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고졸신화’vs 민생 ‘6갑자 내공’

■무협지로 재구성한 총선대첩<3>광주 서구을 편
민주 ‘고졸신화’vs 민생 ‘6갑자 내공’
양향자 소저, 3파전 경선 관문 뚫고 ‘본선행’
천정배 검신, 금배지 6번 거머쥔 경륜·인물론
4년만에 리턴매치…‘여의도 입성’ 최종 승자는
 

#4년간의 기다림, 새출발

호남성 서문에서 이십리 정도 떨어진 풍암 호수 정원. 자욱한 운무(雲霧)에 지척을 가늠하기도 어려운 새벽 시간대, 어디선가 인기척이 들렸다. 동 트기 전 어스름을 뚫고 나타난 이는 청의무복(靑衣武服)을 단정하게 갖춰 입은 한 여인. 바로 삼성세가 출신 더민주 문파의 양향자 소저였다.

현 무림맹 지존이 수 년 전 발굴해 낸 강호 밖 칩거 고수 중 한 명, 독학 무공을 익혀 자력만으로 삼성세가의 간부를 지낸 숨은 실력자였다. 더민주 문파 내에서 전 최고장로까지 지낸 그녀를 중원에서는 ‘고졸 신화’로 불렀다.

“양 소저, 오늘도 나오셨네요”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맞으며 산보를 즐기던 한 사내가 아는 척을 했다.

그녀는 환하게 미소 지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많은 이들을 만나 무림정치에 대한 고견을 얻기 위해서죠, 요즘 장사는 잘 되시나요 대협”

양 소저의 물음에 그는 퍽퍽한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가뜩이나 어려운데 코로나 전염병에 아주 죽을 맛이죠, 아이가 셋인데,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푸념 섞인 말에 양 소저는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스무 하루 뒤 열리는 서구을 비무대회에서 제가 이긴다면 강호의 경제를 살리겠소”

지난 총선 비무대회에 필살기로 선보였던 ‘삼성세가 전장산업 유치’ 장풍이 무위에 돌아갔지만 그녀의 얼굴엔 자신감이 넘쳐 흘렀다.

절치부심한 4년의 시간, 혹독한 수련을 거친 양 소저의 무공은 절정의 경지에 다다랐다. 경제자유구역법 개정, 마륵동 탄약고 이전 신공을 완성하기 위해 이번 비무대회 승리가 그녀에겐 절실했다.

잠시 눈을 감은 채 상념에 젖은 양 소저에게 호위 무사 하나가 다가와 귓속말로 속삭였다.

“비무대회장으로 출발하실 시간이 됐습니다. 마차에 오르시지요”

고개를 살짝 끄덕인 그녀는 대기하고 있던 마차 위로 올라갔다. 창문을 열어젖힌 채 잠시 조우했던 사내에게 가벼운 손짓으로 작별인사를 건넸다. ‘내 꼭 비무대회를 통과해서 돌아오리다…’ 그녀의 눈에 결기가 느껴졌다.

#6갑자의 내공, 준비는 끝났다

양 소저가 비무대회 출전을 위해 마차에 몸을 싣은 시각, ‘목포3대 제일검’ 민생문파 천정배 검신이 소유한 장원 곳곳에는 은신한 호위 무사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넓다란 장원 한 편에는 무공 수련장이 마련돼 있었고 가부좌를 튼 채 운기조식을 하는 천 검신의 모습이 들어왔다.

몇 시진이 흘렀을까~. ‘흐윽’ 가벼운 신음소리를 뱉으며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련이 끝났다는 걸 확인한 무인 하나가 조용히 수건을 건넸다.

땀으로 흠뻑 젖은 얼굴을 닦으며 천 검신은 주변을 향해 소리쳤다. “모두들 이 곳으로 모이거라”

천 검신의 명이 떨어지자 고수들이 매복을 풀고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

“존명” 한 쪽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인 그들을 지나치며 천 검신이 말했다.

“비무대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내 무공을 마지막으로 시험해 보고자 한다. 모두들 한꺼번에 덤비거라”

천 검신의 외침에도 이들은 미동조차 없었다.

“어허, 명을 어길 셈이냐. 암기를 써도 좋다. 어서 나에게 칼을 겨누거라” 그의 두 번째 호령이 떨어지자 그제서야 고수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르르릉~’ 천 검신이 검을 빼어들자 십 수명의 고수들은 각자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암수를 사용하는 몇 명의 복면 무인은 조용히 자취를 감췄다.

‘퍼억~’ 갑자기 허공 속에서 천 검신의 목을 노린 비수가 빠르게 날아들었다. 그가 몸을 살짝 비틀며 아슬아슬하게 피해냈다.

곧바로 세 명의 고수가 천 검신을 향해 달려들었다.

