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립미술관, 내년 2월 10일까지 아카이브전

근대 여성작가들, 예술적 발자취를 따라 걷다
광주시립미술관, 내년 2월 10일까지 아카이브전
박양선·강숙자·류봉자 ‘삶과 예술 그리고 여성’
 

강숙자 작 ‘그리움’

한국에서 여성과 예술의 관계는 근대성을 이루는 전통의 계승, 새로운 문물, 도시화, 가족제도 등 여러 다양한 관점에서 변화해 왔다.

일제시기와 한국전쟁, 남북 분단 등 격동의 시절 속에서 여성 미술인들이 어떻게 예술성을 변화·발전시켜 왔는지 한 눈에 살펴보는 전시가 마련됐다.

광주시립미술관은 내년 2월10일까지 ‘아카이브 프로젝트3: 삶과 예술 그리고 여성’전을 미술관 본관 3, 4전시실에서 연다.

이번 전시에는 조각가 우홍 박양선, 서양화가 강숙자, 서예가 소현 류봉자 등 원로 여성 미술인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작가들은 1920~1930년대에 태어나 미술공부를 하기 어려웠던 혼란한 근대 시대에 미술인으로 성장했고 가부장적 한국의 특수사회 상황에서 예술가로 활동했다.

함경남도 원산 출신 우홍 박양선 작가는 한국 최초 여류조각가 김정숙과 윤명자에게 조각 실습을 받았다. 박 작가는 1970년대에 추상성을 강조한 조형작품을 제작했으나 1970년대 후반부터 작품이 모더니즘적 실험과 구상이 공존하는 양식으로 변화했고, 1990년대 이후 구상형상의 조형세계를 추구했다.

그녀의 조각 작품은 기도하는 여인, 기다리는 여인, 어머니 등 자신의 내면적 심상을 주로 표현했고 특히, 페르조나(Persona) 연작을 제작해 인간적 삶의 허상과 실상, 가식과 진실 사이에서 고뇌하는 자신과 현대인들의 고독을 조각으로 제작했다.

이번 전시에는 박양선의 대표작품과 작가 자신의 예술 활동을 볼 수 있는 자료와 함께 그녀의 예술적 환경에 영향을 주었던 아버지 박거영(朴巨影, 1916~1995) 관련 자료도 함께 볼 수 있다. 박거영은 상해에서 ‘대한일보’를 발행했고 해방과 함께 귀국, ‘시인(詩人)의 집’을 운영하며 시낭독회와 연구회를 여러 번 개최했다. 또 출판사업과 함께 <바다의 합장> 등 여러 시집과 산문집 등을 간행했던 시인이었다.

순천 출신 강숙자 작가는 조선대에서 오지호ㆍ임직순 선생에게 그림을 배웠다. 5회 개인전과 200여 회 단체전에 참여했던 그녀는 특히 광주여류화가회에서 창립멤버로 지속적인 활동을 하며 작품세계를 전개했다. 꽃과 여인을 소재로 자신의 내면에 숨겨진 삶에 대한 열정을 섬세하고 온유한 감성으로 표현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광주여류화가회 초창기 멤버로서 활동했던 자료와 함께 동시대의 광주전남 화가들과 작가 생애를 볼 수 있는 사진들을 감상할 수 있다.
 

박양선 작 ‘가면의 여인’

나주 출신 소현 류봉자 작가는 1964년 남용 김용구(1907~1982)의 지도를 받았고, 1971년부터 1989년까지 소암 현중화 선생에게 서예를 배웠다. 그녀는 전서, 예서, 행서, 해서, 초서 등 모든 서체를 쓰지만 해서와 행서를 즐겨 쓴다. 서법을 중시하면서 여성 특유의 단아하고 섬세함을 볼 수 있는 서예작품을 제작했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의 대표작품과 함께 제주에 거주했던 소암 현중화 선생에게 우편으로 사사 받았던 체본과 편지들, 서예작품 제작시의 원고와 초본, 서예활동을 하면서 촬영한 동료, 선후배들과의 사진들, 소묵회를 주도적으로 이끌면서 제작했던 여러 서집 등이 전시된다.

광주시립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여성작가들이 활동하며 이끌어왔던 예술세계를 여성적 시각에서 순응과 도전, 어떤 양상으로 표출됐는지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광주시립미술관은 미술작품과 미술가에 대한 연구를 위해 사료적 가치가 있는 자료를 수집하고 운영해야 하는 과제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아카이브실을 운영하며 전시회를 개최해 왔다.

지난 2015년 ‘광주시립미술관 아카이브 프로젝트 1: 호남미술을 듣다’를 시작으로 지난해 ‘광주시립미술관 아카이브 프로젝트 2:호남미술을 말하다’를 선보인 바 있다.
/정세영 기자 j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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