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잠시 잊고 섬에서 힐링을

‘찾아가고 싶은 섬’ 선정된 여수 화정면 여자도
 

전남 여수시 화정면 여자도/여수시 제공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안전한 여행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섬 여행이 주목받고 있다.

더욱이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생활형 방역으로 바뀌고,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워진 해외여행 대신 국내여행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 전남 여수 화정면에 있는 여자도를 소개한다.

여자도는 그동안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2014년 정부 주관 ‘찾아가고 싶은 섬’에 선정됐다.

한적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어 코로나19로 지친 현대인들이 정서적으로 위로받기 좋은 섬으로 꼽힌다.

사실 여자도는 조그맣고 딱히 꼬집어서 큰 볼거리를 찾을 수 있는 섬은 아니다.

하지만 잘 정비된 섬 탐방로와 울창한 소나무 숲은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걸을 수 있다. 오죽했으면 소나무가 많아 송여자도(松汝自島)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특히 여자도는 산이라기 보다는 낮은 구릉으로 형성돼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다. 가족, 친구와 함께 좋은 시간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이다.

섬을 여행하는 동안 곳곳에는 주민들이 심고 가꾼 갖가지 꽃들을 만날 수 있다. 사방을 둘러봐도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로 몸과 마음이 지친 지금 인파가 붐비는 기존 관광지보다 그림 같은 어촌 풍경과 자연 친화적인 여행지를 찾는다면 여자도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기를 권해본다.

◇여자만(汝自灣) 중심의 한적한 섬 여자도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는 트래킹 길

잘 가꾸어진 바다 정원을 걷는 느낌
 

여자도를 걷다보면 주민들의 삶과 속살을 그대로 볼 수 있다./장봉현 기자
여자도 골목길. 돌담이 정겹다./장봉현 기자
아기자기한 여자도 벽화. 작은 조각상과 벽화가 섬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장봉현 기자
소여자도와 대여자도를 잇는 ‘붕자어다리’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여자도에는 붕장어가 주 수산물 중 하나다./장봉현 기자
소여자도와 대여자도를 잇는 ‘붕장어 다리’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여자도 주요 수산물 가운데 하나가 붕장어다./장봉현 기자
여자도 해안 트래킹길. 기암괴석과 멋있는 풍경, 시원한 바람과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장봉현 기자
여자도 해안 트래킹길. 기암괴석과 멋있는 풍경, 시원한 바람과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장봉현 기자

전남 여수 여자도汝自島). 이름만 듣고 대개 여자들만 사는 섬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섬을 중심으로 주위 섬들의 배열이 ‘여(汝)’자 형태를 이루고, 육지와 교통이 불편해 모든 생활수단을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했으므로 스스로 ‘자(自)’를 써 여자도라 했다고 한다.

과거에는 ‘넘자섬’으로도 불렸는데 ‘넘’은 넘는다는 뜻이며 ‘자’는 산을 말하는 고어이다. 즉 섬의 높이가 낮아 파도가 산을 넘나든다는 말로 풀이할 수 있는데, 낮은 산으로 이뤄진 섬의 지형을 잘 반영했다.

여수시, 순천시, 보성군, 고흥군으로 둘러싸여 있는 거대한 갯벌 내해인 여자만의 중심에 있는 대표 섬 여자도는 2개의 유인도와 5개의 무인도로 이뤄져 있다. 이 중 큰 섬을 대여자도, 작은섬을 소(송)여자도로 부른다. 대동마을, 마파마을, 송여자 마을로 형성돼 있다.

여자도는 여수시 소라면 복산리의 섬달천에서 작은 도선을 타고 들어갈 수 있다. 하루 네 번 배가 다닌다. 40인승 남짓한 작은 배로 여자도의 첫 번째 선착장까지는 20여분이 소요되며 마지막 선착장인 대동마을까지는 40여분 정도 걸린다. 배 삯은 왕복 1만원이다.

낚시를 즐기는 이들은 가장 먼저 닿는 송여자도에 내려 대여자도와 잇는 붕장어 다리에서 월척을 낚아도 좋다.

끝에서 끝까지 섬 전체를 걷고 싶다면 분교가 있는 서쪽 끝 대동마을에 내려서 동쪽 끝 송여자도까지 걷는 것도 괜찮다. 아니면 반대로 첫 번째 선착장에 내려 대동마을까지 걷는 방법도 있다.

