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 영암대불산단 조선소 빛과 그림자
조선업 활기 되찾았으나 일할 사람 없어‘아우성’
글로벌 선박 발주 폭증으로 독(dock) ‘풀 ’ 가동
2016년 경기 최악 때 반도체·건설 등으로 이직
오랜 폐업 탓 숙련공 부족 협력사들 인력난 호소

영암군 대불국가산업단지 전경.

“최근 조선업이 기지개를 펴면서 일감은 늘었다고 하지만 협력업체들은 그동안 문닫은 공장만 해도 수두룩하고 이에 따른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합니다”

14일 오전 찾은 전남 영암군 대불국가산업단지 일대, 조선업의 불황으로 장기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대불산단은 조선기자재 업체가 밀집해 있는 대표적인 클러스터다.

최근 영암 대불국가산업단지 내 조선업 관련 협력업체들의 한숨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업계 불황과 코로나19여파로 얼어붙었던 전남 지역 내 조선업이 조선 경기 회복으로 늘어난 수주로 인해 일감은 늘어나는데 근로자가 없어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한파 극복…다시 열린 조선소

길고긴 불황에 시달리던 조선업에 다시금 훈풍이 불고 있다. 최근 전남 영암군 현대삼호중공업 70만여 평 공장에 있는 배를 만드는 작업장인 ‘독(dock)’에는 빈 곳 없이 초대형 LNG 컨테이너선과 LPG선, 벌크선 등 8척의 건조 작업이 한꺼번에 진행되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LNG 컨테이너선 근처에선 새로 건조될 선박에 쓰일 강철을 덩어리 형태로 잘라내는 작업이 분주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1년 전만 해도 조선업 불황에 코로나19 여파까지 겹쳐 3개 독이 전면 가동되는 날이 드물었으나 최근 상황이 반전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중국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고 글로벌 선박 발주가 늘어감에 따라 한국 조선 업체들이 잇따라 계약에 성공하며 독이 비는 대로 선박이 줄줄이 들어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정동 현대삼호중공업 전무는 “모든 독이 가동되는 것이 몇 년 만인 것 같다”며 “이제 막 바닥에서 무릎을 뗀 기분”이라고 말했다.

조선소에서 8㎞가량 떨어진 전남 영암 대불산업단지. 조선 기자재 업체 300여 곳이 몰려 있는 이 공단은 일감이 없어 3~4년째 문을 닫고 있는 공장이 30여 곳 있다. 찬바람만 불던 이 산단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채용 공고를 내는 업체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선실 내부 설비 협력업체 측 관계자는 “지난 2016년, 경영난으로 전체 직원 중 절반을 내보냈는데 이번에 5년 만에 신규 채용 공고를 냈다”며 “지난해 말부터 선박 주문이 조금씩 늘고 있어 올해는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웃돈줘도 일할 사람이 없다”

이같은 조선업 회복세에도 조선 관련 협력업체들의 한숨은 깊어져만 가고 있다. 신규 채용 공고를 내는 등 새로운 인력 충원에 나섰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은 모양새다.

최근 대불산단 내 업체등에 따르면 산단 내 가동 중인 협력 업체 300여곳에서 일하는 인력은 현재 8천여명에 달한다. 여기에 신규 수주 물량이 증가하면서 약 1천 600여명의 근로자가 더 필요하지만 구할 길이 없어 속앓이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불산단 현대삼호중공업 협력사인 A업체는 80명 정도 인력이 필요한데 현재는 절반 정도인 40명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업체 관계자는 “지금은 연장 근무 등으로 납기를 겨우 맞추고 있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다”며 “최대 수주 물량이 반영될 1년 후부턴 사람이 없어 공장 가동이 중단될 수도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7천여 명이 일하는 현대삼호중 사내 협력사 역시 400명 정도 인력이 부족한 상태다. 높아진 인건비 부담도 부담이지만 인력 자체가 구할 수 없다는 하소연이다.

협력 업체 관계자는 숙련공의 경우 하루 인건비가 20만원을 넘어섰으며 비숙련공도 15만원을 웃돌 정도라고 말한다.

대불경영자협회 관계자는 “조선 경기가 최악인 2016년에 숙련공들이 반도체와 건설 등 업황이 좋은 업종으로 대거 이동해 돌아오지 않는다”며 “외국인 근로자 수급도 어려워 공장 정상 가동에 어려움이 많아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인력난 뿐만 아니라 높아진 원자재 가격도 협력사들을 울상짓게 하고있다.

조선업에 필수인 철강 등 원자재 가격이 최대 60%까지 올랐지만, 협력사와 현대삼호중 간 단가 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 한 관계자는 “매년 연말 물가상승분 등을 반영해 단가 계약이 이뤄졌지만 올해는 4개월이 넘도록 소식이 없다”며 “원자재 상승에도 단가를 동결한다는 등의 소문이 돌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보라미 전남도의원(영암 2)은 “조선업 불황기 때부터 이어져온 대불산단 협력업체들의 근로자 수급 문제는 쉽게 풀기 어려운 난제 중 하나다”며 “신규 채용과 외국인 노동자들을 통한 인력 수급도 중요하지만 기존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현실적인 인건비 보장 여건을 마련하는 등 대안을 마련해 근로 환경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서부취재본부 /양준혁 기자 yj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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