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엔 청년 30%, 여성 30% 국회를 만들자
이민철(광주마당 이사장)

문제를 해결할 자신이 없으면 비켜주는 것이 지혜롭다. 바꿔서 확실히 해결될지 알 수는 없지만, 실패에는 책임이 필요하고, 새로운 도전에는 기회가 필요하다. 선거 때마다 물갈이를 외치지만, 비슷한 나이와 배경, 직업을 가진 남성들끼리의 선수 교체에 불과했다. 이제 같은 관심을 가진 다른 사람이 아니라, 다른 관심과 의제를 가진 사람들로 바꿔야 한다.

시대가 변하고 있고, 인류가 직면한 과제도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다. 문제에 대한 새로운 감각과 문법을 가진 사람들이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 새로운 시대감각도 약하고, 문제의식이나 해결책도 없고, 심지어 해결할 의지도 없는 사람들로 가득한 국회가 할 수 있는 일은 당리당략의 싸움뿐이다. 진정성을 가지고 나라와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풀고 싶은 의원들이라면 저럴 수가 없다. 1분 1초가 아까운데 쓸데없는 싸움에 핏대를 세우고 있을 시간이 있겠는가.

지금 국회는 평균 나이 55.5세, 70대 5명, 60대 81명, 50대 161명, 40대 50명, 30대 2명, 20대 1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청년 인구는 30%인데 청년 국회의원은 단 3명이다. 인구의 절반인 여성 국회의원은 51명으로 17%에 불과하다. UN은 정치적 대표성을 적어도 30%는 확보하도록 각국에 권고하고 있는데, 올해 국제의회연맹이 발표한 자료로 보면 세계 평균 24.3%에도 한참 미달이고, 조사대상 193개국 중 121위라는 부끄러운 순위가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패스트트랙에 올라 있는 선거제도 개혁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내년 총선엔 선거연령도 18세로 낮아지고, 지역구에서 의무적으로 30%를 여성으로 공천해야 한다. 정의당은 청년비례 20% 추진을 검토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현역 의원 불출마 지역구를 포함한 전략 지역에 청년과 여성 도전자를 최우선 공천한다고 한다. 또, 청년 후보자에 대한 ‘무상, 반값 경선’도 추진한다.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대안신당도 그런 흐름에서 총선 전략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대적 흐름이 그렇게 만들어지고 있다.

시민운동과 뜻 있는 정치인들이 내년 총선의 목표를 구체적으로 여성 30%, 청년 30%로 잡고, 사회적 토론을 확대하고 정치권에 지역구와 비례 공천을 구체적으로 요구하자. 당선이 유력한 전략지역에 여성과 청년을 우선 공천하고, 비례후보는 모두 여성과 청년으로 공천하는 것이다. 어떤 여성이고 어떤 청년인가도 중요하다. 남성화된 여성, 중년화된 청년처럼 이미 기성 정치권 문법에 물들어버린 여성이나 청년이 유리하지 않도록 경선 관리가 각별히 필요하다. 언론의 조명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수도권과 지역의 청년, 여성이 출발점이 다른 현실을 감안해 권역별 할당 또한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

유럽에서는 18세 최연소 국회의원, 20세 유럽의회 의원 등 청년 정치인들의 기사를 자주 볼 수 있다. 미국 정가를 흔들고 있는 AOC(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즈)의원은 뉴욕에서 20대 여성으로 하원의원에 당선되었다. 37세에 첫 여성 로마시장이 된 비르지니아 라지는 오성운동의 지지를 받아 당선이 되었고, 아다 콜라우 첫 여성 바르셀로나 시장은 43세에 바르셀로나엔코무라는 지역정당의 지지를 받아 당선되었다. 세 정치인은 공통적으로 유력한 기성 남자 정치인들을 꺽고 당선되었고, 그 기반에 강력한 시민정치운동이 있었다.

거물급 10선 하원의원을 무명의 AOC가 이길 수 있었던 것은 DSA, 썬라이즈 무브먼트, 정의의 민주당원들 같은 조직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시민정치그룹들은 당선 후에도 AOC와 함께 그린뉴딜과 같은 굵직한 의제를 미국 정치의 중심으로 만들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제 시작이다. 여성과 청년 정치가 성장하려면 기존의 정치그룹과는 다른 감각과 문법을 가진 시민정치운동이 성장해야 한다. 썬라이즈무브먼트 같은 새로운 감각을 가진 20~30대 청년들의 시민정치단체가 많아져야 한다. 그리고 선거에 나서는 여성과 청년 정치인들은 기존 정치인들과 다른 의제와 선거운동을 보여줘야 한다. 기후비상사태와 같은 지구적 의제에 책임 있게 발언하고 행동해야 한다. 갈수록 심해지는 양극화와 빈곤에 파격적인 대안을 내놓고 싸워야 한다. 현재의 50~60대 국회는 공공의 의제에 철저히 무관심하고 무지하고 무능했다. 판을 크게 흔들 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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