감독 업무도 방해했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이 같은 행위는 인정되지만 일부 혐의의 증거부족 등을 이유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롯데케미칼 1·2공장을 비롯한 삼남석유화학 등 대기오염물질 측정대행을 맡긴 유한회사 지구환경공사와 관련이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동부취재본부/장봉현 기자 coolman@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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