장도(場刀)와 곤봉이 동시에 그의 어깨와 다리를 노렸고 강한 내력이 깃든 장풍이 가슴을 향해 매섭게 돌진했다. 그러자 천 검신은 좌우로 몸을 움직이며 검으로 공격을 모두 받아냈다.

‘번쩍’ 그의 신형이 사라졌고 순간 한 명의 무인이 가슴을 움켜지며 고꾸라졌다. 당황한 무인들은 서로 눈짓을 주고 받은 뒤 그에게 다시 쇄도했다.

하지만 천 검신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슈슈슉~’ 검과 물아일체가 된 듯한 그의 재빠른 몸놀림에 가벼운 상흔을 입고 쓰러져가는 고수들이 늘어났다. 마지막 남은 무인 하나마저 혈도를 제압당하며 무릎을 꿇었다.

“음, 이 정도면 됐군” 천 검신이 흡족한 미소를 보이며 읊조렸다. 그리고는 그 광경을 옆에서 지켜보던 심복에게 말을 걸었다.

“내가 오늘 선보인 무공은 말일세, 비무대회를 위해 마련한 무공 초식들을 응용한 거라네. 이 무공들을 9성의 경지까지 만들기 위해서는 꼭 대회에서 이겨 7번째 금배지를 달아야 하네. 그 배지는 말야. 내공을 자연스럽게 높여주는 강호의 신물 중 하나지”

천 검신의 말에 심복이 조심스레 물었다. “그런데, 방금 시전하신 무공은 어떤 것들입니까”

“허허, 전두환 불법재산몰수 초식, 국가폭력트라우마센터 건립 진법 등 다양하지. 이번 비무대회를 위해 준비했네. 기대하시게나”

천 검신은 대답을 마치고 쓰러져 있는 수하들에게 명령했다.

“자, 이제 비무대회장으로 한 번 가볼까, 엄살 떨지 말고 일어나시게들”

그의 말 한 마디에 쓰러져 있던 무인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6갑자의 내공을 지닌 천 검신은 장원 밖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정의의 깃발을 들어라, 출사표를 던지다

두 명의 서구을 비무대회 출전자들이 대회장으로 달려가고 있을 즈음, 백마산 깊숙이 자리잡은 동굴 안에서도 한 사내가 출격 채비를 갖추고 있었다.

노란색 휘장이 쳐져 있고 서구을 지도가 큼지막하게 내걸려 있는 동굴 내부.

노란색 장삼을 걸친 사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도(刀)를 어깨 위에 걸쳤다.

‘내 이번 비무대회에서 정의문파를 만천하에 알리고 자존심을 바로 세우겠소. 호남성의 적통을 이어받은 문파가 우리라는 것을 보여줄 기회요’ 입술을 꽉 깨문 그는 바로 정의문파 유종천 소협.

오랜 수련생활을 마친 유 소협은 동굴 밖으로 터벅터벅 걸어나왔다.

빠른 보법으로 어두컴컴한 산 속을 벗어난 그는 호남성 인근 객잔에 여장을 푼 채 다음 날이 다가오길 기다렸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는 법. 아침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호남성 서문 입구는 동이 트기 전부터 비무대회가 열리는 성 내부로 들어가기 위한 기나긴 줄이 끝이 보이지 않게 늘어져 있었다.

“자, 통과. 다음 사람 오시오”

내부 통행증을 확인하는 장 간사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가득했다. ‘거참, 비무대회가 빨리 끝나던지 해야지 원, 왜 이렇게 사람들이 몰려든담’ 그는 속으로 투덜거리며 무림맹 지존의 직인이 찍힌 통행문서를 일일이 확인했다.

장 간사와 보조를 맞춰 통행인의 얼굴을 확인하던 유심 낭자도 지쳐 있긴 마찬가지였다.

그 때 장 간사 앞에 마차 한 대가 멈춰섰다. “통행증을 확인하겠소. 마차 문을 여시고 나오시오”

그의 말에 마차에서는 한 명의 여인이 내렸다. 통행증을 건네는 그녀는 바로 양향자 소저, 얼굴과 증서를 번갈아 확인한 간사장은 “통과”를 외쳤다.

바로 뒤에는 낯익은 얼굴의 사내와 노란 두건을 쓴 남자도 기다리고 있었다. 장 간사장은 그들을 훑어본 뒤 큰 소리로 말했다. “통과요~ 모두들 건투를 비오.”

성 내부로 세 명의 모습이 사라지자 장 간사는 혼잣말을 내뱉었다. ‘서구을 출전자들이 들어가는 걸 보니 드디어 비무대회가 시작되나 보군’

호남성 길목에 활짝 핀 벚꽃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했다. /정세영 기자 jsy@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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