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대도시의 미래 전망 : 집중 VS 분산?
노경수(광주광역시도시공사 사장)

근대 도시계획은 전염병과의 싸움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산업혁명의 영국의 도시에서 공장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났다. 이로 인해 노동자용 일조와 통풍이 없는 과밀주택, 상하수도 없는 열악한 위생환경 등과 더불어, 특히 상수도가 오염되면서 1832년과 1848년, 그리고 1866년에 콜레라가 영국의 전 지역을 휩쓸게 된다. 대재앙인 도시의 전염병에 대처하기 위해 최초의 도시계획 제도라 할 수 있는 공중위생법(Public Health Act, 1848)이 제정되었다.

우리의 경우에도 월간지의 기사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경무총감부 기관지인 [경무휘보]에 1918년 스페인독감으로 756만 명이 감염되고 약 14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당시 인구 약 1600만 명의 절반이 스페인독감에 걸렸던 것이다. 가을에 추수할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이 무렵인 1919년 식민지 조선에 시가지계획령(도시계획법)이 제정되었으며, 광주의 경우 도로개수와 함께 상수도가 1920년, 하수도공사는 1926년에 실시되었다.

코로나바이러스19의 감염 확진자의 발생도 세계적으로 대부분 도시, 그중에서도 인구수가 많고 밀도가 높은 대도시에서 발생하고 있다. 2015년 기준 대도시권은 국토면적의 31.1% 불과하지만, 인구는 79.1%가 살고 있다. 대도시권은 국가 및 지역발전을 견인하는 엔진 역할을 담당하는 국민 삶의 핵심공간이다. 전세계적으로 창궐하고 있는 코로나 사태도 우리가 살고 있는 광주의 미래에 커다란 영향을 줄 것이다.

몇 해 전에 국토연구원(2016년)에서 제5차 국토계획을 준비하면서 “미래 대도시권 전망과 대응전략 연구”를 발표하였다. 여기에서 대도시의 경쟁력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과학기술 발달과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빅데이터, AI, 무인화, 초고속화, 문화예술 등을 들고 있으며 반면에, 저성장, 저출산, 기후변화, 자원부족 등은 부정적 영향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을 토대로 대도시권의 미래 전망에 대한 시나리오를 확산, 쇠퇴, 응축, 융해 등 네 가지로 설정하였다. 응축단계는 쇠퇴가 지속되어 권역 내 일부지역에 선택적으로 기능들이 집약되고 나머지 지역은 황폐화되거나 자연으로 환원되는 과정이다.

융해단계에는 첫째 생산시설이 고속도로IC, 고속철도 정차역 등과 같은 간선도로망 결절지 등에 공간적으로 분산되는 한편, 무인공장 및 물류시설의 원격제어, 비상대응기능은 집중한다. 둘째, 정보통신기술 발달로 노동시간과 근무시간의 구분이나 거주공간과 노동공간의 분리도 없어지며, 유연근무가 활성화될 것이다. 셋째, 온라인 쇼핑, 의료 및 교육과 무인화 등으로 디지털 접근성 측면에서 전 국토가 하나의 권역으로 이용되는 온라인 단일 국토를 형성한다. 넷째, 주거지 근처에 응급의료, 실버케어, 초중고 교육서비스 등 오프라인 생활권이 형성되고, 온?오프라인 연계가 중요해진다. 결국 디지털화, 무인화, 초고속화로 인하여 디지털 접근성과 물리적 이동성이 높아져 도시와 농촌의 구분이 필요 없게 되어 대도시권 집중이 완화되고 전국적으로 분산이 이루어져, 결국 대도시권이 발전적 해체되는 시나리오이다.

SF영화와 같은 얘기여서 가까운 미래엔 불가능해 보이지만, 코로나 확산방지의 일환인 사회적 거리두기로 다가오는 속도는 빨라질 것 같다. 화상으로 회의하고, 온라인으로 종교예식하고, 강의하고, 쇼핑하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이 확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한 산업이 빠르게 성장 중이다.

지혜의 왕 솔로몬이 반지에 새겨진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away!)”를 묵상하며 긴 안목에서 코로나 이후의 광주 변화를 전망하고 이를 2040년 광주도시기본계획에 반영할 준비가 필요하다. 변화의 속도가 빠른 시대에는, 관습과 경험이 더 이상 정답이 아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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