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AI…인공지능과 조류인플루엔자
남도일보 오치남의 우다방편지
오치남<정치·총괄데스크, 이사대우)

광주·전남지역에서 자주 등장하는 용어 가운데 하나가 AI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과 조류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AI )다. 인공지능은 ‘동경의 대상’이지만 조류인플루엔자는 ‘퇴치의 대상’이다. 전혀 다른 의미의 AI이다. 조금만 신경을 쓰지 않으면 혼란스러울 때도 없지 않다. 해마다 찬바람이 불면 조류인플루엔자를 걱정했지만 올해 가을부터는 인공지능이 회자되면서 AI에 대한 관심이 더욱 더 커지고 있다.

백과 사전 등에 따르면 인공지능은 인간의 학습능력과 추론능력, 지각능력, 자연언어의 이해능력 등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실현한 기술을 일컫는다. 조류인플루엔자는 닭이나 오리와 같은 가금류 또는 야생조류에서 생기는 바이러스(Virus)의 하나로서, 일종의 동물전염병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인공지능은 현재 광주광역시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 중심엔 이용섭 시장이 있다. 언제 어디서나 이 시장의 대화는 거의 AI로 시작해서 AI로 끝난다. 시쳇말로 ‘인공지능에 미쳐 있다’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인공지능에 문외한인 필자는 ‘인공지능 중심도시 광주(AI Hub City Gwangju)’를 만들기 위한 그의 집착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인공지능은 우리 실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분야로 자리잡고 있다. 이른바 ‘대륙의 실수’니 ‘대륙의 기적’이니 하는 중국의 로봇청소기가 우리 서민들에게까지 파고 들었다. 머지 않아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할 시대(?)가 올 것이란 예측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재일동포인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도 지난 7월 4일 청와대를 방문, 문재인 대통령에게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인공지능,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인공지능 수준은 미국이나 중국보다 뒤쳐져 있다. 앞으로 갈 길이 멀고 험하다. 리스크도 많고 100% 성공 보장도없다. 특히 국가가 아닌 광역자치단체 중심의 인공지능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고난의 길을 걷지 않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는 분야다. 그래서 이 시장의 선택은 모험에 가깝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시장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지난 21일 열린 24개 공공기관장 회의에서도 “산업불모지인 광주가 세계적인 도시들을 추월할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가 4차 산업혁명이고 그 핵심이 인공지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추진위 출범, 인공지능 테스크포스(T/F)와 인공지능(AI)사내대학 운영, 광주과학기술원(GIST) 인공지능 대학원 선정, 실리콘밸리 방문 등 연이은 성과가 이어졌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시장은 “광주형 인공지능 비즈니스모델을 성공시켜 대한민국을 인공지능 4대 강국으로 우뚝 세우는 것이 지금 광주에 주어진 시대적 소명”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23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실리콘밸리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기업설명회’서 기조연설을 한다. 이 시장과 더불어 제임스 랜디 물릭 뉴욕주립대학 학장도 기조연설에 나선다. 그는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대결보다 20년 앞선 1996년 슈퍼컴퓨터 ‘딥블루’를 개발, 체스챔피언 게리 카스파로프와의 경기에서 이긴 주인공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인공지능 중심도시 광주만들기 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인 김문주 박사가 기업들에게 실리콘밸리에 대한 소개와 함께 ‘광주-실리콘밸리 간 협력방안’이라는 주제발표도 예정돼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 중심도시 광주만들기는 걸음마 단계다. 이용섭 시장과 김문수 박사 등 전문가 몇 명으로 이룩할 수도 없다. 산학연이 힘을 모아야 한다. 공직자들도 ‘열공’하지 않으면 따라갈 수조차 없다. 언론인도 공부하면서 비판과 견제, 대안을 제시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에 인간이 지배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인공지능이 나하고 무슨 관계지?’ 저자 이장우 박사의 말처럼 인공지능은 결국 사람이란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지능이므로 사람을 배제하고 이야기할 수 없지 않겠는가.

인공지능과 혼돈은 주고 있는 또 다른 AI는 ‘겨울철 불청객’ 조류인플루엔자. 최근 충남 천안의 야생조류 분변에서 저병원성 AI 바이러스가 검출되면서 우리 지역도 비상이 걸렸다. 철새가 본격적으로 들어오면 고병원성 AI 유입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미 순천만, 영암호, 해남 고천암호 등 주요 철새 도래지에 대한 집중 소독이 이뤄졌다. 행정당국과 가금류 농가들이 철저한 방역조치로 올해도 ‘AI 피해 제로화’에 총력을 쏟고 있다.

생뚱같은 두 가지 AI를 ‘우다방편지’에 적은 것은 조금이나마 지역민들이 혼돈하지 말아달라는 바람에서다. 앞으로 우리 지역에선 ‘AI=인공지능’으로 모두에게 각인됐으면 하는 염원도 포함돼 있다. 인공지능시대를 이끌고 조류인플루엔자 청정지역으로 자리잡는 광주·전남을 꿈꾸면서… 그리고 서로 다른 AI가 ‘사람이 행복한 시대’를 열어주는 그 날을 기대하면서…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