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일보 기자현장-‘광주다움’ 버스정류소의 현주소
 

정다움(남도일보 사회부 기자)

‘-답다’는 ‘성질이나 특성이 있다’는 뜻으로 체언 뒤에 붙어 형용사를 만드는 접미사다. 체언의 긍정적인 의미를 부각시키는 동시에 화자의 기대감을 드러내 칭찬과 찬사를 표할 때 사용한다. 정답다, 아름답다, 전문가답다 등의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광주광역시가 ‘광주다움’을 내걸고 버스정류소(승강장)를 세우겠다는 달가운 소식이 들린다. 그간 시민의 발 역할을 해온 노후 정류소 61곳이 시설 개선되고, 이 중 28곳은 기존 정형화된 정류소에서 광주만의 정체성을 드러낼 모습으로 탈바꿈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여름철을 맞아 무더위와 비를 피할 수 있도록 개폐식 문이 달린 ‘유개정류소’ 설치 소식도 전해지면서 버스 이용편의가 증진될거란 기대감을 내비친 시민들도 적잖다.

하지만 광주다움이 묻어나는 버스정류소를 기대하기란 시기상조인 모양새다. 취재차 지난 15일에 방문한 동구 지산동 법원 앞 정류소에서 드러난 광주 버스정류소의 민낯이 꽤나 충격적으로 다가와서다. 해당 정류소가 차도 위에 설치된 데다 이렇다 할 버스노선 안내판과 의자, 버스도착정보 안내 단말기 등 시설물은 찾아 보기 힘들었다. 정류소 답지 않은 정류소에 실소가 터져나왔다. 이처럼 지붕이 없는 이른바 ‘무개정류소’가 전체 2천379곳의 버스정류소 중 1천5곳으로 무려 42%에 이른다고 하니 광주다운 버스정류소란 먼 미래의 이야기로만 다가온다.

특히 버스에 승차하고자 차도를 넘나들거나 인근 점포로 들어가 에어컨 바람을 쐬며 숨을 고르는 시민들의 모습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안타깝지만 이것이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광주 버스정류소의 현 주소다.

광주다운 버스정류소는 멀리 있지 않다. 교통약자들이 해마다 겪는 불편도 가까이 있다. 이를 광주답게 해결하는 것이 광주다움이 묻어나는 버스정류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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