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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121) 상주목사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121) 상주목사

<제4화>기생 소백주 (121) 상주목사

그림/이지선(홍익대 미술대학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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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지선(홍익대 미술대학 졸업)
사연 많은 밤이 지나가고 새날이 밝자 김선비는 소백주가 차려준 아침을 먹고 나들이옷으로 차려입었다. 소백주가 오늘 아침 사시에 이정승이 집으로 오라고 했으니 어서 가라고 김선비의 등을 떠 밀기 때문이었다. 김선비가 이정승 집으로 들어가니 마침 이정승이 방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밤 모진 수모를 당해 입술이 불어터지고 새하얗게 뜬 얼굴의 이정승이 꾀죄죄한 얼굴로 김선비를 맞았다. 이정승의 야윈 얼굴 표정 속에는 자칫 잘못했다가는 지난밤에 생으로 화장을 당하거나 수장을 당할 뻔했던 위급한 지경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온 안도의 한숨이 깊게 서려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목숨은 용케 부지하였다손 치더라도 그 추저분한 치욕에 창피한 일이 저들 부부의 입 밖으로 새어나갔다가는 무슨 일거리가 없을까 하고 항상 범(虎) 눈으로 꼬나보고 있는 드세고 거친 푸른 청죽 같은 카랑카랑한 선비들에다가 진기한 굿 만난 양 참지 못하고 불개미 떼처럼 찢고 부수고 덤빌 무지렁이 백성들의 사나운 입까지 더해져 온 세상 가득 눈덩이처럼 불어나 무수히 쏟아질 온갖 추악한 악소문과 맹렬한 비난에 휩싸여 종국에는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수치를 당할 것을 생각하니 몸서리가 쳐지고 등줄기가 서늘하게 한기가 들솟는 것이었다.

“으 으음! 어 어서 이리와 앉으시게!”

이정승이 몸을 부르르 떨면서 마른 입술을 달싹거리며 더듬더듬 말했다.

“예! 정승나리.”

김선비가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어 어흠! 자 자네 무슨 벼슬이 하고 싶은가? 허심탄회하게 말해보시게나?”

이정승이 김선비가 자리에 앉자마자 몹시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무턱대고 말했다. 당장에 저 입에다가 한번 물면 절대로 열리지 못할 커다란 떡을 얼른 물려주어야겠다고 이정승은 생각했던 것이다.

“아이고 정승나리! 학식도 변변찮은 제가 무슨 벼슬 따위를 다 바라겠습니까!”

김선비가 이정승의 눈치를 살피며 정색을 하며 말했다.

“이 사람아! 전에 내게 와서 벼슬자리 하나 봐달라고 삼천 냥이나 주었지 않은가! 내 이번 기회에 그 소원을 들어 줄 것이니 마다하지 말고 얼른 말하시게!”

이정승이 다그쳤다. 저 입에 반드시 크나큰 떡을 물려주어야 안심이 될 듯싶었다. 물끄러미 이정승을 바라보고 있던 김선비가 말했다.

“정승나리, 정 그러시다면 저에게 상주목사 자리나 하나 내려주십시오. 제가 상주 사람이니 상주 백성을 위한 정의롭고 참된 목민관이 되어 제 고향을 한번 온 힘을 다해 잘 다스려 보겠습니다.” <계속>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희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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