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여름방학~” 전남 학생들 세계로 미래로

시베리아 횡단 독서토론열차학교 16박 일정 역사탐방 나서

선상무지개학교 학생들도 2주간 중국~일본 경유 국제항해

선조들 나라밖 발자취 따라 희생정신·애국심·리더십 체득

전남의 열악한 교육환경 극복…‘호연지기’ 글로벌리더 양성

지난해 목포해양대학교 실습선을 타고 출항하는 선상무지개학교 6기 학생들의 모습. /전남도교육청 제공
<편집자 주>전라남도 중·고등학생 300여명이 올여름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몽골과 러시아로 떠나는가 하면, 배를 타고 일본을 경유해 중국으로 향한다.

좁은 교실에서 벗어나 세계로 나가는 아이들은 모두 전남도교육청 주관 ‘독서토론열차학교’와 ‘선상무지개학교’ 학생들로 이들은 꿈같은 여름방학 계획에 이미 들떠있다. 학생들은 2주 가량 세계 곳곳을 방문해 현지 문화와 역사를 체험하고 배우는 등 여름방학이 지나면 한 단계 성장해 있을 전망이다. 아이들은 또 일제강점기 등 아픈 역사를 간직한 나라 밖 선조들의 발자취를 따라 희생정신과 애국심, 국난 극복의 리더십도 체득하게 된다. 우리 전남 아이들을 ‘글로벌 리더’로 성장시켜 줄 독서토론열차학교와 선상무지개학교를 들여다 봤다.

지난해 제2회 시베리아 횡단 전남독서토론열차학교에 참여한 학생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전남도교육청 제공
◇시베리아 횡단 독서토론열차학교

올해로 3회째를 맞은 시베리아 횡단 전남독서토론열차학교의 슬로건은 ‘약자를 위해서, 모두를 위해서, 조국을 위해서’다. 친구들과 어울리는게 마냥 좋을 고등학생 아이들이 외칠 슬로건이라고 하기엔 거창한 면이 없잖아 있지만, 이들의 일정을 보면 막상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전남도 내 고등학교 1학년생 143명은 오는 19일부터 내달 4일까지 16박 17일 일정으로 우리 선조들의 발자취를 뒤따른다. 학생들은 압록강 유람선을 타고 조선 태조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이 이뤄진 위화도를 직접 두눈으로 바라보는가 하면, 중국 길림성 집안시에서는 광개토대왕릉비, 장수왕릉 등 찬란했던 고구려 역사를 온몸으로 느낀다. 중국 용정에서는 윤동주 시인의 생가를 방문해 각자의 생각을 담은 자작시를 친구들과 나누게 된다. 특히 러시아 우수리스크에서는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조국 없는 설움을 겪었던 동포들의 아픔과 마주할 예정이다.

지난달 2일 시베리아 횡단 독서토론열차학교에 참여하는 전남도 고등학생들이 전남 해남 전남학생교육원에서 탐방활동 준비를 위한 2차 독서토론 캠프에 참여한 모습. /전남도교육청 제공
독서토론열차학교의 이름에 걸맞게 이번 대장정에는 다양한 독서·토론 활동도 이뤄진다. 중국 단동을 향하는 선박에서는 ‘처음 시작하는 동양고전 입문’, ‘압록에서 백두까지 소감나누기’,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서는 윤동주 시인의 ‘자화상’ 모방시 쓰기를 하는 등 다양한 체험활동이 기다리고 있다. 또 연길에서는 연길제1중학교 학생들과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미래인재로서의 자질’을 주제로 열띤 토론도 벌인다.

아이들은 여행 내내 오전 6시 기상과 오후 10시 취침 등 시간표에 맞게 생활해야 한다. 집단생활을 통해 아이들에게 나눔과 배려의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기 위함이다.

전남도교육청은 또 이번 여행을 통해 아이들이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주도할 전남의 인재들로 성장하길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항일 유적지와 유라시아 대장정에서 아이들이 올바른 역사관과 세계관을 정립하고, 세계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글로벌 인재로 거듭나길 바라고 있다.

긴 여행길이지만 보건교사 등 아이들의 안전과 건강을 책임질 지도교사 22명과 업무지원 인력 32명 등도 함께 여정에 올라 학부모들의 걱정도 덜었다.

