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약고’된 여수산단, 연일 잇단 사고로 주민 불안감 증폭
가스 누출·폭발 등 …이틀새 3건 발생 ‘안전 무방비’
금호석유화학 화재나며 배관 폭발로 철판 날아가
여천NCC 열교환기 정비하던 4명 유독 가스 흡입
롯데케미칼 검은 연기 치솟아 화재 오인신고 소동
노후 설비 교체·보수 정비 기간에 사고 위험 커
 

지난 17일 여수국가산업단지 화학공장에서 불완전 연소로 검은 연기가 대량으로 뿜어져 나오고 있다. /독자제공
 
 

위험 물질을 취급하는 화학업체가 대거 입주한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여수산단)에서 이틀새 3건의 안전사고가 연이어 발생해 인근마을 주민들의 불안감 증폭과 함께 안전불감증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9시24분께 금호석유화학 고무 제2공장에서 화재가 나면서 배관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나자 공장 자체 소방 인력 30여 명과 화학사고 대응차량 2대 등 장비 10대가 출동해 5분만에 진화됐고, 사고 현장에는 다행히 작업하는 근로자가 없어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유독가스 유출 등은 없는 상황이고 폭발로 인한 화재는 잔해물이 나왔다.

하지만 고무 제조 설비가 크게 파손되고 사고 여파로 주변 공장에 분진가루가 비산됐다. 또 폭발의 충격으로 직경 2m 상당의 철판이 공장 바로 옆 도로로 날아가 배관이 부서지고, 사고 현장을 지나던 화물차는 바퀴에 전선줄이 감겨 고장 났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합성고무 건조설비(엑스펜드)인 핫박스 내부가 과열되면서 화재가 발생했고, 공정이 중단되면서 압력이 올라가 폭발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 공장은 19일부터 공정을 중단하고 3주간 장비를 점검하는 ‘셧다운(Shut down)’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화학공장은 법규에 따라 3주에서 한 달간 공장 가동을 멈추는 셧다운을 하고 낡은 공장 설비 교체와 보수를 한다.

공장 정비 과정에서 설비에 남아 있는 가스가 누출되거나 압력이 상승해 폭발하는 등 항상 대형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따라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17일 오전 10시54분께 여천NCC 1공장 BD(부타디엔)공장에서 열교환기 정비작업을 하던 김모(45)씨 등 협력업체 직원 4명이 흘러나온 유독성 솔벤트 가스에 1분여동안 노출됐다.

사고는 김씨 등이 열교환기를 청소한 뒤 다시 제자리에 끼우기 위해 150t 크기의 유압 크레인으로 옮기던 중 솔벤트 가스 배관과 부딪히면서 뒤틀린 이음새에서 가스가 1분여동안 새어나왔다.

사고가 나자 방독면 등 안전 장구를 착용한 현장 근로자가 밸브를 잠그고 공장 통제실이 곧바로 가스 송출을 막아 추가 가스 누출은 없었고, 공장 소방대와 119 소방대 등이 출동해 부상자를 병원으로 옮기는 등 안전 조치를 했다.

그러나 인근 공장에서 방독면을 쓰고 대피하는가하면 3㎞ 이상 거리의 공장들에서도 가스냄새 제보가 이어졌다.

누출된 가스는 합성고무의 원료인 뷰타다이엔과 솔벤트 등이 섞인 가연성 유해 가스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부타디엔은 ‘사람에게 암을 일으키는 물질’로 가장 높은 발암성 1A급으로 분류되고, 유전적인 결함을 일으킬 수 있는 생식세포변이원성 물질로 알려졌다. 특히 부타디엔은 대기 중에는 무색 기체 상태로 존재해 호흡기, 눈, 피부를 통해 노출될 가능성이 있으며, 고농도로 마시면 두통을 느끼거나 의식을 잃을 수도 있다.

여천 NCC 관계자는 “4명 모두 가스를 들여 마셨지만 통증을 호소하거나 의사소통을 하지 못하는 긴급 상황은 아니고 호흡이 가능한 경미한 부상이다”고 전했다.

여수시와 여수소방서, 여수경찰서는 현장 근무자와 업체 관계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해 여천NCC에 책임을 묻기로 했다.

여수시 관계자는 “인명피해가 난 사고이므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의 처벌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이보다 16분 뒤인 오전 11시 10분께에는 여천NCC 바로 옆 롯데케미칼 공장에서 불완전 연소로 검은 연기를 내뿜었으나 자체 소방차와 공장 인력 등이 출동해 진화했다.

검은 연기가 나면서 일부에서는 화재로 오인신고를 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롯데케미칼 공장 관계자는 “NCC공장 11호기에서 불완전 연소로 검은 연기 형태로 약 7~8분간 배출이 이뤄졌으며 바로 정상화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화학 공장가동 중 자체 트러블 등 이상이 있을 때는 불완전 연소로 굴뚝을 통해 검은 연기를 배출시키는 경우가 있다”면서 “자세한 원인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전기적인 요인으로 원료 공급이 끊기면서 남은 연료를 태우는 불완전 연소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동부취재본부/윤종채 기자 yj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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