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생부’ 오른 전남 동부권 대학들 ‘대참사’
순천대·한영대 정원감축 ‘칼바람’, 한려대·광양보건대 퇴출 위기
 

국립 순천대학교 전경. 동부취재본부/기경범 기자 kgb@namdonews.com

‘대학 살생부’에 이름이 오른 국립 순천대와 한려대, 광양보건대, 한영대 등 전남 동부권대학 4곳이 ‘부실대학’이라는 오명과 함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혹독한 시련을 맞이하게 됐다. 특히 일부 대학은 퇴출 위기에 놓이게 돼 혹독한 ‘고난의 행군’을 해야 할 처지다.

교육부가 지난 23일 발표한 2018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결과 순천대와 한영대는 ‘역량강화대학’으로 분류돼 대학혁신지원사업에 신청은 할 수 있지만 7~10% 정원 감축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 한려대와 광양보건대는 최하위 등급인 ‘재정지원 제한대학 유형Ⅱ’로 분류돼 정부의 재정지원사업 참여는 물론 국가장학금 신청과 학자금 대출이 전면 제한돼 신입생 모집 등 운영난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이번 평가에 정성지표 비중 증가와 지방의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있으나 대학운영이 부실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순천대, 국립대 지위 안주…비전 제시 안하고 학생역량 못키워
교수회·총동창회, “총장 등 보직자 총 사퇴로 책임 물어야”
순천시, “대학 스스로 뼈 깍는 자구책·강도 높은 혁신 절실”

<순천대>
광주·전남지역 국립대 중 유일하게 ‘자율개선대학’에 포함되지 못한 순천대는 83년 전통의 국립대라는 지위에 안주해 호의호식하며 대학의 비전을 제대로 제시하지 않고 학생역량을 키우지 못했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순천대는 우선 교육부가 요구하고 있는 정원 10% 감축 계획과 특성화 강화 방안에 대해 올 연말까지 결과물을 내놓아야 하는 만큼 철저히 준비를 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정원 감축과 관련해서는 지난 3년 동안 교육부의 권고 없이도 10% 정원을 감축한 만큼 교육부에서도 인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순천대 측은 지난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2015년 1주기 대학구조개혁 평가 당시 선제적으로 이미 정원을 10% 감축했고 이번 결과반영에 이를 인정받기에 추가 정원 감축은 없으며, 국가장학금 및 학자금 대출을 포함해 정부재정지원사업 등도 현재와 마찬가지로 변함없이 지원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순천대는 정부재정지원사업 이외에도 순천시 지원의 총 50억 원 ‘인재육성 장학금’, 총동창회 10억 원 지원금 등을 추가로 확보해 학생 장학금으로 집중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순천대는 또 2020년 보완평가와 2021년 3주기 평가를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특성화 발전 계획’ 수립을 위한 전담팀을 구성했다. 아울러, 지역사회와 산업체 의견을 반영한 교육과정 개편,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학사구조개편 추진, 주요 핵심지표 통합관리 체계 구축, 구성원 및 지역과의 소통 강화 등 대학혁신 작업을 꾸준히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진성 순천대 총장은 “지역민의 자랑인 순천대가 ‘역량강화대학’이라는 결과를 다소 미흡한 결과를 받아 지역민과 구성원들에게 상실감과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되 이를 재도약의 기회로 삼아 혁신적인 대학 구조개혁을 진행해 지역민의 자랑, 사랑받는 순천대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행훈 순천대 기획처장 직무대리는 “정원 감축 자체도 중요하지만 학교의 특성화를 위해 대과체재로 개편 및 특성화분야 발굴 처방을 마련하는 방안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실제로 자율개선에 못 든 것 때문에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장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교수회와 총동창회 등에서는 총장 등 보직자들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조래철 순천대 교수회 의장은 “결과가 발표된 뒤 여러 차례 회의를 가진 결과 총장 등 보직자가 책임지고 자진사퇴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아 전달했다”며 “다만, 다음 주 초 쯤 교수회 워크숍이 예정돼 있는데 워크숍에서 의견을 모아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순천대 총동창회 한 관계자는 “국립대로서 전국의 120개 대학에 못 들었다는 것은 챙피한 일이다”며 “잠재적 무형의 손실까지 감안한다면 총장 등 대학 집행부 전체에 책임을 물어야 할 사안이다”고 밝혔다.

한편 순천시도 순천대 혁신에 전 시민이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하고 나섰다.

순천시는 지난 24일 보도자료를 내고 “전남 동부권의 거점 국립대라는 위상을 되찾고, 글로벌 명품 대학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순천대 스스로 뼈를 깎는 자구책과 강도 높은 혁신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이번 기회에 지역기업, 공공기관 등과 지역 인재 육성과 일자리 창출에 더욱 집중하는 등 대학의 실질적인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역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지역특화 교육과정 개발, 일자리 연계 등 지역경제의 실질적 토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대학의 체질 개선이 필수다”고 덧붙였다..

순천시는 이번 기회에 순천대와 교육도시 순천의 명성을 되찾는 범시민 운동도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허석 순천시장은 “대학 스스로 혁신하고 이번 위기를 통해 지역사회의 관심을 모으고 순천대 살리기에 적극 나선다면, 교육도시 순천의 명예를 되찾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지역대학과 순천시의회, 기업, 시민사회가 공동으로‘(가칭)순천대 경쟁력 강화 범시민 네트워크’를 구성해 지역사회와 대학의 상생 협업 방안을 마련하고, 실천을 촉구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동부취재본부/최연수 기자 karma4@namdonews.com

광양보건대, ‘비상대응 방안’ 추진…구조조정 단행 선포
교육부에 이의신청, 설립자·구재단 상대 환수소송 개시
정상화 약속 김영록 전남도지사·정현복 광양시장도 곤혹

<한려대·광양보건대>
한려대와 광양보건대는 ‘재정지원 제한대학 유형Ⅱ’에 속해 기존 정부 재정지원은 물론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신규 신청·지원도 제한된다. 국가 장학금과 학자금 대출도 100% 제한된다.