윤채현 독서토론열차학교 교장(여수 우수영중 교장)은 “무더운 여름 16박, 17일 일정의 대장정에 오르기 때문에 모두 건강하고 안전하게 다녀오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면서 “이미 사전답사를 갔다 왔는데, 아이들에겐 쉽지 않은 여정이 될 것이다. 하지만 역경이나 고난을 이겨내는 것도 지도자가 갖춰야 할 중요한 역량중 하나다”라고 밝혔다. 또 “이번 여행을 통해 민족의 역사적 발자취를 따라가며 국가가 힘을 갖추지 못하면 언제든 비통함에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이 깨우쳤으면 한다”고 말했다.

올여름 전남지역 300여명의 중·고등학생들이 전남도교육청 주관 독서토론열차학교와 선상무지개학교를 통해 러시아와 몽골, 중국, 일본으로 떠난다. 사진은 지난해 7월 25일 목포항에서 중국으로 떠나는 선상무지개학교 6기 학생들을 배웅하고 있는 장만채 교육감의 모습. /전남도교육청 제공
◇2017 제7기 선상무지개학교

오는 24일에는 전남도 중학교 2학년생 221명이 ‘2017 선상무지개학교’를 통해 중국 상항이와 일본 후쿠오카 등 국제항해에 나선다.

지난 2011년부터 시작된 선상무지개학교는 6기의 과정 동안 총 1천204명의 학생들이 거쳐갔다. 이들은 모두 선상 단체활동, 국내 연안항해와 국제항해를 통해 ‘호연지기’를 기르고 글로벌 리더로서의 역량을 키웠다.

올여름 국제항해에 나서는 아이들은 오는 22일 목포해양대학교에 마련된 선상무지개학교에 입교해 이틀간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될 친구들을 사귀고, 비상사태에 대비한 소화 및 퇴선 훈련 등을 받는다. 또 선상무지개학교에서 본인들을 대변해줄 학생자치회도 구성한다. 아이들은 항해 기간 매일 교육을 마친뒤 학생자치회를 통해 개선해야 할 점과 지향해야 할 점 등을 스스로 결정하고 실천하게 된다.

출항일인 24일 오후 2시 아이들은 목포해양대 실습선인 새누리호와 새유달호에 나눠 타고 목포항을 출발할 예정이다. 뭍에서의 교육을 빼면 이번 여행은 총 11박 12일 일정이다. 3일 동안 중국 쑤저우와 상하이를 방문하는 중국 일정, 4일 동안 일본 나가사키와 사가현을 탐방하는 일본 일정으로 나뉘어졌다. 나머지 시간 대부분은 배 위에서 보내게 된다.

지난해 독서토론열차학교 학생들이 러시아 이르쿠츠크로 떠나는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 독서토론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전남도교육청 제공
아이들은 중국과 일본에서 모두 일제강점기 선조들의 아픈 역사와 마주하게 된다. 중국 상하이에서는 임시정부청사와 윤봉길 기념관, 일본에서는 나가사키 평화공원과 원폭 자료관, 평화자료관 등 과거 제국주의 일본의 만행에서 비롯된 우리나라와 선조들의 참상을 목격하게 될 예정이다. 특히 평화자료관은 위안부 문제부터 군함도 강제징용, 인체실험이 자행됐던 731 부대, 중국의 난징대학살까지 일제의 만행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는 곳이다.

만만치 않은 항해를 떠나는 아이들은 지난달 16일 전남 여수 오천동 해양경비안전교육원을 찾아 선박비상대응훈련과 심폐소생술 및 응급처치요령, 퇴함훈련과 해양 생존요령 등을 교육받는 등 만일의 사고에 대비하는 훈련도 실시했다. 또 이번 항해에는 선상안전요원 10명이 탑승해 아이들의 안전한 국제항해를 도울 예정이다.

정병국 선상무지개학교 교장(광양 전남보건고 교장)은 “아이들이 이번 선상무지개학교 국제항해를 통해 중국과 일본의 역사와 문화, 과거 일제의 침략과 우리나라의 항일운동 현장을 생생히 느끼고 배워 올바른 역사의식을 갖길 바란다”며 “아이들의 안전이 가장 큰 걱정이지만, 나를 비롯한 학생들 모두 생존수영을 미리 배우는 등 이번 국제항해를 안전하고 뜻깊게 잘 마칠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또 함께 대장정에 나서는 선생님들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잘 준비한 만큼 아이들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창 기자 le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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