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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광주비엔날레 둘러보기- (6)국립광주박물관-온전히 죽지못한 존재들

제13회 광주비엔날레 둘러보기
장소적 특징 이용해 죽은자와의 대화 시도
(6)국립광주박물관--사방천지, 온전히 죽지못한 존재들
비엔날레 사상 첫 박물관 전시
과거 유물·현대 미술 융합 눈길
죽음 애도 및 사후 세계 고찰하며
죽은자 권리 인정 인간성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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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산네 스타타코스 작 ‘장미 만다라’.

제13회 광주비엔날레는 비엔날레전시관을 뛰어넘어 광주시내 주요 문화기관과 역사적 공간까지 전시를 확장한게 특징이다. 5·18광주민주화운동 정신의 확장, 계승을 위해 태동한 광주비엔날레 의미와 취지를 광주전역에 확산하면서, 광주 역사와 문화도 함께 되돌아보기 위해서다.

국립광주박물관이 대표적이다. 마한을 비롯 광주·전남지역 고대 문화부터 조선시대에 이르는 유물과 문화재를 간직한 광주박물관은 그동안 비엔날레 기간에 한발짝 비켜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비엔날레 주제전이 열리는 등 비엔날레 한 복판으로 들어왔다. 과거 문화를 상징하는 박물관이 현대미술 축제인 비엔날레와 함께하게 된 것이다.

광주박물관에서는 ‘사방천지, 온전히 죽지못한 존재들’ 소주제로 파리드 벨카이아, 알리 체리, 테오 에쉐투, 트라잘 하렐, 갈라 포라스-킴, 크리산네 스타타코스, 세실리아 비쿠냐 등 모두 7명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소주제처럼 작품들은 과거 역사와 문화를 대표하는 박물관이라는 장소적 특성을 반영해 죽음과 사후 세계 사이의 대화, 영적인 오브제의 기능회복, 육체적 한계, 애도를 위한 행위 등을 풀어낸다.

박물관 현관문을 지나면 로비 바닥에 옛 전남도청 앞 분수대가 연상되는 작품을 만난다. 크리산네 스타타코스의 ‘장미 만다라’다. 3개의 ‘다키니 거울’인 이 작품은 각각 신체, 언어, 정신을 뜻한다. 거울과 주변에는 여러 색깔의 장미 꽃잎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동심원 형태로 배열돼 있다. 이 장미는 불교 상징으로 만다라를 뜻한다. 전시기간 장미 꽃잎들은 인간과 비인간의 일시적인 삶의 척도로서, 그리고 연민과 아름다움에 대한 본질을 찬양하며 천천히 부서진다. 작품의 대단원이 종말과 재생의 정화 의식을 통해 해체돼 흩어지는 것이다.

‘장미 만다라’ 작품 뒷쪽 벽면에는 알리 체리의 ‘땅파는 사람’의 영상작품이 있다. 폐허가 된 신석기 시대 공동묘지의 관리인이자 고고학 발굴작업에 참여했던 술탄 자이브 칸의 제의적 작업을 담아낸 작품이다. 작가에게 공동묘지는 박물관과 마찬가지로, 망자들의 정치학이 허공과 침묵으로 출몰하는 이미지가 펼쳐지는 공간이다. 베이루트에서 태어나 레바논 내전 시기를 겪으며 자라온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그가 쏟아붓는 회복적, 제의적 노동은 천년 전 무덤의 유령적 차원과 텅빈 무덤에서 자기 성찰에 사로잡힌 박물관 유물의 유령적 차원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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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잘 하렐의 ‘자매 혹은 그가 시체를 묻었다’(앞)와 갈라 포라스-킴의 ‘우리를 구속하느 장소로부터의 영원한 도피’ (왼쪽 뒤)

로비를 지나 전시실로 들어서면 한 가운데 직사각형 모양의 설치작품이 보인다. 바닥에 깔린 짙은 노랑색 카페트 네 귀퉁이에 막대가 세워져 있고, 막대 사이는 천으로 연결돼 있다. 카페트 가운데는 검정색 천이 둥근 형태의 물질을 감싸고 있다. ‘자매 혹은 그가 시체를 묻었다’ 제목의 이 작품은 트라잘 하렐이 만든 것으로 마치 사자(죽은 사람)에 경의를 표하고 있다.

이 작품 옆에는 잉크 얼룩 모양의 대형 추상화인 갈라 포라스-킴의 ‘우리를 구속하는 장소로부터의 영원한 도피’가 양면에 세워져 있다. 종이 마블링 기법을 통해 선명한 색소가 물의 표면에 떠 있는 듯한 기법의 작품으로 인간의 사후 삶을 고찰한다. 시신들의 최종 안식처는 발굴된 후 박물관에 전시됨녀서 당사자의 의지와 다르게 다른 사람의 소유가 된다는 것을 질문한다.

두 개의 작품은 “죽은 후에 자신의 몸이 어떻게 될 지 결정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당사자의 특권이 돼야 한다. 박물관은 언제나 이런 인간성을 인식할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마땅히 그래야 한다”는 작가의 평소 생각이 반영돼 있다. 즉, 박물관은 사람이 죽은 뒤에도 산 사람처럼 권리를 가질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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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광주박물관 앞 정원에 있는 정자에는 ‘소리로 꿈꾼 비:차학경에 대한 경의’ 소리 작품이 있다.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전시 작품은 야외까지 이어진다. 광주박물관 건물 앞 정원에 설치된 정자에선 ‘소리로 꿈꾼 비:차학경에 대한 경의’ 작품을 접할 수 있다. 세실리아 비쿠냐 설치미술 작가와 리카르도 갈로 음악가가 협업으로 만든 시문학을 강조한 작품 소리 작품이다. 정자에 앉으면 스피커를 통해 침묵으로부터 귀환하길 갈망하는 속삭임과 피아노 선율, 그리고 입김의 구호라는 언어가 흘러나온다.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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