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폭에 담긴 수묵담채의 풍물과 여행의 기록…

화폭에 담긴 수묵담채의 풍물과 여행의 기록…
갤러리 리채 박종석 화백 ‘여행 바람의 노래’展
오는 30일까지, 화첩 60여권·히말라야 관련 영상 등 선봬
 

박종석 作 ‘밝은 정적’

초여름의 싱그러움이 가득한 6월 중순, ‘수묵담채(水墨淡彩)의 풍물과 여행의 기록’이 담긴 전시가 마련돼 눈길을 끌고 있다.

광주 남구 진월동에 자리한 갤러리 리채가 번잡한 일상을 벗어나 훌훌 가벼운 여행을 떠나는 듯한 특별한 전시를 준비했다. 한국화가 ‘석주’ 박종석 화백의 ‘여행 바람의 노래’전이 바로 그것.

20일 개막해 오는 30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아카이브 형식으로 펼쳐진다. 관객들은 차분하게 음악과 영상, 차 한잔을 마시고, 작가는 현장에서 관객의 모습을 직접 그려주는 행사도 진행된다.

박종석 화백은 산악인 화가, 또는 오지 화가로 잘 알려진 배낭여행을 자주하는 중견작가이다. 그는 농묵과 담묵의 바림을 자신이 하고자 하는대로 표현하는데 신묘(神妙)함이 있어 마음과 손의 작용이 하나가 되는 ‘심수일체(心手一體) 또는 무아지경(無我之境)의 상태’로 자신의 심상을 토해낸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여러나라를 방랑하며 경험한 현장에서의 스케치 기록 작품들을 주로 선보인다.

박 화백의 여행은 흔히 호사가들이 즐기는 패키지 여행이 아니다. 세계 역사와 문화예술의 현장을 목도하고 허기를 달래며 발품을 팔아, 보고 느낀 27년간의 중간 보고서다.
 

박종석 作 ‘불 타는 신들의 정원’

880X210미터의 대작 ‘불타는 신들의 정원’은 히말라야 산맥을 주제한다. 곡선의 구름사이로 화살이 날아가는 듯한 화면 구성 끝자락에는 부처의 형상이 자리하고 있다.

이 작품은 자비와 평화가 불균현을 이루고 있는 현재 인류사회의 구조를 반영한 것이다. 붉은 채색은 인간의 끝없이 불타는 욕망을 상징하며, 테러와 반인륜적 행위가 만연한 현실과 도시문명인들의 유희적 도전 행위가 대자연을 파괴함으로써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의 지붕이라는 히말라야 산맥의 상처난 아픔을 보여준다.

화면 사이사이에 찍혀 있는 사람 눈 모양의 무늬는 ‘눈뜬 봉사로 정신과 영혼이 깨어있었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바램이 담겨 있다.

적청색의 하늘에는 태극도설인 음양의 문양과 부처의 형상이 찍혀있는데 이는 아무리 베풀어도 마르지 않는 자비와 화해, 용서를 상징한다.

이밖에도 수묵담채의 풍물과 여행의 기록을 담은 화첩 60여권과 2천여점의 소품 등 여행 중 그린 작품을 선보인다.

여행에서 수집한 100여점의 생계를 위한 서민들이 제작한 민예품을 대추나무에 메달한 설치한 작품 ‘꽃들에게 희망을…’을 선보이며, 여행 일기장과 포스트 카드, 인도·네팔·티베트·몽골·파키스탄 등에서 수집한 명상 음악CD 10여개를 함께 진열하며 여행한 사진첩도 20여권도 전시한다. 또 히말라야 관련 영상물도 전시장 한켠에서 방영할 예정이다.

박종석 화백은 “‘화가는 붓으로 기도하는 사람’이라는 어느 선배님의 말씀이 귀에 쟁쟁하다”며 “이번 전시는 그간 여행 중 틈틈이 그린 기도문을 선보이는 전시인 만큼 관람객들도 함께 문명의 노예에서 벗어난 자연과 그 범주에서 순응하는 사람들의 삶을 통해 여유를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지구별 여행은 내가 실존(實存)해서 생동하고 있음을 자각할 수 있고, 생사를 넘나드는 경험일지라도 곰곰이 음미해보면 삶의 궤적(軌跡)에서 생산된 자국이자 유쾌한 여운을 남겨주는 시간의 흔적이라고 생각된다”며 “자연의 섭리에 따르는 소박한 오지 사람들을 만나면서 나의 영혼을 정화시키고 그림으로 기록하며 사람 냄새가 느껴지는 곳을 방문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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