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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72) 홍안기(洪安氣)

기사승인 2021.02.03  17: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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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구 작가의 야설천하(野說天下)- <제4화>기생 소백주 (72) 홍안기(洪安氣)

<제4화>기생 소백주 (72) 홍안기(洪安氣)

그림/정경도(한국화가)
그림/정경도(한국화가)
낮은 목소리로 이어가는 시아버지 홍진사의 말을 정씨부인은 조용히 듣고 있었다. 아마도 홍진사는 병석에 누워 자신의 학문과 지나온 인생을 깊이 헤아려보며 세상사와 삶의 어떤 경지를 나름대로 깨닫고는 그것을 며느리 정씨부인에게 참회하듯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모자란 사람이 세상에 나가 뜻을 펼치다가 잘못하면 자기뿐 아니라 천하를 모조리 다 그르칠 수 있어! 그래서 선비의 출사(出仕)는 사심이 없어야 으뜸이지! 그래서 제갈공명의 출사표(出師表)가 청사(靑史)에 길이 남은 까닭이야! 으음!........ 모든 것은 되돌아와서 고요히 다 자기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로구나! 내가 죽고 언젠가 손자를 낳거들랑 안분자족, 안빈낙도에서 그 편안할 안(安)자를 따고 우리 홍가 집안의 항렬자가 기운 기(氣)자이니 안기(安氣)라고 이름을 짓거라! 우리 손자의 이름은 홍안기(洪安氣)니라! 홍씨 집안을 평안히 할 기운 잘 알았지!”

홍진사가 며느리 정씨부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예! 아버님, 명심하겠습니다.”

“어 어어흠!.......... 아가! 나는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이 집안을 지킬 사람은 너 밖에 없다. 힘이 들더라도 이 집안을 잘 지켜주고 후대를 이을 아들을 꼭 낳거라! 내 그 손자 이름자를 써주마! 제 아무리 악인이라도 제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느니라! 내가 그랬구나! 아가야! 미안하구나!”

그렇게 말하며 홍진사는 붓에 먹을 잔뜩 묻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홍안기라는 이름 석 자를 또박또박 한자(漢字)로 써가는 것이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떠오른 정씨부인은 비장한 결심을 마음속으로 가다듬는 것이었다. 난봉꾼 남편 홍수개를 막을 천하의 인재는 바로 홍수개의 큰아들 홍안기라는 것을 정씨부인은 생각해 냈던 것이다.

시아버지 홍진사가 세상을 떠나고 하늘을 봐야 별을 딴다고 하늘을 볼 수 없었던 정씨부인을 홍수개는 집을 나갔다 돌아오면 간간이 방에 들기도 하더니 삼년이 지나자 기적처럼 태기가 있었다. 시아버지 홍진사의 삼년상을 치르고 이듬해 아이를 낳았는데 아들이었다. 그런데 그 아이의 얼굴이 어쩌면 그렇게 시아버지 홍진사를 쏙 빼닮았단 말인가! 정씨부인은 마치 시아버지 홍진사가 환생(還生)이라도 해온 듯싶어 아들의 얼굴을 볼 때 마다 참 기이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물론 아이의 이름을 홍안기라고 지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 홍안기는 열여섯이었다. 커 갈수록 행동하는 모습이며 서책을 읽고 익히며 하는 모양이 영락없는 제 할아버지 홍진사였다. 정씨부인은 제 아버지 홍수개를 닮지 않고 할아버지 홍진사를 닮은 아들 홍안기를 그야말로 시아버지 홍진사의 말처럼 고요히 제 분수를 알고 지키며 안빈낙도하며 살아 갈 줄 아는 청빈한 선비로 기르고 있었다. 그 아이에게 분에 넘치는 과분한 벼슬이며 출세의 영광 따위는 바랄 바가 아니라는 것을 정씨부인은 시아버지 홍진사의 말이 아니라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계속>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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