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과 대선구도

김명진(호남대 초빙교수, 전 청와대 행정관)

기본소득이 정치권의 뜨거운 이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축으로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유력 대선 주자들의 이 지사에 대한 협공이 펼쳐진다. 지난 코로나 재난소득 지원으로 기본소득과 유사한 경험을 하게 되면서 국민들 사이에서도 관심이 점차 확대되는 양상이다.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경우와 이미 경험 해본 후는 큰 차이가 있다. 지금은 이재명 지사의 대표 공약으로 굳혀졌지만 기본 소득의 역사는 오래됐다. 1986년 결성된 기본소득 유럽네트워크가 2004년 기본소득 지구네트워크로 확대 되었다. 우리나라는 2016년 서울에서 총회를 열었다. 2019년 노벨 경제학 수상자 바네르지와 뒤플로 박사와 실리콘 벨리의 성공한 최고경영자(CEO)들인 빌게이츠, 엘론 머스크, 마크 저크버크, 그리고 프란치스코 교황도 도입 필요를 언급했다.

기본소득은 모든 국민에게 아무 조건 없이 일정금액을 정기적으로 지급한다는 구상이다. 이재명 지사는 단기적으로 예산을 아껴 25만원씩 두 번 1년에 50만원을 지급하고, 중기적으로 조세감면 축소를 통해 분기마다 25만원씩 년 100만원을 주고, 장기적으로 기본소득 목적세(환경세, 데이터세, 로봇세, 토지세 등)를 만들어 10년 후쯤엔 기초생계비 수준인 월 50만원, 한 해 600만원을 지급하자는 주장이다.

대선 경쟁주자들의 생각은 다르다. 공세도 계속된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세금이 2배 증가되고 성공적으로 실행되는 나라는 알래스카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왜 지금 쓸데없는 논란이냐며 재난 피해자들에게 좁고 두텁게 지원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정의롭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고 거칠게 반응한다.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기승전 기본소득은 틀렸고 논의도 시기상조다’고 직격했다.

야권 비난은 더 거세다. 유승민 전 국회의원은 ‘매표행위, 악성 포퓰리즘’,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소득주도성장의 허경영식 선동판’이라고 혹평했다. 하지만 이재명 지사의 대응은 비교적 여유 있어 보인다. 어느 후보도 피해 갈 수는 없는 시대적 과제인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 해소 방안을 선점했다는 판단 때문일까.

이재명 지사의 기본소득에 대한 전략적 기본입장은 세 가지다.

첫째, 기본소득도입은 시기문제일 뿐 결코 피할 수 없으니 우선 시작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단기, 중기, 장기 구상을 얘기 하지만 재정여건이 허락 하는 대로 시작하자는 입장이다. 소액부터 조금씩 늘려 가면 소비 진작효과로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국민들이 이미 체험을 했고 맛보기가 맛있으면 소비자는 구입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둘째, 기본소득은 복지정책이면서 경제정책임을 강조하고 현금이 아닌 사용기간과 사용처가 제한된 소멸성 지역 화폐로 지급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현금으로 지급되면 소비대신 불안한 미래를 위해 저축하게 되니 시장에서 즉시 소비되는 지역화폐여야 한다는 얘기다. 경기도 현장에서 성공한 경험이 축적돼 있는 자신감의 반영이다. 따라서 기본소득이 소비 수요를 늘려 경제를 선순환 시키려는 사실에 방점을 두고 복합효과를 내는 복지성 경제정책임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셋째, 기존 복지제도는 축소가 없다는 입장이다. 일부 복지제도의 재구조화는 해야 하나 기본 복지혜택을 받는 사람이 손해 보아서는 안 된다고 일관되게 주장한다.

흥미로운 건 비판론자들에 대한 이 지사의 대응 방식이 여야에 따라 뚜렷하게 다르다는 점이다. 국민의 힘의 50% 선별 지급 주장은 ‘갈비 없는 갈비탕’ 등으로 정면 반박 하지만 여당인사들의 비판에는 최대한 고개 숙인 자세를 보인다. ‘비판은 부족함을 메우고 과오를 시정하여 정책의 완결성과 현실성을 높여준다’며 열린 자세다. 기본소득 논의가 이미 일정선을 넘어선 상식이 될 것이라는 자신감 때문일까. 아니면 경기도의 성과를 바탕으로 각종 비판에 대한 대응논리가 촘촘히 준비돼 있어서 일까. 진짜 속내는 선두 주자로서 당내 세력과 다툴 필요가 없다는 영리한 판단 때문일 것이다. 지원세력도 꽤 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국회의원, 시대전환 조정훈 국회의원, 민간연구소 LAB2050도 재원조달방법 등 내용에 차이는 있지만 기본소득 도입을 꾸준히 연구하고 주장해 왔다.

사실상 대선 이슈 경쟁은 시작됐다. 여권에서 기본소득 주장이 없는 상황에서 야권의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꼼꼼히 연구해 온 김세연 전 국회의원등이 기습적으로 제안하고 나섰다면 선거구도는 요동쳤을 것이다. 선거는 구도, 인물, 이슈다. 이슈는 시대정신이 반영되어야 소멸하지 않는다. 기본소득은 누가 머래도 대선 이슈로 계속 커질 것이다. 다만 구도와 인물논의는 이슈선점과는 완전히 다른 장르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