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문파 조직력이냐, 쓰까 신공 파괴력이냐

■무협지로 재구성한 총선대첩<2>광주 북구갑 편
민주 문파 조직력이냐, 쓰까 신공 파괴력이냐
호남성 광주 비무대회 최고 격전지 예고
조오섭 대인, 지지세 얻고 무공 일취월장
김경진 공자, 前 비무대회 승자 ‘프리미엄’
이승남 검자 “정의 문파 자존심 건 출사표”

# 말바우 장터 낙지 상인, 그의 정체는 누구

호남성 북문 끝자락에 위치한 말바우 장터. 새벽의 정적을 깨고 붉은 해가 솟아오르자 장사 준비에 여념 없던 상인들의 손놀림도 점점 분주해졌다.

‘촤악~’ 무안에서 갓 잡아온 싱싱한 낙지가 상인 맹 공의 오른손을 휘감았다. 통발에 들어 있던 찰진 낙지 발을 떼어내 바구니에 옮겨 담는 맹 공의 얼굴에도 하루의 기대감이 가득했다.

‘오늘은 장터에 손님이 많을 거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5접만 팔면 일찍 파하고 술맛 좋은 주막에나 들려야지. 룰루~ ’

미소를 머금은 채 연신 콧노래를 흥얼거리던 그는 입가에 고였던 침을 쓰윽 닦아냈다.

통통한 얼굴에 뽀얀 피부, 사람 좋아 보이는 인상은 손님들의 신뢰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뚜렷한 이목구비와 특유의 너스레는 장을 보러 온 아낙네들에게 인기도 꽤나 높았다.

이 때였다. 신나게 낙지를 옮기던 맹 상인의 낯빛이 갑자기 싸늘해졌다. 수상한 인기척을 감지한 그는 바구니를 내려놓은 채 휙~ 몸을 돌려 주변을 경계했다.

남루한 차림을 한 의문의 사내가 그의 앞에 쓰윽 모습을 드러냈다.

‘개방의 방주를 뵈옵니다’ 전음을 날린 사내가 맹 공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팔도의 거지들로 구성돼 온갖 정보를 가장 발빠르게 수집한다는 개방. 그런 개방의 방주가 바로 맹 공의 정체였다.

‘그래, 저잣거리 분위기는 어떠하더냐. 북갑 비무대회 출전자들의 명단은 가져왔느냐…’

맹 방주가 사내에게 속삭이듯 묻자 남루한 행색의 남자는 서찰 하나를 그의 손에 쥐어준 채 조용히 자리를 떴다.

명단에는 세 명의 이름이 나란히 적혀 있었다. ‘더민주 문파 조오섭, 정의 문파 이승남, 소속 없음 김경진’

명단을 펼쳐 본 그는 행여 흔적이라도 남을세라 종이를 입에 구겨넣은 뒤 우걱우걱 씹기 시작했다.

# 두 고수, 드디어 조우하다

해가 중천에 떠오르자 장터 초입 부근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

“한 번만 더 강호에서 무공을 펼칠 기회를 주시오” 한 명의 사내가 상인들에게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장터 내부로 진입했다.

흰 무복 차림에 군관처럼 짧은 머리, 푸근한 인상을 가진 그는 누가 보더라도 무인 같지 않은 풍채였다. 다만, 그의 어깨에 걸린 중검(重劍)은 그가 강호인이라는 걸 나타내는 듯 했다.

“지난 비무대회 승자, 김경진 ‘쓰까’공자가 오셨네” 상인 일부가 반갑게 손을 흔들며 그를 맞이했다.

기해년 타오름달(8월), 민주평화 문파를 뒤로 한 채 고독한 수련을 이어가던 김 공자가 비무대회를 앞두고 중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상인들과 일일이 눈인사를 나누던 그는 곧이어 장터 내부에 마련된 큰 공터로 자리를 이동했다. 상인들과 손님들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새로운 무공과 결합된 쓰까 신공이 대성을 이뤘소. 광주역전 개발 초식, 각화동 농산물시장 이전 장풍, 그리고 말바우장터 활성화 비책이 나의 주무기라오.”

