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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5화>명당과 아기장사 (9) 아기장사
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5화>명당과 아기장사 (9) 아기장사

<제5화>명당과 아기장사 (9) 아기장사

그림/정경도(한국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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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정경도(한국화가)
김씨는 명당에 묘를 쓴 효험이 바로 난 것이라고 생각하고는 몹시 가슴이 설레었다.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몸이 건강하게 생긴 아들은 아주 잘 자랐다. 감기몸살 한번 앓지 않고 이렇다 할 잔병치레 한번 없이 무럭무럭 잘 자라던 것이다.

아이는 자라서 어느 결 글공부를 하러 서당에 다니게 되었다. 서당은 덕룡산(德龍山) 병풍바위재 너머 다도고을 암정마을에 있었다. 다도고을 암정마을에 학문이 높은 훌륭한 서당 훈장이 살고 있었던 것이다. 마을 아이들 모두 그 서당훈장에게 글공부를 배우러 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처음 서당에를 가는 날 아침에 친구들이 서넛이 집에 와서 김씨 아이를 부르자 김씨 아이는 말했다.

“나는 바쁜 일이 있으니 너희들 먼저 가라.”

아이들은 그렇게 말하는 김씨 아이를 집에 두고 자기들끼리 먼저 먼 산길을 굽이굽이 돌아 서당으로 갔다. 그런데 서당에 도착한 아이들은 깜짝 놀랐다. 무슨 일인지 더 늦게 출발한 김씨 아이가 먼저 서당에 와 있었던 것이다.

사실 김씨 아이는 아이들이 먼저 서당을 향해 떠나자 한달음에 병풍바위재 위로 펄쩍 뛰어올라 거기서 한 번 더 뛰어 암정마을 서당 앞마당으로 사뿐히 내려앉았던 것이었다. 이렇게 서당을 다니니 도무지 부모나 친구들도 어떻게 김씨 아이가 서당을 오고 가는지 몰랐다. 다만 같은 또래 아이들보다 더 먼저 가고 더 먼저 오는 것이었다.

그렇게 열네 살이 되던 어느 이른 봄이었다. 서당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인데 멀리 숲길 위에서 서로 다투며 싸우는 사람의 고함소리에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연두색으로 막 물들어 오르는 연한 산 빛 아래로 난 으슥한 산길이라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김씨 아이는 나는 듯 그쪽으로 뛰어갔다. 그곳에는 온 얼굴을 검은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라나 덮은 건장한 사내가 한복을 곱게 입은 젊은 여인을 붙잡아 끌고 가고 있었다.

여인은 끌려가지 않으려고 ‘사람 살려!’ 하고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을 쳤고, 우락부락한 사내는 여인을 마구잡이로 잡아끌었다. 꼼짝없이 끌려가고 있는 여인을 본 김씨 아이는 순간 좋지 않은 일임을 직감했다. “당신은 누구인데 그 여인을 끌고 가는 것이요?”

김씨 아이가 잽싸게 길을 막아서며 소리쳤다.

“알 것 없다! 어디서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어린놈이!”

길을 막아선 김씨 아이를 보고 사납게 고함치는 사내의 손에는 번뜩이는 긴 칼이 들려 있었다.

“사람 살리시오! 나는 남평고을에 사는 윤씨 집안의 신부인데, 세지고을로 시집을 가서 신행을 가는 길인데 이렇게 납치당했군요. 이 자는 남평고을 우산 마을 뒤 살구재 녹두봉 아래 사는 그 흉악한 산적이라오!”

여인은 산적에게 붙들린 채로 흐느끼며 비명을 지르면서 발버둥을 치며 소리쳤다. <계속>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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