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말아요’ 스크린으로 되새기는 5·18
안성기 주연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
가해자 눈으로 본 ‘광주’ 이야기 그려
아픔 역사 통해 미래 ‘좋은 빛 좋은 공기’
국가폭력이라는 공통점 두 도시의 이야기

영화 ‘좋은 빛, 좋은 공기’ 스틸 컷

5·18민주화운동 41주년을 앞두고 5월 광주를 소재로 한 다양한 문화 예술 작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음악회를 비롯해 공연, 전시 등 다채로운 행사들이 풍성하다. 특히 상업예술을 대표하는 영화계에서도 5·18을 소재로한 작품들이 잇따라 개봉했다.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와 ‘좋은 빛 좋은 공기’이다.

먼저 1980년대 5월의 광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가 지난 12일 개봉했다. 앞서 영화는 개봉 전날인 11일 한국영화 가운데 예매율 1위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정국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40여 년 지난 지금까지도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진상규명이 되지 않고, 사죄하지 않은 가해자들을 향한 진정한 반성과 사죄를 촉구함과 동시에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메시지를 담아냈다.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는 가슴한켠에 죄책감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한 가장이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반성하지 않는 가해자들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복수에 나선 이는 80년 5월 공수부대원으로 광주에 파견됐던 오채근(안성기 분)이다. 그는 과거에 대한 아무런 가책 없이 호의호식하며 살아가는 5·18가해자들을 찾아나서 ‘진정한 반성이란 무엇인가’라는것을 몸소 보여준다.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 스틸컷

이 작품은 지난해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광주시와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제작을 지원했다. 그해 관객들 앞에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런 코로나19 상황으로 한차례 개봉이 미뤄졌다. 당시 저예산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국민배우 안성기를 비롯해 윤유선, 박근형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영화제작 과정부터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었다.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지금까지 제작된 5·18 소재의 영화는 피해자 관점에서 스토리가 전개돼 ‘그들만의 이야기’라는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는데,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는’ 가해자의 시점에서 4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진행형인 1980년 5월 광주에 대해 뜨거운 화두를 던진다는 점에서 그동안의 작품들과는 또다른 느낌을 선사한다는 것이다.

국민배우 안성기는 영화 속에서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을 잊지 못하고 괴로움 속에 살아가다 아들의 복수를 위해 뛰어드는 전직 군인 ‘오채근’으로 분한다. 그는 반성 없는 세상에 분노를 터트리며 섬세한 내면 연기를 선보인다.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 포스터

또한 박근형은 이번 작품에서 배우로써는 선뜻 맡기 어려웠을 캐릭터로 변신했다. 바로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지휘부였던 박기준이다. 그러나 그는 ‘잊지 말아야 할 오월, 아직 남아있는 고통의 현실을 반성해야 한다’라는 영화 속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망설임 없이 촬영에 임했다는 후문이다.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는 올해 칸월드영화제 장편 부문 최우수작품상, 타고르국제영화제와 싱가포르 국제영화제에서 비평가상을 수상했다. 이외에도 런던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는 등 전 세계 영화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영화 ‘좋은 빛, 좋은 공기’ 스틸컷

앞서 지난달 28일 개봉한 ‘좋은 빛 좋은 공기’는 비슷한 시기 ‘국가폭력’이라는 같은 아픔을 겪은 광주와 지구 반대편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1976~1983)의 투쟁역사를 통해 현재 우리의 미래를 비추는 고고학적인 아트멘터리 영화다.

이 작품 역시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화로, 지난해 광주시가 제작 지원했으며, 광주(좋은 빛)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좋은 공기)의 닮은 역사를 돌아보고 미래의 길을 이야기한다.

영화 ‘좋은 빛, 좋은 공기’ 포스터

영화는 기억하는 이와 남겨진 이의 증언을 교차하며 화면에 제시한다. 과거를 잊지 않기 위해 두려움을 무릅쓰고 아픔이 도사리고 있는 전남도청과 아르헨티나 비밀수용소를 발굴하고 복원하려는 사람들에 대한 기록을 담고 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으로 자식을 먼저 보냈던 광주의 어머니들과 실종된 자식을 찾고자 광장에서 침묵 행진을 하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어머니들은 비록 지구 반대편이라는 먼 물리적 거리로 떨어져 있지만 같은 아픔을 공유한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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