송여자도에 내리면 조용한 섬의 한적함을 느낄 수 있다. 이 섬에는 자동차는 물론 내연기관 운송장비가 한 대도 없다. 대신 전동 오토바이크 등이 주민들의 발이 되고 있다. 배가 닿자 육지에서 들여 온 갖가지 물건을 싣기 위해 전동 바이크가 대기하고 있다.

선착장에서 마을로 접어들면 길가 벽면에 벽화가 예쁘게 그려져 있고 벽을 장식한 조형물이 여행자의 발길을 붙잡는다.

송여자도松汝自島는 소나무가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이 때문인지 마을 뒷산에는 울창한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빼곡하다.

길가에는 마을 주민들이 심고 가꾼 황화코스모스와 꽃양귀비 등이 곳곳에 피어있다.

조금만 더 걷다보면 대여자도를 잇는 인도교인 붕장어다리를 만날 수 있다. 560m 길이의 이 다리는 여자도의 주 어종인 붕장어를 이미지화 했고 옆에서 볼 경우 파도가 넘실거리는 느낌을 표현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 중 하나라고 한다.

다리 위에는 교량낚시터가 있다. 입구에는 ‘몽夢’이라는 제목의 낚시꾼 동상이 있을 정도로 낚시명소다. 장어, 감성동, 숭어, 노래미 등이 잘 잡힌다고 한다.

여자도는 전체적으로 낮은 구릉지대로 높은 산이 없다. 가장 높은 송여자도 정상이 해발 48m다. 당연히 섬을 둘러보는데 그리 힘들지 않게 걸을 수 있다.

코스도 환상이다. 두 섬을 합쳐도 해안선은 7㎞ 남짓 된다. 나즈막한 언덕을 오르내리는 편안한 코스로 이어지며 나무 사이사이로 보이는 뻥 뚫린 바다 풍경을 보며 걷는 길이다. 구불구불한 해안길은 각도를 달리하며 다양한 모습을 보여 준다.

마치 좋은 숲길을 걷는다는 느낌과 함께 때로는 잘 가꾸어진 바다 정원이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걷는 내내 만나는 이름 모를 들꽃은 덤이다.

붕장어 다리를 건너면 대여자도다. 다리 오른쪽으로 해안을 따라 탐방로가 개설돼 있다. 이곳의 매력은 해변에 있다. 해식절벽과 검은 모래 해변, 공룡알을 촘촘히 박아 놓은 듯한 지형은 지질박물관을 방불케 한다.

경치 좋은 해수욕장도 연달아 만난다. 수심도 완만하고 물도 투명하다. 걸으면서 보는 바다는 여러 개의 작은 섬들과 그 뒤의 육지까지 멋진 풍경이 이어진다. 그림 같은 풍경들과 마주하며 걷다보면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마을로 들어가면 주민들의 삶을 그대로 볼 수 있다. 고기를 잡으러 나가는 배, 그늘 아래서 어구를 손질하는 주민, 밭을 일구는 모습 등이 간간히 펼쳐진다.

마을 안길 골목을 걷다보며 은근한 옛 내음과 볼거리들이 쏠쏠하다. 흙 담과 벽화, 집집마다 담장을 넘어오는 치렁치렁한 장미 넝쿨 등 여러 종류의 꽃 등 아름다움이 곳곳에 녹아있다. 사방을 둘러봐도 예쁘지 않은 곳이 없다.

그림 같은 어촌 풍경과 아름다운 해안이 이어지는 여자도는 도심을 떠나 한적한 평화로움과 마음의 느긋함을 얻어가기 좋은 섬이다.

섬 자체가 크지 않기 때문에 작정하고 걷길 원하는 사람에게는 맞지 않겠지만 구석구석 섬의 속살을 볼 요량이라면 추천할 만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작은 섬이다보니 번듯한 슈퍼마켓과 식당이 없다는 것이다. 선착장과 붕장어 다리 초입에 식당과 편의점이 있긴 하지만 365일 장사를 하지 않는다. 경치 좋은 곳에 자리잡고 준비해 간 도시락을 먹는것도 좋을 듯 싶다. 동부취재본부/장봉현 기자 coolman@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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