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납골당 침수에 유가족들 ‘분노’
1천800여기 납골묘 물에 잠겨, 추모관 측 유가족에 즉시 안 알려
유가족들 추모관서 “책임자 나와”...진상조사 요구 청와대 국민청원

9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동림동 새로나추모관 앞마당에 모인 유가족들이 침수 피해에 대한 책임자의 답변을 요구하고 있는 모습. /김재환 기자 kjh@namdonews.com

9일 오전 11시께 찾은 광주광역시 북구 동림동 새로나추모관. 교통혼잡에 따른 사고우려로 경찰이 도로를 통제해 추모관까지는 적게는 1.5㎞에서부터 많게는 2㎞ 이상 걸어야 도착할 수 있었다.

이날 추모관 내부는 지난 7일부터 내린 많은 비로 침수된 지하의 물을 빼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건물에 물이 차면서 이곳 지하에 모셔져 있던 1천800기에 달하는 납골묘도 물에 잠겼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유가족들이 새벽부터 한걸음에 달려 나왔으나,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납골당 내부 입장은 한 줄로 서서 기다려야만 가능했다. 새벽부터 이어진 기약 없는 기다림에 곳곳에서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답답한 마음에 입구에서 통제하는 경찰관과 실랑이를 벌이는 유가족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날 오전 침수소식을 듣고 서울에서 달려왔다는 한 유가족은 “납골당 입장을 위해 몇 시간째 기다리고 있는데 누구는 바로 입장하고, 누구는 기다리는 등 제대로 된 통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내부상황을 조금이라도 알고 싶은데 추모관 측이 답변할 수 없고 기다리기만 하라고 하니 정말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추모관 앞마당에 임시로 마련된 텐트는 이미 허용 인원을 초과한 탓에 상당수 유가족들은 31℃가 넘는 뙤약볕 속에서 발만 동동 구르며 기다려야만 했다.

유가족들은 가족을 모신 납골당이 침수됐다는 청천벽력 같은 현실이 믿기지 않은 듯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믿고 맡긴 추모관 측에 대한 분노와 물에 잠긴 가족 유해에 대한 죄송함에 곳곳에서 고성이 터져나왔다. 몇몇 사람들은 울분을 참지 못해 자리에 주저앉아 대성통곡하기도 했다.

해당 추모관 인근 지역에 거주 중이라는 유가족 김모(54)씨는 “가까운 곳이라 찾아뵙기도 쉽고 추모관에서 성실히 관리하겠다고 약속해 모셨는데 이런 일이 생길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광주 지역 호우피해가 이미 예상됐던 걸로 알고 있는데 전혀 대비하지 않았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최소한 사고가 발생했으면 공지나 사과가 있어야 되는데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추모관 측의 뻔뻔한 모습에 기가 찬다”고 말했다.

한 유가족에 따르면 추모관 측은 지난 8일부터 물이 차오르기 시작했음에도 유가족에게 이를 알리지 않고, 침수피해를 걱정한 유가족들의 전화 문의에도 ‘문제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 유가족들은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현재 추모관 측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추모관 측은 수해 복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만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재환 기자 kjh@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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