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기획특집 박상신의 소설 이카루스의 강
박상신의 소설 ‘이카루스의 강’
   
 

박상신의 소설 ‘이카루스의 강’

<18·욕망(慾望)의 강 그리고 겨울 무지개>-9

그리고 익명의 제보자인 한 여인의 억울한 죽음에 초점을 맞추며 최치우가 죽음을 맞이한 장소와 그녀 죽음의 상관관계를 명백한 증거로 밝히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그 기자는 최 총리 아버지 최길문의 친일 행각을 낱낱이 밝히고, 최치우가 아비 길문을 독립운동가로 둔갑해 가는 과정을 비교적 소상히 알리고 있었다. 취재 중간에 몇 년 동안 미제(未濟)로 남았던 현삼건설 김 부사장의 죽음, JR 그룹 강 전무와 그 부모를 살해한 일 등 이 모든 일이 최치우의 지시로 일어난 증거 자료를 화면에 여과 없이 방영하며 논리적인 방송을 이어나갔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춘삼의 눈엔 핏발이 서렸고 과일 쟁반을 들고 나오던 현정도 그 방송을 듣다 놀랐는지, 쟁반을 바닥에 내동댕이치며 주저앉고 말았다.

그 시각 청와대 비서실엔 전화가 빗발치고 있었다. 인터넷과 개인 SNS에선 죽은 총리, 최치우의 가증스러운 실체가 드러난 것에 대한 항의의 글이 빗발치며 동영상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었다. 비서실장인 이영만은 연신 손수건으로 이마에서 흐르는 식은 땀을 닦아내며 이번 사태를 수습하려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청와대 수석 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는 이영만은 넥타이를 풀어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이번 사건은 정권의 최대 위기입니다. 각하께선 헌법이 주워진 각하의 권력을 내려놓고 국민을 위해 특별검사를 임명, 여야를 막론하고 일벌백계(一罰百戒)하신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정무특보를 맏고 있는 이신행이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탁자를 내리쳤다.

“이 실장님 그래도 숨길 건 숨겨야죠. 어떻게 만든 정권인데….”

“이것 보세요. 이 특보님! 각하께서 민심은 천심이라 했습니다. 헌법 위에 존재하는 게 민심이라 하셨어요!! 조금 있으면 광화문 거리는 민초들의 성난 민심이 들불처럼 일어날 거란 것을 왜 모르세요. 조만간 각하께서 국민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어요. 국민에게 진실을 알리고 진심으로 사죄하는 길만이 최선의 방법이라고요. 그리고 이 기회에 친일청산에 대한 의지도 표명하신답니다. 그리들 아세요!!!”

비서관 회의가 끝나고 이영만이 나가자 비서관들은 자신들의 안위를 걱정해서인지, 각자 어디로 정신없이 휴대전화를 쉼 없이 돌리고 있었다.

춘삼이 정신을 가다듬고 회사 집무실에 나와 업무를 보고 있었다. 오전에 희수와 선배 이준상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후부터 마음이 편해졌다. 그들은 하나 같이 실의에 빠진 춘삼에게, 죽은 순영이 지금 춘삼에게 무엇을 바라느냐는 의미 있는 말을 던졌다. 춘삼은 그 말을 듣고 골똘히 생각하다 순영이 자신에게 바라는 게 무엇인지를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정신을 가다듬고 회사에 나와 복지재단의 기본 골격을 검토하고 있을 무렵, 인터폰이 울렸다.

“사장님.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00 방송 김석열 기자라고 합니다.”

“들여보내세요. 김 비서”

이윽고 문이 열리더니 아침에 방송에서 본 30대 후반의 기자가 자세를 고치며 춘삼을 향해 정중하게 묵례를 올리며 명함을 건넸다.

“김석열입니다. 사장님!”“앉으세요. 김 기자님.”

그동안 여비서가 쟈스민 향이 그윽한 차를 건네며 문밖으로 사라졌다.
 

오치남 기자  ocn@namdonews.com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치남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