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87) 아내
<제4화>기생 소백주 (87) 아내
그림/김리라(성균관대 미술학부 졸업)

그림/김리라(성균관대 미술학부 졸업)

하얀 말 등 위에 앉아 넋 나간 듯 망연히 자신의 집 있던 곳을 바라보던 김선비 앞에 머리칼이 눈 같이 허연 한 노인이 골목길을 지팡이를 짚고 내려오더니 반갑게 말했다.

“어허! 이게 뉘신가요! 분명 이 집에서 글을 읽던 김선비가 아니시던가요?”

한손에 지팡이를 짚고 서서 허연 수염을 날리며 김선비를 올려다보며 인사말을 건네는 이는 뒷집에 살던 최노인이었다.

“예! 어르신, 그동안 잘 계셨는지요?”

“아이구 맞네! 김선비가 맞는구려. 대체 이게 몇 년 만에 집에 오시는 것이오.”

최노인이 까마득한 옛날 김선비가 집 떠나는 것을 생각했던지 반가운 소리를 했다. 김선비는 말 등에서 훌떡 뛰어내려 최노인 앞에 서며 말했다.

“그런데 어르신! 도대체 우리 집이며 식구들은 지금 다 어디로 가버렸습니까?”

김선비는 살던 옛 집이 깡그리 사라져 버리고 그곳에 대궐 같은 커다란 집이 들어서 있는 것을 보고는 떨리는 가슴으로 우선 급한 것부터 묻는 것이었다.

“아! 식구들이 다 어디로 가다니요. 지금 저 집에서 다들 잘살고 있지요.”

“예!...... 그그 그게 정말인가요?”

그 말을 들은 김선비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최노인의 말에 고개를 자꾸 갸우뚱거리며 그 커다란 집을 다시금 쳐다보았다. 대체 이게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온 식구가 다 굶어 죽게 되었다고 하더니 어디서 많은 돈이 생겨 저토록 우람한 집을 새로 지었단 말인가? 하늘에서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 도깨비 방망이라도 뚝 떨어졌단 말인가?

“어서 들어가 보시지요. 식구들이 얼마나 반가워 할 것 인가요!”

최노인이 멍하니 놀란 눈빛으로 그 집을 바라보며 서있는 김선비에게 말했다.

“어허! 이이 귀신이 곡할 노릇이로고!.........”

김선비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말고삐를 잡고 우뚝 선 솟을 대문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그때 대문 안에서 가을바람에 흩어지는 낙엽을 바라보고 서있던 김선비 아내의 귓전에 낯익은 서방님의 목소리가 대문 밖에서 들려오는 것이었다. ‘내가 잘못 들었겠지?’ 하고 다시금 귀 기울여 들어보니 정말 서방님의 목소리였다. 김선비 아내는 부리나케 달려 나가 대문 밖을 기웃거리게 되었고 눈 안에 하얀 말고삐를 부여잡고 선 남편 김선비가 뒷집 최노인과 인사말을 나누고 있는 것이 들어왔다. 김선비 아내는 반가움에 대문 앞을 뛰쳐나가며 지체 높은 양반집 부인네 체면도 버리고 크게 소리쳤다.

“서방님! 너무 여러 해가 되어서 자기 집도 잊어버리셨나요? 어서 들어오시지 게서 무엇하고 계시나요?”

소리치며 대문을 나오는 여인을 보니 김선비의 아내가 분명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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