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시술 관련 사업 활성화·건강보험 등 사회제도 변화

낙태죄 조항 폐지 수순…사회적 변화 맞이하나?
여성단체 “여성 자기결정권 법적으로 인정됐다” 환영
낙태 시술 관련 사업 활성화·건강보험 등 사회제도 변화
종교계 “생명 선택권 누구에게도 없다” 우려 표명하기도

낙태죄 조항이 사실상 폐지 절차에 돌입했다. 낙태죄가 국내 형법에 도입된지 무려 66년만의 일이다. 여성 인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에 따른 당연한 결정이란 시각이 우세하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생명 윤리 붕괴 등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헌법재판소는 11일 형법 269조 1항 및 270조 1항 관련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4(헌법불합치)대 3(단순위헌)대 2(합헌)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자기낙태죄’로 불리는 형법 269조는 임신한 여성이 낙태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70조는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동의를 받아 낙태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는 ‘동의낙태죄’ 조항이다.

헌재는 낙태를 전면 반대하고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건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봤다.

헌재는 “출산은 여성의 삶에 대해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다”라며 “임신 유지 여부는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과 사회관을 바탕으로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한 결과를 반영한 결정이다. 형벌 여부가 낙태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고 실제 형사처벌 사례도 매우 드물어 자기낙태죄 조항은 태아 생명 보호를 실효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일한 이유에서 의사낙태죄에 대해서도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이번 헌재의 결정은 사실상 사회적 요구를 반영된 결과란 것이 지역 법조계의 분석이다. 실제 지난 1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남녀 5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58.3%인 것으로 집계됐다.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불과 30.4%였다.

지역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과거 여성들은 자신의 신체에 대한 자기 결정권이 보장돼야 함에도 생명윤리란 이름의 사회적으로 형성된 맹목적 잣대 그리고 이를 억압하는 법적 재재로 인해 불행한 삶을 살 수 밖에 없었다”라며 “이번 헌재의 결정은 사회적으로 여성의 인권이 신장된 결정이라고 본다”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낙태죄에 대한 면죄부가 주어지면서 남성과 여성의 삶은 물론 사회·경제·의료 등 사회 전반에 커다란 변화의 바람이 불 전망이다. 음성적으로 이뤄지던 낙태 시술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커졌으며, 이에 따른 건강보험 적용 여부 등 사회적 제도 마련 논의도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낙태 시술를 받은 환자들을 위한 제품 개발은 물론 관련 상품 판매도 증가 할 것으로 보인다.

낙태죄 폐지에 따른 순기능 측면과 반대로 낙태죄 폐지에 대한 반대 목소리는 여전하다. 낙태의 주된 보호 가치 대상인 ‘태아의 생명권’, 특히 ‘태아=인간’이란 측면에서 자기방어 등 생명 선택권이 없는 태아를 보호할 수 있는 마지막 마지노선이 무너졌다는것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지역 한 종교계 관계자는 “태아도 곧 사람이다”라며 “그런데 과연 부모라 할지라도 그 생명의 경중을 놓고 저울질 할 수 있는 권한이 과연 있는지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낙태는 생명을 죽이는 일이다”라며 “처음 몇번은 죄의식을 가질 수 있겠지만 어느순간부턴 무뎌질 것이다. 성에 관한 윤리, 생명에 대한 경시풍조가 사회에 만연해 질 것이고 이는 사회 전반의 붕괴를 가져 올 수 있는 만큼 여성과 태아 모두를 지킬 수 있는 새로운 법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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