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은 우리가 대비해야 할 재난이다

<나홍원 광주 서부소방서 현장대응과장>
 

전국 대부분 지역의 낮 기온이 30도를 넘나드는 요즘 ‘덥다’란 말이 입에 붙어 쉬 떨어지지 않는 바야흐로 폭염의 계절이 찾아왔다.

야외활동을 자제하라는 긴급재난문자가 아침마다 울리고 폭염을 피하는 다양한 방법들이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걸 보면 폭염은 우리가 대비해야 할 또 하나의 재난이 된 것이다.

폭염특보에는 폭염주의보와 폭염경보 두 가지가 있다.

먼저 폭염주의보는 6~9월 사이 하루 최고 기온이 33℃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할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하는 것으로 폭염특보의 첫 단계며, 폭염경보는 동기간 하루 최고 기온이 35℃ 이상인 상태가 이틀 이상 계속될 것으로 예상할 때 발령된다.

사실 나는 33도와 35도를 내 오감으로 직접 구분할 순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와 같은 폭염이 건강한 성인 남자인 나 역시도 버틸 수 없을 만큼 힘들다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2~2016) 온열질환 분석결과 총 5천910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58명이 숨졌다. 온열진환자 중 50대 이상이 절반이 넘는 56%로 가장 많았고 발생장소로는 농사일 같은 야외작업장이었다.

광주시에서도 지난해 19명의 온열환자가 발생해 119구급대의 응급처치를 받고 병원으로 옮겨졌는데 모두 폭염이 가장 심한 7~8월에 집중됐다.

온열질환은 보통 집중호우와 갑작스러운 폭염으로 지속적인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우리 몸이 열을 밖으로 내보내지 못할 때 생기는 질환으로 보통 경련과 호흡장애, 뇌 손상 등이 발생할 수 있고 심할 경우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만약 일상생활 중 온열질환자를 발견했을 때는 가장 먼저 몸에 꽉 끼는 옷을 제거하고 선풍기 바람을 쐬어 시원하게 해 주거나 큰 혈관이 지나가는 아랫배와 접한 넓적다리(대퇴부) 주변이나 목, 겨드랑이 부위에 아이스 팩을 적용해 주는 것이 좋다.

이에 따라 광주소방은 무더위철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 등 폭염환자의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 오는 9월30일까지 폭염전담119구급대를 운영한다. 폭염119구급대에는 폭염환자에 대한 전문응급처치 교육을 받은 전문 119구급대원들이 탑승하고 생리식염수와 정맥주사세트, 얼음조끼 등 9종의 폭염장비를 갖추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다.

폭염특보가 내려지면 야외활동을 자제하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더위가 가실 때까지 실내에서 기다릴 수만은 없는 직업도 있다.

소방관도 그 직업중에 하나 일 것이다. 며칠 전, 30층이 넘는 고층건물 소방훈련 중 1층에서부터 무거운 장비를 매고 올라가는 후배 소방관에게 얼른 찬물 한 잔을 따라줬더니 “감사합니다. 물이 아주 맛있습니다”라고 말하며 눈 깜짝할 사이에 한 컵을 비워냈다. 시원한 물 한잔이 후배 소방관에겐 더위를 이기는 무기였던 것이다.

폭염의 무기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몸이 갈증을 느끼지 않아도 규칙적으로 물을 충분히 섭취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외출이나 야외작업 중에도 항상 물병을 휴대하고 마르지 않더라도 틈틈이 마셔야 폭염으로부터 우리의 몸을 보호할 수 있다.

야외에서 일을 하는 근로자의 경우 아이스 팩이 부착된 조끼를 착용해 더위를 식히고 실제 작업장에서는 환기가 잘 될 수 있도록 창문이나 출입문을 열어 두고 밀폐지역서의 작업은 피해야 한다.

폭우와 폭염 그리고 습도를 견뎌야 하는 여름의 한 가운데를 지나고 있는 지금, 일상생활의 작은 관심과 노력으로 건강한 여름을 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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