더욱이 학생 정원 감축 규모가 한려대는 35%, 광양보건대는 30%에 달해 재정형편이 더욱 어려워지게 됐다. 따라서 퇴출 위기에 내몰릴 것으로 보인다. 당장 다음달 10일부터 2019학년도 대학입시 수시모집이 시작돼 이번 평가 결과는 두 대학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신입생들이 부실대학으로 분류된 대학에 지원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광양보건대의 경우 3년 연속 최하위 등급을 받은 탓에 이미 폐교가 확정된 서남대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광양보건대는 교육부 평가결과가 발표된 직후 이성웅 총장이 처장단회의를 소집해 대응 방안을 논의했고, 24일 전체교직원회의 의결을 거쳐 방안들을 즉각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 총장은 전체교직원 회의에서 “부임할 때 제시했던 공약사항을 지키지 못했고 재정기여자 영입뿐 아니라 교육부 감사결과 4건의 미이행 사항을 해결하지 못한 데 대해 사과하고, 현실적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대학에 비상대응방안을 선포한다”고 말했다.

또 이 총장은 “모든 교직원은 각자의 위치에서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할 것과, 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대학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 등을 선언했다.

이러한 내부 대응과 동시에 교육부에는 평가에 대한 이의신청을 통해 평가과정에서의 부당한 점을 소명하고, 현재 준비 중인 설립자와 구재단을 상대로 350여억 원 규모의 횡령금 환수소송을 즉시 개시하기로 했다.

회의에 참석한 교직원들은 대학역량평가 결과에 실망하기보다는 학생교육과 취업 등에 더욱 매진해 대학 본연의 사명을 더 분명하게 세워가기로 결의했다.

지자체나 지역시민들과 맺어온 연대를 더욱 강화해 도립화나 공영화 등 대학의 활로 찾기에도 변함없이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의료인을 목표로 광양보건대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누구나 이 대학에서 자신들의 꿈과 기대를 이뤄갈 수 있다는 확신이 보편화되도록 대학 구성원들이 적극 지지하기로 결의했다.

또한 지난 2013년 특별감사를 통해 교육부로부터 이행 요구된 지적사항 가운데 아직까지 종결되지 못한 설립자와 구재단의 횡령금 환수 문제에 대해서도 법적 소송을 추진해 적극 대응키로 했다.

환수소송은 1심에서 일부 금액에 대해 승소한 후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인데, 이 소송의 대상금액을 횡령금 전액으로 확대 진행하기로 하고 소장 변경을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추가로 필요한 2억여 원의 소송 인지대를 마련하기 위해 교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하는 등 발 벗고 나섰으며, 부족분 마련을 위한 다각적인 방법을 찾고 있다.

광양보건대는 당초 1차 심사발표에서 기대한 점수를 얻어 재정지원제한에서 벗어나기를 내심 기대했었다.

그러나 설립자와 구재단의 비리와 이에 따른 행정처분 등을 근거로 교육부에서 이 대학에 대해 ‘1단계 진단 결과에서 나온 대학 간 점수 차이 평균의 4배에 해당하는 점수’를 감점하는 바람에 2차 결과에서는 재정지원제한이라는 성적표를 받게 됐다.

이에 대해 대학 측은 교육부에 이의제기를 하기로 했다.

교육부의 비리 제재 적용 방식에 대해 교수들과 학생들은 안타까워하면서 설립자와 구재단의 비리 책임을 고스란히 학생들과 교수들이 감당해야 하는 교육부의 처리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대학평가 때마다 광양보건대학은 우수한 신입생 충원율과 지역 최고의 취업률 등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설립자의 횡령 등 재단 비리문제가 발목을 잡아 하위 평가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현재 교육부에서는 광양보건대에 임시이사들을 파견해 대학을 운영하고 있지만, 횡령금 환수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소극적으로 대응하며, 문제 해결을 대학 구성원들에게 떠넘기듯 압박하고 있어 교육부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교수들은 급여를 반납해 학생들이 국가로부터 받아야 할 국가 장학금을 대신 지급해 왔으며, 설립자 상대 소송비용도 교직원들이 십시일반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라 교직원들이 겪게 되는 고통이 한층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성웅 총장의 비상대응이 대학의 현안을 해결하고 대학을 어느 정도 안정화시킬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남지역 한 대학 관계자는 “정원 감축에 재정지원과 학자금대출까지 제한을 받으면 사실상 학교 운영이 어렵다”며 “하위 등급을 받은 대학들이 다음 평가까지 3년 동안 견뎌낼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한편 지역 사회에서 한려대와 광양보건대의 회생에 대한 요구가 높았던 만큼 지난 지방선거에서 광양 보건대 정상화를 약속한 김영록 전남도지사와 정현복 광양시장도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정현복 시장과 김성희 광양시의회 의장은 지난 13일 교육부를 방문해 이들 대학을 공영형 사립대 또는 전남도립대학으로 전환하고 국가 장학금을 지원해줄 것을 건의했으며, 김영록 지사 역시 자신의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학교 정상화를 약속하기도 했다. 동부취재본부/윤종채 기자 yj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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