칼집에서 묵직한 중검을 빼든 그는 보란듯이 검무를 추기 시작했고 그의 몸짓은 물 흐르듯 유연했다.

무공을 뽐내며 제 3초식을 선보이려는 찰나, 어디선가 ‘타다다닥~’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의 진원지를 찾던 한 구경꾼이 반대편 하늘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무인들이 이 곳으로 오고 있소”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의 눈길은 구경꾼이 지목한 방향으로 향했다.

수 십명의 무인들이 화려한 경공술을 펼치며 장터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깃발을 든 채 최일선에 선 무인의 얼굴이 어렴풋이 드러났다.

“더민주 문파 깃발이다. 조오섭 대인이다” 누군가의 외침에 관중들은 탄성을 질렀다.

조 대인의 뒤에는 절정의 고수 수 십명이 화려한 보법을 흩날리며 뒤따르고 있었다. 파란색 무복을 맞춰 입은 그들의 진용은 가히 위력적이었다.

수하들 중에는 최근 강호에 이름깨나 날린 이경호 공자, 신수정 소저의 모습도 보였다. 조 대인의 죽마고우인 임상봉 책사(策士)의 얼굴도 눈에 들어왔다.

조용히 지켜보던 맹 방주는 소매춤에서 종이를 꺼내들어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더민주 문파 조오섭 대인, 강기정 청와대전 장로와의 기연이 가져다 준 막강한 세. 다양한 영약 복용으로 무공 일취월장. 학생무림연마로 다져진 내공, 소탈한 인품이 강점. 북구갑 비무대회 예측불허. 현재까지 우위는…’

맹 방주가 종이를 빽빽이 써내려갈 때 즈음 코로나 전염병을 막는 용린(龍鱗)가리개를 입에 착용한 조 대인이 바람결에 머리를 휘날리며 공터 내부에 가볍게 안착했다.

“전염병과 어지간한 검기는 다 막는다는 천고의 보물, 용린 가리개를 직접 보다니…”

등장만으로도 관중들의 눈을 사로잡은 조 대인은 가리개를 살짝 내린 채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했다.

“인사 올리겠소. 조오섭 대인이오. 현 무림맹 군주의 간택을 받아 팔도 무림 균형발전을 위한 소통기획관으로 일했소. 광주 정치무림맹을 주도하는 시의회의 간부를 지내기도 했다오.”

그가 관중을 향해 포권을 취하자 검무를 추던 김 공자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

‘어허, 비무대회에 앞서 두 고수가 한 자리에서 만나다니. 점점 재밌어지겠군’ 일촉즉발의 상황, 조용히 지켜보던 맹 방주의 손에도 조용히 땀이 차기 시작했다.

# 경계, 서로에게 검을 겨누다

조 대인이 미끈하게 날이 선 장검을 빼어들자 마주 서 있던 김 공자가 차가운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비무대회가 열리기 전, 이 곳에서 몇 합 정도 겨뤄봐도 좋을 거 같소만”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곳곳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어느새 조 대인의 몸이 하늘 위로 한 차례 솟구쳤다. 이에 질세라 김 공자의 모습도 관중들 시야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챙~챙~챙’ 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눈 깜짝할 새 삼 합을 겨룬 두 고수는 서로에게 등을 돌린 채 각각 착지했다.

숨을 몰아쉬는 두 무인의 눈에는 비장함이 깊게 서려 있었다.

같은 시각, 정의 문파 진용에는 비둘기 한 마리가 날아왔다. ‘말바우 장터에서 조 대인과 김 공자가 비무대회 전초전을 치르고 있다’ 서찰을 읽은 정의 문파 이승남 검자는 서둘러 무장을 하기 시작했다.

노란색 머리끈을 질끈 묶은 이 검자는 축지법을 쓰며 휙~휙 달려나갔다. 북구 갑에 감도는 전운을 느꼈는지 산천도 사시나무 떨기 시작했다. ‘달빛 비무의 날’은 어느덧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정세영 기자 j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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