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117) 발악(發惡)
<제4화>기생 소백주 (117) 발악(發惡)
그림/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그림/진소방(중국 사천대학 졸업)

“아! 아악! 아이쿠! 사람 죽네!”

순간 이정승이 깜짝 놀라 날선 비명을 지르며 소리쳤다.

“아하하하하하! 이놈! 내 너를 오늘밤에 저 깊은 강물에 던져 빠쳐 물고기 밥을 만들어 줄거나? 아니면 저 뜨거운 불에 활활 태워 흔적도 없이 검은 재를 만들어 바람에 날려 버려줄거나? 이놈 마야! 바다 건너 온 마냐? 검은 하늘을 날아온 마냐? 네놈 한 놈 욕심 채우자고 죄 없는 백성을 괴롭히고 죽인 악마야! 어떻게 삼천리강산에 깊이 맺힌 이 한(恨)을 풀거나! 너는 이제 오늘밤 꼼짝없이 죽었구나! 내 어찌 해주면 좋겠느냐?”

김선비가 방안이 통째로 무너져라 우뢰같이 소리치며 장롱을 다시 덜커덩 잡아끌었다.

“아이쿠야! 여보게! 나나! 이이!……이 이정승일세! 아이쿠! 내 내 죽을죄를 졌네! 사! 사! 사람 살려! 사람 살려! 사사 사 사람 살려!”

비좁은 장롱 속에 갇힌 이정승이 식은땀을 발가벗은 온몸에 주르륵 흘리며 젖 먹던 힘을 다해 발악(發惡)을 하며 넋 나간 듯 사정없이 소리쳤다.

“엥! 이정승이라니? 이 이게 무슨 말인가? 허허! 이놈! 마야! 너 살겠다고 이제 이 나라의 훌륭하신 이정승을 마음대로 갖다 붙이면 내가 속을 줄 아느냐? 하하하하하하! 이놈이 보통 요물이 아니로구나! 저 살겠다고 이 나라에 학덕 높고 고명하신 제일가는 이정승을 갖다 대며 흉악한 꾀를 다 부리는구나! 허허허! 이놈아! 그깟 잔꾀가 통할 것 같으냐!”

김선비가 다시 장롱을 덜커덕 끌며 사납게 소리쳤다.

“아 아니! 나나 저저 정말 이이이 이 이정승일세! 내 잘못했네! 사사 사람 좀 살려 주시게나! 거 거거 거기 누구 없소! 사사사 사람 살려! 사람 살려! 사람 살려!”

장롱 속의 이정승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애걸하며 정신이 나간 듯 마구 비명을 질러댔다.

“어허! 장롱 속의 마가 이정승이라! 도대체 왜 하늘같은 이정승이 우리 집 안방 장롱 속에 있는 것이더냐! 팔도강산을 정의롭게 다스리려 노심초사 하시는 저 훌륭한 이정승이 내 안방 장롱 속에 있다! 그 말을 나더러 믿으라고! 이 이런! 빌어먹을 마야! 터무니없는 소릴랑 그만 두어라! 도무지 믿기지 않는구나!”

김선비가 장롱을 바라보며 호통을 쳤다.

“저 정말 나나 이이이 이정승일세! 어흐흐!……이 사람아! 어 어서 문 좀 열어주게! 어흐흐……어어엉!”

이정승이 눈물을 질금거리다가 마침내 울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천하가 다 아는 일국의 정승 체면이 이 무슨 꼴인가! 여색을 탐하려다가 그것도 겁도 없이 여염집 아녀자를 탐하려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이 밤 꼼짝없이 그것도 장롱 속에 갇혀 죽게 되었으니 이 무슨 흉악한 꼴이란 말인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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